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기의 터튤리언은 믿음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테네와 예루살렘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4세기의 제롬 역시 “호라티우스와 시편 작가가 어떻게 동행할 수 있으며, 버어질과 복음서, 키케로와 사도가 어떻게 동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들의 이분법적인 사고는 플라톤 철학에서 나온 것이고, 이러한 주장의 성경적 근거는 바울의 “의와 불법이 어찌 함께 하며 빛과 어둠이 어찌 사귀며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어찌 상관하며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요”(고후 6:14-16)에 있다. 바울은 여기서 문학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문학을 불신한 교부들은 문학을 불법, 어둠, 벨리알, 불신앙, 우상으로 보았다. 그들의 문학에 대한 편견은 중세기를 거쳐 19세기 말까지 신학계에서 지속되었고 그 고정관념은 아직도 한국교인들의 의식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언어와 문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믿음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가 비슷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문학비평가들은 문학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를 구별하고 감정의 언어와 이성의 언어를 구별한다. 문학의 언어는 감정의 언어이고 과학의 언어는 이성의 언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종교학자들이나 신학자들은 종교의 언어를 과학의 편에 두지 않고 문학의 편에 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교부들이 문학을 세속적인 것으로 성경을 성스러운 것으로 구분했던 것과 달리, 현대 신학자들은 그 구분의 기준을 언어의 특성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종교학자들은 현대에 와서 성과 속이 가로막혔던 담을 넘어서 서로 넘나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성경과 문학을 구분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둘의 유사성을 생각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언어의 특성에 주목하는 신학자들에 의지해서 믿음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의 유사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믿음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는 감정의 언어, 주관적인 언어, 경험의 언어, 꿈의 언어 등의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문학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감정의 언어이다.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거나 한숨을 쉬는 경우가 많다. 시가 아닌 수필을 읽으면서도 감동을 받고 글 솜씨에 감탄하기도 한다. 연극을 보면서 우리는 웃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한 감동은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들은 손자나 손녀가 읽어주는 『장화홍년전』이나 『심청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놀부와 흥부전』을 들으면서 흥부를 동정했다. 플라톤은 그의 공화국에서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시인이 뮤즈의 영감(inspiration)을 받아서 시를 쓰기 때문에 감정에 도취한 시인의 글은 이성적이지 않다는 데 있었다. 특별히 낭만주의 시를 쓴 시인들은 감정을 중시했다. 그러나 낭만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시인 자신의 감정이 메말라 있다면 독자를 감동시키는 시를 쓸 수 없다.

성경 역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구약에서 보면 하나님이 백성에게 악한 길로 가지 말라고 선지자들을 통해서 백성들을 권면하시지만,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다. 그러면 하나님은 그들에게 엄포를 놓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시지만, 계속 참으면서 당신의 말씀을 들으라고 가르치셨다. 이런 장면을 접하면서 독자들은 하나님의 선하심과 오래 참으심에 감동하게 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시편기자는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여호와의 은혜를 감사하면서, “할렐루야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누가 능히 여호와의 권능을 다 말하며 주께서 받으실 찬양을 다 선포하랴”(106:1-2)라고 노래하고 있다.

또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나님이 독생자를 이 세상에 보내셨다는 사실 앞에서 감사하며 감동하게 된다. 그 독생자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셨다는 사실 앞에서 감사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하나님은 우리를 감동시키시는 주님이다. 성경을 읽거나 들을 때 마음이 뜨거워진다. 찬송가 역시 우리의 감정에 호소한다. 주님의 십자가에서의 고난을 노래하는 흑인영가는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주가 그 십자가에 달릴 때. 때로 그 일로 나는 떨려, 떨려, 떨려.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라고 감정에 호소한다. 우리는 찬송가를 부르면서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믿음이 주제인 성경이야기는 감사와 찬양이 중심이 되어 있다.

특별히 부흥집회에서 강사들은 우리의 감정에 호소한다. 옛날에는 흔히 지옥의 고통을 상세히 언급하면서 공포를 느끼게 했다. 요즘도 길거리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고 외치는 전도자들을 만나는 일이 있는데, 그 모토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유발시켰던 부흥강사들의 설교의 잔재이다. 요즘은 지옥의 고통을 장황하게 언급하지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든지 통곡하며 회개하도록 분위기를 잡는다. 통성기도를 유도할 때 “주여”를 큰 소리로 삼창하게 하는 것도 감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담담하게 전개된 설교보다는 감정을 움직여서 감동시키는 설교가 효과적인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문학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믿음의 언어는 감정의 언어이다.

문학작품은 주관적인 글이다. 작품을 쓰는 것을 창작한다고 말하고 작품을 창작품이라고 부르는데, 작가는 자기 마음에 맞는 어휘를 선택하고 자기 나름대로 문장을 배열하고 자기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작품에 담는다. 다른 사람의 작품과 다른 작품을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작가마다 내용뿐 아니라 문체가 다르게 되어 있다. ‘문체는 바로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런 면에서 문학작품은 객관성을 추구하는 역사 기록이나 과학적 기록과 다른 주관적인 글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서 쓴 기록이지만, 기록자들의 주견이 가미되었다. 예를 들어서, 예수님의 공생애를 다룬 복음서들의 구성과 내용이 각각 다르고 문체가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서 그 기록자들이 수동적인 기록자들이 아니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료들을 기록자 나름대로 선택하여 정리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가복음 1장 1-3절에는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목격자와 말씀의 일꾼 된 자들이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누가복음 기록자는 붓을 든 여러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이 기록한 것을 그대로 베끼려고 했다면,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핀 후에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글을 써서 데오빌로 각하에게 보낸 것이 분명하다. 그 결과 누가복음은 어느 다른 복음서와는 다른 책이 되었다.

