이미 받은 구원은 취소될 수 있다(?), 없다(?)

마10:5~6 ....... 이방인의 길로도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고  오히려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

   이미 받은 구원의 은혜....... 취소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대세를 이루는 이해에 따르면 ‘이미 받은 구원은 취소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한 번 받은 구원의 은총은 결코 취소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칼빈의 튤립교리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구원이란 것은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예정에 따른 것이므로 구원이 취소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가 서기 때문입니다.

   튤립교리에 의하면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 인간이 도무지 거절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 그리고 인간의 전적인 부패와 타락 및 무능을 강조할 경우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구원의 은총은 결코 취소될 수도, 빼앗길 수도, 나아가 인간 쪽에서 스스로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능력도 없는 인간은 전폭적인 사랑의 은총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조건 없는 은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하나님의 은총으로 이미 구원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그가 어떤 삶을 살게 되든지, 혹은 구원을 받았다는 명백한 증거는 아직 없으나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든지,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와 전혀 상관없이 최종적으로 모두가 다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롬11:26참조).

   그런데 이때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는 지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상대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을 받도록 미리 선택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한정된다고 주장됩니다. 따라서 구원받도록 예정되지 못했거나 장차 구원의 은총을 입을 수 있는 구원의 계획에 들어있지 않은 사람들은 인간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할지라도 절대 구원받을 수 없다는 논리가 나타나므로 하나님의 구원은 제한된 구원이 됩니다.

   따라서 제 아무리 구원을 받고 싶다고 할지라도 아무나 다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사람들만 모두가 다” 구원의 은총을 받게 된다는 ‘제한된 구속’의 논리가 제시됩니다. 그 결과 복음전파는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사람들에게만 유효해진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상을 사는 인간존재들 중 누가 구원으로 선택받았는지 인간은 모릅니다. 그래서 일단 모든 인간존재들을 향해 복음은 전해져야만 한다고 말하게 됩니다. 그때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자는 복음을 받아들일 것이고 멸망으로 예정된 자는 복음을 거절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이런 구원론에 대해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예수 이전에 선택된 유대인 중에 예수를 거절한 자들은 멸망으로 예정되어서 그런 것인가? 라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듣고 믿음 안에서 살 것을 결단하는 인간적인 차원의 문제는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것이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리 결단을 했어도 결국에는 타락하게 된다는 논리도 서게 됩니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는 말씀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 또 생겨나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구원받기로 예정된 사람은 누구나 다 예외 없이 구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간단하게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원을 받기로 예정된 사람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불문하고, 어떤 인생을 살고 있거나 상관없이 인간이 도무지 거역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그러면 롬11:26에 앞에 기록된 25절의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기까지’라는 표현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방인 중에서도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사람이 원래부터 있었다는 뜻인가? ‘충만한 수’는 제한된 수를 가리키는가? 라는 질문이 발생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답변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성도의 견인이라는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기로 결정하신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택함을 받은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든지, 그가 어떤 인생을 살든지를 막론하고 구원의 은총을 받도록 역사하셔서 예외 없이 마침내 구원을 받도록 하신다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그러므로 ‘더러는 완악하게 된 유대인들’뿐만이 아니라 구원의 은총을 받도록 “예정된 사람은 누구든지 모두가 다”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에 의해 마침내 구원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 가능해 집니다.

   이렇게 되어 매우 복잡한 논쟁이 이어지면서 세상 끝날 까지 계속될 것 같은 기세로 어느 한편도 지거나 꺾이지 않습니다. 결국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구원받은 자는 좀 자유스럽게 살아도(?) 되겠네.......’로부터 시작하여 끝없는 우호적-비우호적, 긍정적-부정적, 찬사적-비방적 질문과 대답이 계속됩니다.

