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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평가해 왔다. 그들은 예수님의 비유적 이야기에서 문학적 표현인 비유를 예수님이 자유자재로 구사하신 것을 주목한다. 문학에 대해서 언급할 때 원칙적으로 형식과 내용은 떼어서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비평가들은 논의의 편의상 형식과 내용을 구분해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예수님의 비유적 재능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수님이 구사하신 문학적 표현, 다시 말해서 문학적 형식에 주목한다. 그들은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의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실상 예수님의 비유적 표현은 문학의 중심 내용인 인간존중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문학의 중심 주제는, 간단히 말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신학자들이 2,000년 가까이 문학을 멀리한 것은 문학이 신을 다루기보다는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이 하나님 사랑에 대해서 뿐 아니라 인간 사랑에 대해서도 관심이 아주 많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필자가 20여 년 전에 모 신학대학원의 원장을 역임한 목사님과 이야기하면서 문학에 관한 말을 꺼냈더니, 그분은 다짜고짜 “그것 인간에 관한 이야기 아니요?”라고 퉁명스럽게 내 말을 끊었다. 그 목사님의 부인이 작가였는데도 그분이 문학에 대해서 그렇게 편견을 가진 데에 나는 새삼 놀랐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그 후 시인이 되었으니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으리라고 믿는다.
예수님의 인간이해를 살피기 전에 우리는 우선 예수님이 참 신이시며 참 인간이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신의 아들이 인간의 몸을 입었다는 것은 신비이며 신과 인간이 예수님 안에서 연합했다는 것은 변증법적 연합이다. 이것은 달리 말해서 성과 속의 연합, 천국과 지상의 연합, 영과 육의 연합이다. 예수님은 인간이해를 확대하려고 애쓰시고 인간을 존중하셨는데, 인간의 몸을 입은 하나님의 아들이 그분의 천국복음 안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포함시켰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비유에 능통하신 예수님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예수님은 비유를 아주 좋아하신 분이다.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비유적 이야기였다. 특별히 천국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는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시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는 것을 보면 예수님이 비유를 얼마나 즐겨 사용하셨는지를 알 수 있다. 예수님은 천국에 관한 비유 외에도 잃은 양에 대한 비유, 사마라아인의 비유, 빚진 종에 관한 비유 등 그 수를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주 비유를 빌어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의 비유가 아주 적절하고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비유의 대가라고 말했다.
예수님이 천국에 대해서 비유가 아니면 말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본 일이 없는 것을 여러 말로 설명할 경우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밭에 감추어져 있는 보화나 잃어버린 돈을 찾는 것 같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들과 천국을 비교해서 천국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알려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본 일이 없는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 역시 예수님은 비유적 이야기를 통해서 알려주셨다. 당시의 청중이 잘 알고 있는 잃은 양을 찾아나서는 목자 혹은 집을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을 하나님의 마음과 같다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비유적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간단하게 말한다고 해도 애굽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킨 사건부터 시작해서 광야에서 40년 동안 헤맬 때 이스라엘 민족을 인도하신 하나님에 대해서 아주 장황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어려운 것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비유를 들어 이야기하셨지만, 당시의 사람들은 그 비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비유를 설명해 달라고 청한 데서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 문학적 소양이 없어서 그 비유적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예수님은 비유적 이야기 외에 비유적 표현도 많이 사용하셨는데, 그러한 표현을 유식한 니고데모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지도자급에 있는 니고데모는 상당히 유식했을 것이 분명한데, 거듭난다는 말을 비유적인 표현으로 이해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모태에 들어갔다가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니고데모도 예수님에게서 꾸지람을 들었다.
제자들이나 니고데모가 예수님의 비유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그러한 비유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니고데모의 경우는 거듭난다는 표현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이 거듭난다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말인데,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창의적인 표현을 사용하신 예수님의 문학적 상상력이 아주 뛰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전을 헐면 삼일 만에 다시 짓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그 말씀을 듣고 사람들이 모두 황당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예수님은 교회가 당신의 몸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삼일 만에 부활하실 자신의 몸을 의미했다. 이러한 비유는 메시아로서의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한 당시의 청중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예수님의 출중한 문학적 재능을 인정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분의 문학적 표현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문학을 싫어한 교부들과 그들의 주장을 따른 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문학적 표현은 받아들이면서도 문학이 하나님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 인간에 대한 것,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다루기 때문에 문학을 외면해 왔다. 지금까지 예수님의 비유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분의 문학적 천재성을 찬양한 사람들도 교부들이나 그들의 후예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의 존중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의 예수님의 작가적 자질에 대한 이해의 한계이다.
예수님과 작가의식
신학자들은 예수님의 비유적 표현에 주목하면서 예수님의 문학적 자질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비유 안에 예수님의 인간존중이 담겨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비유는 다른 것을 옆에 놓고 그 둘 사이의 공통점을 부각시키는 것인데, 특별히 목자의 비유와 탕자의 비유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목자의 양에 대한 사랑이나, 집나간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과 나란히 놓으셨다. 이러한 비유적 이야기에서 하나님과 인간을 나란히 놓았다는 것은 인간의 경험을 통해서 하나님의 세계를 이해시키려고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달리 말하면 인간의 경험을 그리고 인간을 중시하셨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비유 이야기에 포함된 인간중시가 심판 날의 임금의 비유에서 우리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까지 나아간다. 실상 예수님은 문학의 비유적 표현뿐 아니라 문학의 주요 주제인 인간이해에 대해서도 어느 작가에 뒤지지 않을 만큼 큰 관심을 갖고 계셨다.