기록자들이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그들의 판단에 따라 골라 뽑았다는 사실을 요한복음이 분명하게 증언해준다. 요한복음 20장 30-31절에는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이라고 되어 있고, 21장 마지막 절에는 “예수께서 행하신 일이 이 외에도 많으니 만일 낱낱이 기록된다면 이 세상이라도 이 기록된 책을 두기에 부족할 줄 아노라”고 기록되어 있다.

위에서 인용한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의 기록을 통해서 성경의 기록자들이 수동적인 기록자들이 아니고 능동적인 관여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성경의 기록자들을 관여자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록자들이 그들의 상상력에 의해서 성경의 내용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의 기록자들이 작가들처럼 창작해 낸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목적에 맞게 그들에게 전해진 자료들을 정리했다는 면에서 제한된 범위에서 나마 기록자들의 주관이 반영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문학은 경험의 언어이다. 우리는 작품을 읽으면서 간접경험을 한다는 말을 한다. 작가는 먼저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작품의 인물들을 통해서 전달하고 독자는 인물들의 경험을 접하면서 간접경험을 한다.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작품을 쓰겠지만, 그 상상된 세계는 직접, 간접으로 그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폭 넓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폭 넓은 경험 안에는 직접 경험한 것뿐 아니라 그가 들은 것이나 책에서 읽은 간접경험도 포함된다. 작품 가운데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시에서도 시인의 경험이 시어를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여기서도 독자는 시를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의 영역을 넓힌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고, 시를 읽고 감동을 받는 것 역시 경험이다.

성경에는 믿음의 사람들이 겪은 신앙적 경험이 기록되어 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아버지의 집을 떠났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나이 들어서 난 아들 이삭을 바치려고 길을 나섰다. 모세 역시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담대하게 바로에게 나아갔다. 기드온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300명의 적은 수의 군사들을 이끌고 담대하게 나아갔다. 성경은 이러한 믿음의 사람들의 신앙적 경험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예수님의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성경을 통해서 경험하고, 바울을 통해서도 헌신적인 복음전파를 배운다. 우리는 그들의 경험을 대하면서 간접경험을 하고 그들의 신앙을 본받으려고 애쓴다. 이러한 깨달음, 배움은 문학작품에서 간접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학작품과 성경의 이야기가 모두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체의 틀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문학작품과 성경에서 독자들이 등장인물들의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는 면에서 문학작품과 성경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문학의 언어는 이상세계를 갈망하는 꿈의 언어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설은 지어내는 것이지만 가능한 것을 다룬다고, 이 가능한 세계는 역사보다 더 진실한 것을 다룬다고 말했다. 토마스 모어는 그의 『유토피아』에서 세상에 없는 이상적인 사회를 그렸다. 그 사회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적인 것이지만, 그가 소망하는, 꿈꾸는 사회이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헨리 8세 당시의 부패하고 뒤틀린 사회를 보면서도 그에게 그 사회를 바로잡을 힘이 없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그의 꿈을 『유토피아』에서 그렸다. 토마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 소설은 작가의 소망을 그리는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작가들은 너 나를 가릴 것 없이 그들의 작품에서 자신의 꿈을 드러낸다. 소설만이 아니라 모든 문학작품에서 작가는 그가 꿈꾸는 진실한 삶, 진실한 사회를 그린다. 그들은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소망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기독교인들 역시 꿈꾸는 사람들, 소망을 지닌 사람들이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라고 말한다. 이 악한 세상에 살면서 하나님의 선한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이 땅 위에 세우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모어의 유토피아 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날마다 기도한다. 그리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 고달프고 악한 세상 다음의 낙원을 소망한다. 우리는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주님과 함께 살 날을 소망하면서 현세의 고달픈 삶을 견뎌나간다. 믿음은 소망 가운데서 자라고 소망 가운데서 강해진다.

이사야서에 제시된 메시아에 대한 예언 역시 이 악하고 고달픈 세상에 전개될 낙원에 대한 소망을 표현한다. 메시아 대망 사상은 유대교인들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해 있어서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예수님이 무력으로 그들을 압제하는 로마를 물리쳐 주시기를 바라고 있었다. 시편 기자는 “여호와께서 그들이 바라는 항구로 인도하는도다”(107:30)라고 노래한다. 히브리서에서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했다. 믿음의 언어는, 문학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이상세계를 갈망하는 꿈의 언어이다.

이렇게 믿음의 언어와 문학의 언어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다. 이러한 두 언어의 유사점으로 인해서 믿음이 문학의 표현을 취할 수 있었고, 20세기의 신학자들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기록한 성경을 문학적 시각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성경이 문학의 형식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성경 해석에 문학비평 방법을 도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성경을 새롭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초대교회의 교부들이 문학을 불신했던 것을 생각하면 20세기 이후에 일어난 신학자들의 문학에 관한 관심은 정말 놀랍다. 마치 지동설을 반대하던 교회가 지동설을 받아들인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앙인들은 자기가 배운 것, 생각하는 것을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고정관념에 함몰되어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예수님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고 한탄하셨다. 하나님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설명이나 해석에는 항상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인간의 생각이나 관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사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신앙인에게 가장 큰 덕목은 겸손이다.

그래서 이사야 선지자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끊임없이 묵상해야 한다.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사 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