   ‘구원받도록 예정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선하게 살아도 지옥행이겠네....... 굳이 전도 할 필요가 없겠군.’ ‘구원을 받았는지, 혹은 구원을 받도록 예정되었는지를 어떻게 알지?’ 등등으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믿는 자의 타락이 합리화되기도 하고 복음을 영접하지 않는 자에 대한 이해, 복음을 영접했다가 중간에서 타락하는 자들에 대한 비성서적 해석 등이 끝을 알 수 없게 한없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양쪽 모두의 의견들을 뒷받침하는 성서구절들

   그런데 이런 논쟁보다 더더욱 난감한 것은 양쪽의 주장을 “모두 다” 뒷받침할 수 있을 만한 문자적 근거들이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칼빈의 튤립교리에 의해 ‘이미 받은 구원은 절대로 취소될 수도 없고 취소되지도 않는다’고 보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한편으로는 ‘구원받았다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멸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는 자기 있을 수 있다’는 주장 또한 성서의 본문을 근거로 얼마든지 내세울 수 있습니다.

   이래서 알미니아니즘이 칼비니즘과 대립하게 되었던 겁니다. 성서본문에 칼비니즘의 주장만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만 나올 뿐이라면 알미니아니즘은 시대 속에서 나타났다가 곧 사라져버리는 공허한 허공의 외침으로 마감되었을 텐데 알미니안주의자들이 볼 때 얼마든지 칼빈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성서본문의 문자기록들이 있기 때문에 칼비니즘이 가져다주는 약점, 혹은 단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던 겁니다. 이들 두 진영의 주장을 크게 보면 ‘믿음만으로 인한 구원이냐(바울계→칼빈)’, ‘행함이 있어야 하느냐(비바울계→알미니안)로 나누어집니다. 그로 말미암아 양쪽 진영이 쪼개지듯 나누어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맞각을 이루며 대립하듯 공존해 오고 있습니다.

   이때 존웨슬리의 감리교회는 사회변화를 위한 사랑의 실천으로서의 대-사회봉사를 주장하기 때문에 감리교회는 알미니안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시각은 사랑의 실천을 강조함으로서 믿음 있는 자의 책임 있는 행동, 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식의 “신자의 실천윤리”를 강조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서 생겨납니다. 그러나 웨슬리를 알미니안으로 보는 시각은 웨슬리 신학의 강조점을 행위구원론으로 몰아가려는 왜곡된 칼비니즘의 관점에서 나온 무지한 주장일 뿐입니다.

   웨슬리 자신은 선교정신을 갖고 있었고 그의 평생 복음을 전하는 일에 매진했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 복음전도에 유용한 내용들이라고 판단되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복음전파를 위한 말씀으로 다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므로 웨슬리 신학 자체는 칼비니즘의 장점과 알미니아니즘의 장점을 포용적, 혹은 수용적 자세로 통합주의적인 입장에서 취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존웨슬리 복음주의를 알미니아니즘으로 규정하는 것은 역사신학의 부재, 혹은 웨슬리 신학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말해서 존웨슬리는 알미니안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알미니아니즘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였다거나 그 입장에 서서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라 알미니아니즘 중에서 복음전도를 위해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신학적 견해만을 선교신학 차원에서 적극 수용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존웨슬리는 알미니안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결코 알미니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규정됩니다.

   또, 존웨슬리는 칼빈주의적입니다. 물론 존웨슬리는 칼빈의 이중예정론을 극렬 반대했기 때문에 칼빈주의자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슬리는 칼빈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웨슬리는 루터나 칼빈 못지않게 종교개혁자의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일 뿐만이 아니라 칼빈이 말하는 이중예정론을 선교신학 차원에서 반대했던 것을 제외하면 종교개혁자의 입장에서 주장한 모든 신학적 이론들을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존웨슬리의 포용적, 혹은 중도적 입장은 그의 선교신학에 의해 생성되었습니다. 웨슬리의 입장에서 볼 때 복음전도에 유용한 말씀들 중 그 어느 것 한 편만 취사선택해서 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평생 동안 여러 지역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계층,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다녔던 선교사적 입장에서 그의 손에 쥐어진 구약과 신약성서 66권을 해석하고 그때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할 때 이와 같은 포용적 혹은 중도적 입장이 나타났던 것은 오히려 복음전도자로서의 자연스런 입장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믿음과 행함을 둘 다 말씀하는 성서의 본문