사회의 병폐를 고발하는 작가의식을 설명하기 위해서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작가를 광부들이 갱내의 공기의 신선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갱내로 가지고 가는 카나리아에 비유했다. 작가들은 당대의 정치, 관습, 종교 등에 나타나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인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나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거나 위협받을 때 인간의 편에 서서 그 위협하는 세력을 비판하면서 인간이해를 확대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일제 식민지 치하의 작가들은 일제의 비인간적인 만행을 고발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주의가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점을 드러낸다. 여성주의 작가들은 가부장제 안에서의 여성의 소외를 다루면서 여성도 인간적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독교 작가들은 경직된 기독교의 교리로 인해서 인간이해가 위협받는 삶의 현장을 다룬다.
예수님은 기독교 작가들처럼 유대교의 율법이나 전통으로 인해서 인간이 소외되는 것을 지적하시고 그 대안을 제시하셨다. 고르반 전통을 중시한 유대교인들이 하나님을 경배하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부모 공경을 외면하는 것을 비판하셨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 치중하면서 이웃과의 인간적 관계를 소홀히 했고, 이웃을 용서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는 기도에 매달리고, 안식일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외면했다. 심지어 유대인만이 선민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혀서 이방인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을 보시고 사마리아인이 그들의 이웃임을 밝히셨다.
이렇게 예수님은 신앙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유대교 사회에서의 인간 소외의 병폐를 진단하시면서 그 처방으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복음을 선포하셨다. 예수님은 종교적 주제를 다루는 작가들처럼 유대교에서 신앙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인간소외의 문제점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지닌 분이었다.
왜 문학을 말하는가?
분명히 예수님은 뛰어난 문학적 자질을 타고난 분이다. 만약 예수님이 문학작품을 쓰셨더라면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특별히 공관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지닌 문학적 표현 능력뿐 아니라 작가의식도 주목해야 한다. 공관복음의 기록자들은 예수님의 사역을 다룬 이 전기적 책들에서 예수님의 문학적 표현 능력과 투철한 작가의식을 모두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복음서들에서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이 인간을 존중하셨다는 사실을 읽어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존중이 예수님의 천국복음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왜 초대교회의 교부들로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교회에서 불신해온 문학을 거론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의 비유적 표현이나 비유이야기에서 문학적 표현이 출중하다는 정도면 되지 예수님의 복음 가운데에 문학작품의 중심주제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논의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기보다는 인간의 이야기로 보려는 사람들의 한가한 혹은 엉뚱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 중심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은 전적으로 무능한, 전적으로 타락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논의에서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기독교인은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한다. 또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신앙의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예수님은 천국복음을 전하셨다.
그러나 이 글에서 예수님의 복음의 내용이 문학의 주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예수님의 천국복음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것을 주목하여 예수님은 참 하나님이시며 참 인간이시라고 천명해 왔지만, 실상 신학에서는 하나님의 아들, 즉 신으로서의 예수님에 치중하면서 인간 예수를 소홀히 해 왔다. 예배에서는 사도신경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경배하는 데에 몰두해 왔다. 설교에서는 때때로 예수님의 인간 사랑을 말하지만 우리는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독교인의 삶에서는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이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이러한 편향성에서 벗어나서 하나님 사랑과 인간 사랑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성경에 대한 문학적 관심이 도움을 준다. 예수님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 모두를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오히려 하나님 사랑에 치우친 유대인들의 편향성을 시정하기 위해서 인간 사랑을 더 강조하셨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대인들의 고르반 전통에 대한 비판에서 그러한 예수님의 태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수님은 인간을 위해서 오셨고, 이웃에게 인간적인 배려를 하라고 가르치셨고,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상을 받으리라고 말씀하셨고, 인간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셨다. 다시 말하지만, 예수님의 천국복음의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사실을 부각시키는 데에 성경에 대한 문학적 관심이 도움을 준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다는 사실에서 나타나는 하늘과 땅의 연합, 신과 인간의 연합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마 23:23) 한다는 말씀처럼 이것과 저것 모두를 중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편향성을 벗어나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런데 하나님 사랑과 인간 사랑이 단순히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두 가지가 아니라 예수님의 복음에서는 인간 사랑이 하나님 사랑으로 나아간다는 데에 유의해야 한다. 요한서신에서도, 인간 사랑을 강조해서,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요일 4:20)고 기록하고 있다.
예수님이 인간을 위해서 오셨다는 것을,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겠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에게 치중하면서 이 자명한 사실을 소홀히 해 왔다. 이 기본을 소홀히 할 때, 기초가 흔들릴 때 문제가 생긴다.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는 바로 이 기본, 즉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외면하는 데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전보다 더 중시해야 한다.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이 우리의 삶과 가르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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