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의 토론회 모습(왼쪽 두 번째가 이혜진 목사)

스위스 민간 싱크탱크 세계경제포럼(WEF)이 28일(현지시각) 발표한 2014년판 '남녀격차 보고'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42개국 중 117위라는 부끄러운 순위를 기록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한국 남녀평등 순위, 이렇게 낮다니” “한국 남녀평등 순위, 충격”등의 반응이다.

이렇게 부끄러운 현실 속에서도 더 열악한 곳이 있다. 바로 한국교회다. 사회에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지만 한국교회의 여성 목회자는 ‘출산’이 곧 ‘퇴직’이다. 여신도였다면 ‘축하받았을 일’인 임신이 여성 목회자이기에 ‘숨길 일’이 되고 있다.

과거 1980년대까지 한국사회 직장 분위기에서 여직원의 결혼은 퇴직을 의미했다. 계속 근무한다고 해도 임신하면 출산할 즈음에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출산휴가가 아닌 출산퇴직이다. 맞벌이가 일반화 된 오늘날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런 상상도 못할 일이 한국교회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 여성 목회자들이 모여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28일 오후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한국교회 성인지예산 토론회’에서다.

NCCK 양성평등위원회(위원장 김혜숙 목사) 주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먼저 한국사회 어떤 분야보다 뒤처진 한국교회 양성불평등 사례들이 소개됐다.

‘20년 전에 나왔던 얘기들이 지금까지 계속 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선배 여성 목회자로서 미안함을 느낀다’는 토론회 사회자 김혜숙 목사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이날 소개된 불평등 사례와 통계 및  해결방안은 전혀 새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이는 ‘여성 스스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 할당제 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여성의 리더십을 개발해야 한다’ 등의 분명한 대안들이 있음에도 한국교회가 여성 불평등의 문제를 개선하고자노력하지 않았음의 반증이라 하겠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관심을 끄는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 여성 목회자들의 ‘결혼 후 목회 가능성’에 관한 논의였다. 대부분 여성 목회자들이 원하는 ‘목회와 출산ㆍ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교회 내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여성목회자 현실과 제언’을 주제로 발제를 한 이혜진 목사(기장 여교역자협의회 총무)는 여성 목회자의 임신ㆍ출산ㆍ육아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기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출산을 위해서는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그에 따른 업무 공백 문제로, 출산할 즈음에 일을 그만두게 하는 분위기가 교회 내에서 형성되는바, 여성 목회자의 임신ㆍ출산ㆍ육아 문제를 한 개인의 일이 아닌 교회 공동체의 일로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교회 공동체가 한 생명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면서 “동료 목회자들은 출산으로 인한 빈자리의 짐을 함께 지겠다는 동료 의식이, 교인들은 협력해서 목회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목사는 ‘성인지 예산’ 책정과 지원과 같은, 교단이나 노회 차원에서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성인지 예산’은 여성이 주로 담당해 온 임신, 출산, 양육과 돌봄노동이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는 방식을 인정하고, 이로 인해 부모가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직장을 떠나야하는 데서 오는 소득 손실을 인정하고 보상하기 위한 예산이다.)

이 목사는 “다른 동료 교역자에게 일이 그대로 옮겨가게 하기보다는 출산휴가(3개월) 동안 유급으로 대체해 일할 사람을 세우면 조금은 수월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교단이나 노회가 성인지 예산을 책정해 대체 사례비 50%를 지원하면 개 교회가 큰 부담 없이 이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이 목사는 ‘목회자도 세금을 내고 4대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불안정한 고용문제와 출산과 육아에 대한 문제를 정부로부터 도움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떄까지 이 목사는 “교단에서 성인지 예산을 책정해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출산휴가 급여(매월 135만원씨 3개월) 및 육아휴직 급여(월 급여의 40%, 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의 절반 정도를 지원해 주고, 나머지는 각 지교회에서 부담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