   분명한 사실은 성서본문은 ‘믿음으로만’을 주장하면서(바울서신계열)’ 동시에 ‘믿음만이 아니라 행함으로도’를 주장한다는 점입니다(마태복음, 야고보서 등의 일반서신 계열). 그런데 이것을 구원론과 연결시켜 ‘믿음으로만 받는 구원’을 주장하는 입장이냐, 아니면 ‘믿음으로만이 아니라 행함으로도’를 주장하는 입장이냐에 의하여 ‘믿음을 강조하느냐, 행함을 강조하느냐’로 나뉘어져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게 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구원론과 관련하여 그런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히 그 자체로 성서의 일부분만을 임의대로 자기 입맛에 맞춰 골라 뽑아 쓰는 모양새일 뿐입니다. 자신들의 경험과 신학적 관점의 범주 안에서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택일해야만 한다는 지극히 배타적이고 편협한 오그라진 자세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성서적 최종 진리라고 목소리를 높인 결과로 나타난 것일 뿐이기 때문에 지극히 왜소하고 편협 된 교리논쟁에서 나타내 보인 굴절된 자기주장일 뿐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서신학적으로 볼 때 “믿음만으로냐, 행함으로도냐”에 관해 한 쪽만 이야기하면 결코 안 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반드시 인정해야만 합니다. 의심할 수 없게도 ‘오직 믿음으로’를 말하는 바울조차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이라는 실천행동을 강조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갈5:6).

   한 걸음 더 나아가 바울은 그의 서신을 받는 믿음의 성도들을 향하여 하나님께 먼저 부름 받은 은총을 입은 자로서 멸망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말했습니다(갈5:13~15). 아무리 큰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사랑이라는 구체적인 실천행동이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런 믿음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했습니다(고전13장). 그러면서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바울에 의하면 사랑이 동반되지 않는 믿음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허울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랑 없는 믿음은 결코 진정한 믿음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 됩니다.

   유다서는 대놓고 선택받은 자들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하고자 하심’에 의해 멸망으로 내쳐질 수 있음을 말씀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런 조건 없이 일방적으로 선택하신 하나님은 구원의 은총을 받은 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폐기시켜 버릴 수도 있다는 하나님의 플러스(+), 마이너스(-) 스타일의 전적인 주권을 말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다서는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선택하신 이스라엘을 분명하게도 광야에서 멸망 받게 하셨음을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5절b).

   그러므로 이런 내용의 본문을 앞에 놓고 “한 번 받은 구원은 영원하다”라거나 “후회하심이 없으신 하나님께서는 결코 이미 주신 구원을 취소시키지 않으신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 하나님의 전권을 제한하는 관점이라고 지적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전능하심은 얼마든지 선택받은 자들의 행태를 심판하셔서 멸망의 나락으로 내던져 버리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비-바울계 서신들인 일반서신들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행위’의 문제를 ‘구원의 문제와 연관’시켜서 자신의 구원론 입장만을 도드라지게 목청껏 내세울 수가 없습니다.

   교리적 구원론이 아닌 성서적 구원론

   따라서 칼비니즘적 구원론자냐 알미니아니즘적 구원론자냐 하는 따위의 편가르기식 입장을 넘어서서 성서가 말씀하는 모든 말씀들을 통합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더구나 바울계열의 ‘오직 믿음’이나 마태복음, 야고보서 등의 일반서신계열의 ‘행함으로도’ 중에서 어느 한 편을 취해야만 하는 것이 신자의 도리가 아니라 신약 27권 모두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대하는 입장에서는 두 편을 모두 다 골고루 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믿음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신자라면 이 두 양편을 모두 다 담고 있는 성서신학적인 안목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원의 은총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조건 없는 은혜이며 거역할 수 없는 은혜라고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구원이 완성되는 최종 시점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믿음에 따른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적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태복음이나 야고보서와 같은 일반서신 계열이 신자의 행동을 강조한다고 해서 행동을 통해 구원을 받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행위를 강조하는 마태복음이나 야고보서를 비롯한 일반서신들 중 어느 한 서신도 “행위로 말미암는 구원”을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신약성서의 모든 본문들은 한결같이 ‘믿음에 의한 구원’을 결코 부정하거나 반대하지 않음을 보이는 생생한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율법준수에 의한 행위 구원론’이나 ‘선행에 의한 공로사상적 구원론’에 대해서는 어떤 성서본문도 말하지 않으므로 행위구원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전혀 가당치도 않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하나님 쪽에서는 언제든지, 무슨 죄를 지었든지,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있든지 간에 그런 인간적인 상황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다 구원의 기회를 주시는 분이시지만, 그래서 하나님 쪽에서 구원의 은혜를 주셨다가 도로 뺏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 쪽에서 볼 때 이미 받은 구원은 결코 취소되지 않는다는 견해, 혹은 구원받은 자도 돌이킬 수 없는 타락으로 빠져들면 구원이 취소될 수 있다는 상반된 견해를 통합적으로 수용하면서 성서본문들이 최종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시각에 의해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성서본문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최종점은 ‘이미 구원의 은총을 받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완성된 구원을 누리게 될지, 아니면 구원의 은총을 이미 받았던 자임에도 불구하고(히6:4~5 참조) 멸망으로 떨어지게 될지의 최종여부는 “너 하기에게” 달렸다’는 것에 화살을 꽂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오늘의 연구본문인 마태복음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마태복음이 전하는 구원받은 자의 책임

