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건이(가명) 어머니죠? 건이가 다쳤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학교에 오다가 친구랑 어떤 아저씨에게 잡혀왔어. 친구는 엄마가 돈을 주어서 풀려났고, 나는 잡혀 있어’ 울음소리가 섞여서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내는 아이가 다쳤다는 생각으로 어디 다쳤느냐, 병원에 있는 거냐 등등을 묻다가 그제야 납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저런 공포스런 대답을 건넨다.

옆에서 전화를 듣던 나는 영문도 모르고 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간줄 알고 나갈 차비를 급하게 했다. 근데 아내가 이성을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전화를 바꾸어서 들었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병원관계자인가 싶어서 어디냐고 먼저 물었다. 그런데 들려오는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건이를 붙잡고 있다. 내 말을 안 들으면 죽여 버리겠다.’ 순간 아찔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이거 보이스피싱이구나하는 거였다. 그러나 그건 생각뿐이었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생각이 안 들었다.

전에 직장 동료가 보이스피싱 전화를 놀리다 큰 코를 다친 적도 있었기에 도대체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더군다나 지금 이 사람은 우리 집 전화번호와 아이의 이름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대답을 못하고 멍하니 들리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재차 죽일 거라고, 내가 당신 아들 붙잡고 있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이 사람이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그리고 아내를 보니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우리 아들이 우는데 죽이면 어쩌냐고 그런다. 그 때서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급하게 학교로 전화를 걸어 사무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아이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좀 있다 담임선생께서 직접 전화를 해서 수업 받고 있는 아이를 확인했단다. 아내는 학교로 다시 전화를 해서 담임선생과 통화를 하고서야 무너지는 울음을 쏟아냈다.

10분도 안 돼는 그 시간 동안 우리 집은 초토화가 되었다. 아이가 죽었다가 살아온 기분이었다. 맥이 다 빠지고 진이 다 했다. 아내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울고 또 울었다. 그냥 나쁜 사람의 전화였을 뿐인데 밀려오는 공포는 그침이 없었다.

보이스피싱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한테까지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당해 보니 아니었다. 아이의 목숨이 달린 상황이 되고 보니 이성이 그렇게 작동하지 못했다. 아니 알면서도 혹시라도 하는 생각에 섣불리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이 사람은 나의 가족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만의 고객정보를 돈을 받고 흘린 사람들이 있고, 크고 작은 인터넷 사이트의 가입정보를 돈 몇 십 원에 팔아버린 사람들도 있다. 더군다나 우리 아들 이름까지 알아낼 만큼 그 정보는 정교하고 전화번호에 은행계좌까지 가지고 있으니 마치 그들의 손바닥 위에 있는 상황이다.

IT가 극도로 발달된 이 세상은 조그만 정보 하나가 커다란 범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내 정보 하나가 무슨 일이 있겠나 싶지만 내가 당한 것처럼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정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소홀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나타나는 나비효과는 너무나도 큰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교회도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해야 한다. 편의에 의해서 교인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교인수첩과 같은 경우는 대량 정보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악한 세상에 뱀처럼 지혜롭게 사는 것은 이제 이 시대에서 정보유출예방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