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사도는 그 당대에 교회의 직분으로 사도들과 선지자들과 전도자들과 목자들과 교사들을 언급했습니다(엡 4:11). 그는 디모데에게 편지하면서 다스리는 장로와 다스리며 가르치는 장로를 말했습니다(딤전 5:17). 개혁주의에서는 사도들과 선지자들과 전도자들은 창설직으로 보고 목자들과 교사들 곧 목자이면서 교사들은 항존직으로 봅니다. 창설직은 복음 시대의 초창기에 교회의 터로 세움을 입었던 이들로서 그 터가 놓인 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직분입니다. 항존직은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동안에 항상 존재하는 직분입니다. 항존직인 목자이면서 교사와 다스리며 가르치는 장로를 동일한 직분으로 보며 목사라고 명명합니다. 목은 목양 곧 다스림과 사는 교사 곧 가르침을 말합니다. 목사란 단어가 성경에 없다면서 목사직 자체에 시비를 거는 것은 삼위일체라는 단어가 성경에 없다고 그 표현 자체가 잘못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바울 사도는 교회 직분의 존재 목적으로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하였습니다(엡 4:12). 그리스도의 몸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두 존재 양식을 가집니다. 하나는 모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흩어지는 것입니다. 모임이나 흩어짐이나 모두 교회로서의 존재 양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모임을 교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를 세운다는 표현은 모이는 경우와 흩어지는 경우에서 모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성도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거룩한 무리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속성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보여주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삶의 현장은 다양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체육 등 사회의 각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정치인인 성도, 경제인인 성도, 문화인인 성도, 체육인인 성도, 직장인인 성도 등 다양합니다.

그들을 온전하게 한다는 것은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하나님의 다스림을 경험하면서 그것을 나타낸다는 것이 포함됩니다. 정치인인 성도가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경제인인 성도가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경제인이 되는 것입니다. 각 영역에서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목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면 목사가 그 모든 영역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모든 영역의 전문가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문외한이 되어도 상관이 없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목사는 성경의 원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서 그 모든 영역에 그 원리가 접목되고 실현되도록 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각 영역의 어떤 사안이든지 간에 성경적 원리에 입각하여 평가하고 그 원리가 실현되도록 함에 있어서 필요한 내용을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어떤 사안이든지 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이 요구됩니다.

정치인인 성도를 생각할 때에 현실에서 그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 안에서 어느 곳에든지 몸을 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정의당이나 어느 정당에 속해 있을 것입니다. 그가 어느 정당에 속하였든지 간에 그곳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는 자로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소속 정당에 발을 두고 있으면서 하늘을 이 땅에 아로새기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 삶을 지원하는 것이 목사의 직무입니다. 이는 다른 모든 영역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신앙에 대한 개념과도 직결되어 있습니다. 비신자가 예수님을 그리스도 곧 구원자로 영접하는 것이 신앙입니다(요 1:12). 구약적인 관점으로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언약의 백성이면서 하나님의 자녀인 신자가 됩니다. 그가 예수님을 주 곧 전 인격과 전 삶의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신앙입니다(마 6:30). 구약적인 관점으로는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성도에게 있어서 신앙은 전 인격과 전 삶에서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것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는 그분과의 연합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것입니다. 곧 성령으로 충만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온전해지도록 하는 것이 목사의 직무입니다. 각양의 삶의 현장에서 신앙을 따라 살아가도록 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이 직무가 온전히 수행되고 있는가를 물으면 긍정적인 답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 이유의 하나는 교회를 모임으로 정의하고 그 모임을 잘 이끄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주일의 예배, 성경 공부, 신자끼리의 교제 등에 집중됩니다. 목사는 그것들을 소위 은혜롭게 이끌면서 그 자리에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것 다르게 말하면 비신자를 신자로 만들어내는 것을 그 직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끼리 재미있게 잘 지내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 우리를 최대한으로 확장하는 것 곧 전도를 통하여 우리의 수자를 널리는 것을 지상 과제로 생각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밖 곧 이 사회에서는 착한 사람, 우리 밖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정도의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이 성경의 가르침과 다르다는 것은 초대교회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때는 전제군주국가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계급을 따른 구별이 있었습니다. 종 곧 노예는 사람으로 인정되지 않고 주인의 재산 정도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복음은 노예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한 사람임을 알렸습니다. 교회는 노예나 그 주인이나 모두가 형제이었을 뿐입니다. 노예를 소유한 주인이 신자라면 자기 집의 노예를 재산 정도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존중하여야 했습니다. 초대교회는 그 상황 자체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고 끊임없이 그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개인 복음과 사회 복음이라는 구별 자체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자체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사회인들에게 개독교라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대형교회의 여러 문제와 대형교회 목사들의 많은 추문들이 원인임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주 적은 부분입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말하고 성경(서)의 역사적 사실됨을 말하는 것도 원인입니다. 하나님은 없으며 성경(서)의 내용은 신화나 문학적 서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과의 충돌이 있습니다. 그들은 성도가 과학을 거부한다며 비난합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주된 원인은 아닙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모임이 아니라 흩어짐 곧 삶의 현장에서 성도가 성도답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제군주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있는데, 그것과 완전히 동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인 신자가 신자다운 정치인으로 살아야 하는데,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제인인 신자가 신자다운 경제인이 되어야 하는데,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회인들보다 더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교회나 신우회 등에서의 모임에는 열심인데, 나타나는 삶의 모습은 사회의 일반인들의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 학교의 학생회장 선거에 선생님이 눈에 보이지 않게 나서서 어떤 학생은 지원하고 다른 어떤 학생은 떨어뜨리려고 하였다고 합시다. 자신의 말을 잘 듣는 학생들을 동원하여 전자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좋다고 여길 만한 내용의 말을 퍼뜨리고 후자에 대해서는 없는 말도 만들어서 비방을 일삼도록 하였습니다. 괜찮습니까? 성도로서 그러한 일에 대해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겨야 합니까? 내 자녀가 전자이든지 후자이든지 간에 성도라면 그 모습에 분노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하여야 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국가 기관이 동원되어 댓글을 조작하며 특정한 이를 지원하고 그 상대편은 음해하는 일이 조직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이는 검찰 조사에서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입니다. 그런데 성도라고 하면서 그에 대해 침묵합니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의 관점에서 누구보다도 더 분노하고 바로잡으려고 하여야 하는데, 전혀 아닙니다. 이러한 모습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내 자녀들 앞으로 생겨날 내 손자들이 앞의 경우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불의와 불법이 아무렇지도 않게 용인되는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아무리 긴급하고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 공화국, 국민에게서 모든 주권이 나오는 나라에서 살도록 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구현하려는 목사, 성도들이 같은 바람을 가지고 함께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자는 것이 그렇게도 과도한 욕심입니까?

개독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상황에서 목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참 고통스럽습니다. 거기에다가 그 현실에서 벗어날 여지가 너무나 작다는 생각에 더 고통스럽습니다. 예수님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가 복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우주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이 드러나는 것이 의입니다. 진정으로 그 의에 결핍으로 배고파하며 그 의를 풍성하게 누림에 있어서 목이 마른 목사, 성도들이 이 땅에서 활화산처럼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며 함께하시는 하나님 안에서 결핍이 아닌 풍성한 의를 이루고 그 의로 배부른 목사, 성도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개독교라는 비난이 아니라 우리로 인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이 사회,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목사들의 바른 직무 수행이 그 첫걸음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걸음이 이 땅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하나님 나라와 의의 관점에서 교회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소망합니다.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