   마태복음은 보편주의적 구원론을 전개합니다. 마태복음이 전하는 보편주의적 구원관을 두고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사람들을 향한 제한된 보편주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28:19의 선교명령은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민족”을 가리키지 않고 지상의 모든 인류 전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의 은총이 유대인에게만이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허락되었음을 말하는 언어라고 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마태복음 저자가 보여주는 이적사건들은 이방 땅에서 행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적을 통해 많은 이방인들이 복음 안으로 들어 왔음이 증거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8장의 마지막 구절에 나타나는 선교명령은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민족들”에게 국한된 명령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28:19~20).

   마태복음이 전개하는 이와 같은 보편주의적 구원관에서 본다면 5절과 6절의 지극히 배타주의적인 선교명령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마태복음이 기록되던 당시에 마태복음교회 공동체 안에는 이미 많은 이방인들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들이 믿는 예수께서 노골적으로 이방인을 차별하시는 언사를 사용하셨다는 것, 혹은 배척의 어감이 강한 5절과 6절을 말씀하셨다는 것은 매우 곤혹스런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마태복음은 1세기가 끝나가는 80년대 중후반 이후에 기록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때는 이미 유대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다윗왕국의 재건에 관한 정치적 이상이 완전히 포기된 상황이었습니다. 70년에 있었던 로마의 예루살렘 정복으로 인하여 유대민족주의는 더 이상 뿌리를 내릴 가능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 이후로 세계 각지로 뿔뿔이 흩어져 제2의 바벨론 시대를 맞았다고 할 만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제3의 출애굽을 바라보면서 로마에 의해 더 이상 복구가 불가능해져버린 예루살렘의 멸망을 바라보며 그들의 종말론적인 대망을 수정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유대인들이 품고 있던 ‘곧 오시리라고 약속된 다윗의 자손, 하나님이 보내시는 메시아’ 사상은 다시 한 번 또 다른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마태복음교회 공동체는 예수에 대해 ‘예수는 그리스도, 그는 다윗의 자손, 오시리라고 약속되었던 구약의 바로 그 메시아’임을 선포했습니다. 유대인을 막론하고 전체 지중해 지역을 상대로 이 말씀에 초점을 두고 “예수를 복음으로” 전했습니다. 그때 마태복음 교회공동체의 선교활동이 미치지 못한 다른 지역에는 이미 50년경부터 이방인을 향한 선교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바울과 같은 자발적인 그리스도인 선교사들에 의해 “예수로 말미암은 구원의 복음”이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구원이 왜 유대인을 비껴 이방인에게 전해지는가?

   이때 마태복음 교회공동체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은 적어도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해야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나는 바울에 의해 이미 활성화되다시피 한 이방인을 향한 선교활동에 영향을 받은 유대인들의 거친 반응입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의 멸망과 함께 동족 유대인 선교사들을 통해 ‘예수로 말미암는 구원의 복음’이 전파되고 있는 상황을 접하면서 “왜, 무슨 이유로 하나님은 우리를 비껴 이방인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주셨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을 것입니다.

   의심할 수 없게도 마태복음교회 공동체 안에는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이 상당수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이방인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 뿐만이 아니라 이방인들에게 우호적인 유대 그리스도인들을 매우 난처하게 만들 수 있는 유대 민족주의적 배타주의 성향이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방인들도 인정하는바, 복음은 처음에 유대인들에게 전해졌는데 유대인들이 의지적으로 자신들에게 전해진 복음을 거절하여 결국 복음이 이방인들을 향하게 되었음을 역설적으로 말씀하는 내용이라고 판단됩니다(막6:11; 마10:14~15; 눅9:5; 10:11~12→행11:18; 13:46; 18:6).

