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역의 교사교육을 갔다. 목회사회학연구소에서 전적으로 맡아서 교수 3명이 하루 종일 강의를 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왜 이 사회와 소통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사회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모양으로 참여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강의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는데 한 선생님의 질문이 있었다. 자신은 무엇보다 예수를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 믿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자기는 아이들 공과를 잘 가르치고 사랑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 중독인 아이에게 예배 드리는 것과 스마트폰 사용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물었단다. 그랬더니 아이가 혼자 고민하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예배를 드리더라는 것이다. 결론은 복음만 있으면 다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끝에 덧붙인 말씀이 자신은 운동권은 싫다는 것이다.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망과 함께 절망이 다가왔다. 물론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강의에 대해서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이렇게 또 벽에 부닥치는구나하는 절망감은 피할 수가 없었다.

이런 강의를 할 때면 우리나라 선교초기의 우리 신앙의 선배들에 대해서 많은 소개를 한다. 백정으로 제중원 원장인 에비슨 선교사의 도움으로 죽을 병에서 고침을 받은 박성춘, 백정을 사람으로 받아준 그 은혜에 감사해서 예수를 믿고 승동교회 장로가 된 사람. 400 여 명의 백정들을 복음으로 인도하고 교회에서 한 형제로 받아준 사람. 백정해방운동을 펼쳐서 백정들도 이름을 갖고, 상투를 틀고, 집에 지붕을 얹고, 양반이 지나가도 부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고종황제의 칙령을 얻어낸 사람.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후에 공부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의사가 된 그의 아들 박서양. 의사가 되어 잘 먹고 잘 산 것이 아니라 독립운동을 하며 일제를 피해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 군의관을 하게 된 사람.

3.1 독립운동에서 33인의 대표중 16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 전 국민 중 1% 밖에 안 되었던 기독교인들이 이 운동을 주도하며 민족을 대표하여 갖은 고난을 다 당하였던 사실.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고 민족의 지도자를 만들어낸 사실. 정말 대한민국이 태어나고 유지되기까지 수많았던 우리 선배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마음이 뜨거워진다. 우리 믿음의 선배들에 대해서 존경심도 생기고,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부심도 생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로 들어오면 그런 것은 다 필요 없고 예수만 믿으면 된다고 한다. 사회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다 운동권이고 예수 믿는 나는 그런 사람이 싫다고 대놓고 이야기를 한다.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를 찾아가는 것은 결코 복음에서 떠난 것은 아니다. 예수를 믿게 되었다면, 그리고 성경이 가르쳐 주고 있는 바를 살아가고자 한다면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바로 그곳에 하나님이 계시고, 바로 그곳에 하나님 나라가 임해야하기 때문이다. 예수를 믿는 것과 이 사회와 소통하며 그 변화를 위해 기도하며 노력하는 것은 결코 다른 두 측면이 될 수 없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신앙고백이어야 하고 우리 삶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이 나라에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바로 그것을 위해 오늘도 그리스도인으로 수고해야 한다. 이 일에 하나님의 지혜와 도우심이 함께 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