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형통은...?

“요셉은 무성한 가지, 곧 샘 곁의 무성한 가지라. 그 가지가 담을 넘었도다”(창49:22)

샘 곁에 심겨진 나무는 무성하게 자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성경은 샘 곁에 심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빗대서 “그 가지가 담을 넘었다”라고 기록한다. 샘 곁에 심은 나무는 처음부터 ‘형통의 복’을 받은 나무이다. 스스로 물을 찾을 필요도 없고, 누군가 때에 맞춰 물을 공급해주기를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다. 저절로 잘 자랄 수 있는 나무, 철따라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는 분명히 복이 많은 나무이다. 우리의 인생이 샘 곁에 심은 나무같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샘 곁에 심은 나무’는 요셉의 상징이다. 실제로 요셉은 성경의 뛰어난 위인들을 통틀어 가장 대표적인 형통의 인물이다. 요셉이 이방의 종이라는 비천한 신분을 깨뜨리고 애굽의 총리가 될 수 있었고, 하나님이 예정하신 선민 히브리 민족이 역사적인 대국 애굽의 고센 땅에서 무리지어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었다. 요셉은 이처럼 세상에서 크게 성공했고,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서 매우 소중한 도구로 선택받았다. 흔히 말하듯이, 그는 영육 간에 형통의 복을 누렸다.

따라서 성경은 요셉을 주저없이 형통의 인물로 묘사하며, 무수한 기독교인들이 요셉의 형통을 동경한다. 성경 인물을 본딴 수많은 이름들 가운데 남자 이름으로 '요셉', 또는 '요섭'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러나, 요셉의 형통은 ‘샘 곁에 심은 나무’처럼 저절로 얻어지는 행운이 아니었고, 좋은 여건을 배경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획득한 의지의 산물도 아니다. 요셉의 형통은 세상의 형통 즉, ‘만사형통’의 주술적인 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의 형통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통해 얻은 믿음의 결실이다. 그러나, 하나님과 동행하는 형통의 삶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굽은 길이 곧아지고, 마른 땅이 촉촉히 적셔지는 좋은 여건을 말하지 않는다. 요셉의 형통은 처절한 고난의 길을 걸으면서도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에게 주시는 '특별한 형통'이다.

요셉의 형통에 대해서 성경이 기록했던 시점에 주목하라. 그리스도인의 형통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 근본부터 달라진다. 그 시점은 애굽의 총리가 된 때도 아니고, 귀족 여인과 결혼해서 자녀를 낳았던 때도 아니며, 애굽의 실권자로서 부귀영화를 누렸던 ’화려한 때‘가 아니다. 가장 초라하고, 가장 비참하고, 세상에서 가장 외로이 버림받았던 고난의 때였다.

요셉이 이끌려 애굽에 내려가매 바로의 신하 친위대장 애굽 사람 보디발이 그를 그리로 데려간 이스마엘 사람의 손에서 요셉을 사니라.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 그의 주인 애굽 사람의 집에 있으니 그의 주인이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심을 보며 또 여호와께서 그의 범사에 형통하게 하심을 보았더라(창 39:2-3)

그의 주인이 자기 아내가 자기에게 이르기를 당신의 종이 내게 이같이 행하였다 하는 말을 듣고 심히 노한지라. 이에 요셉의 주인이 그를 잡아 옥에 가두니 그 옥은 왕의 죄수를 가두는 곳이었더라. 요셉이 옥에 갇혔으나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고 그에게 인자를 더하사 간수장에게 은혜를 받게 하시매 간수장이 옥중 죄수를 다 요셉의 손에 맡기므로 그 제반 사무를 요셉이 처리하고 간수장은 그의 손에 맡긴 것을 무엇이든지 살펴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심이라 여호와께서 그를 범사에 형통하게 하셨더라(창 39:21-23)

위의 두 상황이 어떤 때인지 아는가? 처음은, 요셉이 형들의 시기로 도단의 마른 물구덩이에 버려졌다가 이스마엘 상인들의 손을 거쳐서, 바로(파라오)의 친위대장인 보디발의 집에 종으로 팔렸던 시점이고, 나중은 보디발의 아내가 넌지시 던진 성적 유혹을 뿌리친 꽤심죄(?)로 감옥에 갇힌 때이다. 이삭의 총애를 받던 귀공자 요셉이 이방의 비천한 종이 되고, 마침내 죄수가 되어 감옥에 갇힌 고난의 시점을 성경은 이처럼 ‘형통’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나님의 백성이 누리는 거룩한 형통은 세상의 고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일까? 그럴 수 없다. 고난이 축복과 형통을 위한 통로가 될 수 있지만, 엄연히 형통은 형통이고 고난은 고난이다. 고난 자체가 가치롭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고난을 이겨낸 승리가 비로소 가치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요셉이 겪었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성경이 그를 두고 형통하다고 말했던 이유가 있다. 그토록 처절한 순간에도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시기 때문에 성경은 요셉이 ‘형통하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던 것이다.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서 다시 반복한다.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 “이는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심이라 여호와께서 그를 범사에 형통하게 하셨더라”.

그리스도인의 형통은 “영혼이 잘 되고, 범사가 잘 되고, 강건하고...” 처럼 세상의 온갖 복을 얻기 위한 ‘만사형통’이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자신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다. 요셉이 형들의 시기를 받지 않았다면, 애굽에 종으로 팔려가지 않았더라면, 누명을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갇히지 않았더라면 그는 일찍이 고난을 겪지 않았을망정 애굽 왕 바로와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애굽의 총리가 돼서 고센 땅에 히브리 민족을 세우고, 마침내 선민 이스라엘을 세우는 위대한 역사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처절한 고난의 때가 육신의 눈으로 볼 때는 인생의 칠흑같은 암흑기이지만, 영의 눈으로 볼 때는 찬란한 승리를 위한 태동의 시기일 수 있다.

요컨대, 성경에서 일컫는 형통은 흔히 생각하듯이 세상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도구 삼아 하나님의 위대한 뜻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믿는 자에게 고난은 그 자체로서 저주가 아니라 진정한 형통을 위한 시험의 때이며, 연단의 때이며, 준비의 때이다. 지금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주의 손을 꼭 붙잡아라! 주와 반드시 동행하라! 그때, 지금 겪고 있는 고난은 자신을 통해서 하나님의 위대한 뜻을 이루시는 형통의 아름다운 전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