   이런 경향성은 바울에게서도 매우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바울은 이방인들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명확하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먼저는 유대인에게 그리고 헬라인에게’ 허락되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합니다(롬2:9~10참조). 그는 그처럼 이방인들을 의식하지 않고 구원의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를 내세워 주장했을 만큼 유대인들에 대한 구원의 우선권을 앞세웠습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이 구원의 순서를 강조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울 자신도 전제한 내용이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예수 이전에 유대인을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유대인을 위해 주어졌던 구원의 은총이 이후로는 이방인들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유대인들이 거부, 또는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마태복음 저자는 “예수로 말미암는 구원의 은총”이 유대인들에게 쏟아지지 않고 왜 이방인들을 향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하여, 예수께서는 공생애 초창기 때부터 이처럼 이방인들이 당혹스러워 할 만큼 유대인을 중심하여 활동을 하셨으나 그들이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말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마태복음이 향해 있는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가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왜 복음이 선택받은 유대인을 비껴 이방인을 향하게 되었느냐 하면......? 너희가 복음을 거절했기 때문이다!’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거절한 자들에게는 멸망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예수께서 오시기 전에 선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를 거절했습니다. 거절한 자들에게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마태복음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바울의 시각은 다릅니다. 예수 이전에 선택을 받은 이방인들이 예수를 거절하는 이유는? 복음이 이방인을 향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복음이 이방인의 충만한 수를 채우면 복음을 거절했던 자들도 다 구원을 받게 될 것! 이라는 주장이 바울의 입장입니다(롬11:25~26참조)

   그러나 우리는 지금 마태복음의 본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당혹스럽게도 마태복음 저자는 바울과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아무리 믿음이 좋고 아무리 믿음의 능력을 나타내는 자라고 할지라도 ‘행함이 없으면’ 멸망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구원을 베푸시는 은혜의 주께서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고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마7:21~27참조).

   하나님의 무한사랑과 은총은 유대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한편 예수의 선교대상을 유대인들에 국한시키는 민족주의적 배타성에 근거하는 선교명령인 것처럼 보이는 5절~6절의 말씀은 선교활동의 우선성, 혹은 예수의 처음 상대자가 유대인들을 향해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사실 예수 자신은 이미 이방인들을 향해 하나님의 조건 없는 무한사랑을 베푸셨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상설교 이전에 나타나는 말씀을 읽어보면 유대인들은 매우 ‘믿음이 없는 자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똑똑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놀라운 이적사건이 이방인들에게는 다 허락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방인들의 ‘믿음’이 그 이유였습니다.

   우리가 알기로 믿음은 사람이 갖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런데 이방인들의 믿음에 근거하여 이적사건이 발생하고 또 그것으로 믿음을 갖게 된다는 것의 의미는 하나님께서 이방인들에게도 ‘믿음’을 선물로 주셨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믿음은 구원을 받도록 예정된 자들, 먼저 선택받은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구원

   마태복음이 전하는 명백한 사실에 따르면 이방인들이 예수로 말미암아 주어지는 놀라운 은총을 받게 된 것은 그들이 어떤 행함의 공적을 쌓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믿음’으로 예수께 나왔을 때 그에 대한 열매가 맺히는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마태복음 저자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유대인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이방인이 갖고 있는 정도의 믿음을 갖지 못하다면 그들은 결코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무한사랑과 은총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 의아하지 않습니까? 믿음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면 어떻게 유대인의 믿음이 이방인의 믿음보다 약하다, 혹은 작다고 할 수가 있을까요? 하나님께서 이방인에게는 유대인들에게 주셨던 믿음보다 더 큰 믿음을 주셨다는 뜻입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시초는 하나님이실지라도, 믿음을 갖게 하는 동인으로서 믿음의 기원은 하나님이시라고 할지라도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믿음’은 있으나마나한 믿음이라는 것을 마태복음 저자가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마태복음에 의하면 ‘그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되어 있습니다(5:20).

   그러므로 마태복음이 5절과 6절을 통해 유대의 배타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유대인들로 하여금 ‘왜 하나님의 무한은총이 유대인을 비껴 이방인을 향했는가?’에 대한 대답을 통해 유대인들에게 ‘예수로 말미암은 구원의 은총과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촉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바울의 입장을 빌려 말한다면 유대인들의 시기심, 혹은 질투심을 촉발시켜서 최종적으로 유대인들 전부를 구원받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의도였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롬10:19; 11:11참조). 이것은 바울이 구원의 은총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유대인들 모두가 다 돌이켜 구원받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를 나타내줍니다.

   마찬가지로 마태복음 저자는 유대인들이 예수로 말미암은 하나님의 나라에 참여하길 원하여 예수께서는 공생애 초기 때부터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갖고 유대인들을 위하여 사역을 하셨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동시에 예수께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유대인들을 향해 집중적인 사역을 행하셨건만 그들이 왜 예수를 받아들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휘어지지 않는 꼿꼿한 입장을 보입니다.

   그토록 공을 들인 유대인들이 예수로 말미암는 구원의 대열에서 벗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은 이방인들과 달리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떠들어대면서 완고하게 예수를 거절했습니다(마27:24~25)! 그들이 이 모양인데도 그들이 예수 오시기 이전에 선택을 받았으므로 최종적으로도 모두가 다 구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암시가 마태복음 저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므로 마태복음 전체를 통해 나타나는 보편주의적 구원관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유대 민족주의적 배타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5절~6절을 이 자리에 위치시키고 있는 이유는 이방인들보다 먼저 선택받은 유대인들이 왜 예수로 말미암는 구원의 자리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가에 대한 마태복음 저자의 답변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받은 구원의 취소여부, 너 하기에 달렸다!

   그들은 하나님의 무한은총을 완고하게 거절했습니다. 선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를 처형시켰습니다. 그런 자들이 어떻게 구원을 받는단 말인가? 예수께서는 그렇게도 유대인을 향한 복음전파에 우선권을 두셨건만 그들은 왜 예수를 거절했는가? 예수를 거절한 그들에게 ‘이미 받은 선택의 은총’은 여전히 유효한가? 라는 질문을 통해 “하나님은 모든 인류가 다 구원받길 원하신다. 그러나 끝내 거절하는 자에게는 멸망뿐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주신 구원의 은총을 주셨다가 다시 뺏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 쪽에서 구원을 취소시키는 분이 아니란 뜻입니다. 그러나 이미 받은 구원의 은총을 싸구려로 만들고 빛바랜 은혜로 변질시키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장자권을 주셨다가 다시 뺏는 분은 결단코 아니지만 조건 없이 받게 된 무한은총으로서의 장자권을 팔아넘기느냐 마느냐의 여부의 문제는 최종적으로 “너 하기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히12:16~17).

   그런 자는 백날 회개해야 돌이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을 향해 마냥 자비로우신 우리의 하나님은 인간에게 무한은혜와 조건 없는 사랑을 끝없이 베푸시는 분이시지만 동시에 인간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갈6:7~8). 더구나 인간에게 놀아나는 하나님이 아니시므로 구원받았다고 입질하면서 의도적으로 죄를 범하는 자들에게는 다시 속죄하는 제사가 허락될 수 없습니다(히10:26). 그것은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아들을 두 번 죽이는 행태인데(히6:6) 그런 행태는 오직 심판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히10:27).

   오늘 우리는 유대 배타주의적 표현인 것처럼 보이는 마10:5~6에 대해 연구하면서 교회사 속에서 이루어져 양진영을 이루고 있는 교리적인 내용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내 입장을 주장하기 위해 성서본문을 단편적, 편파적으로 선택하여 인용’하는 것의 크나큰 약점, 혹은 단점이 어떤 것인지도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웨슬리 복음주의 입장에서,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이 누구에게나 전해져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가능한 대로 성서의 모든 입장들, 견해들, 관점들을 통합적으로 수용하는 광대한 포용적 구원론을 펼칠 수 있도록 성서신학적 식견을 넓혀 나가는 태도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인종, 문화, 언어, 지역 등의 모든 한계선들을 넘어 보편적 구원론을 전개하는 진정한 성서적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