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서)의 내용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기록자의 의도를 바르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연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토대가 되지 않으면 잘못된 주장이 될 뿐입니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이든지 아니면 비기독교인의 관점에서든지 예외가 없습니다.

마태복음에는 예수님이 율법을 폐하려하지 않되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마 5:17~18)고 말씀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십자가를 통하여 예수님이 율법을 폐하셨다고 하였습니다(엡 2:14~15).

어떻게 평가하여야 할까요? 분명히 표면적으로 모순입니다.

이를 두고서 “서로 상충한다. 관점이 다르다.” 거기에다가 마태복음이 에베소서보다 뒤에 기록되었다는 관점을 가지고서는 마태가 바울 사도의 관점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일반적으로 자유주의를 토대로 한 진보신학 진영에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때로는 기독교 밖에 있으면서 기독교를 연구하는 이들에게서도 발견됩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인데, 과연 그럴까요?

성경(서)은 언약의 책입니다. 그렇기에 기록자의 의도를 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언약에 대한 바른 이해는 필수입니다. 옛 언약과 새 언약, 옛 언약에서 새 언약으로 넘어가는 시점의 특성 등을 바르게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옛 언약은 율법이 중심입니다. 이스라엘은 옛 언약의 백성입니다. 옛 집입니다. 예수님은 그 율법을 완전케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완전케 된 율법이 생겨났다고 보아야 합니다. 곧 신약에서 성령의 (율)법, 그리스도의 (율)법, 자유의 율법, 자유하게 하는 온전한 율법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그것이 새 언약의 중심입니다. 교회는 새 언약의 백성입니다. 곧 새 집입니다.

복음서는 옛 집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새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고 서신서는 새 집이 지어진 상황에서 새 집에서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새 집에 들어온 사람들은 두 부류입니다. 옛 집에 살다가 새 집으로 이사 온 이들과 애초에 옛 집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가 새 집으로 들어오게 된 이들입니다. 전자는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고 후자는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입니다.

두 부류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가? 당연히 있습니다. 옛 집에 살았다는 것과 옛 집에 살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곧 옛 언약의 관점에서 하나님의 백성이었다는 것과 애초에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새 집에 들어왔기에 새 집에서의 삶의 원리를 따라야 합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옛 집에 익숙해 있던 이들과 바로 새 집에 들어온 이들은 그 수용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옛 집에서의 삶의 원리에 익숙한 이들에게 새 집에서의 삶의 원리를 따라야 하기에 옛 집에서의 삶의 원리를 곧바로 버려야 한다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합니다. 구약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옛 집에서의 삶의 원리인 율법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시편에서는 율법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합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수여하신 칭송받는 율법이기에 버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택하신 방식이 무엇인가 하면 일정 기간의 유예 기간을 두는 것입니다. 옛 집에 살다가 새 집에 들어온 이들에게 일정 유예 기간을 준 것입니다. 옛 집에서의 삶의 원리를 따르는 것에 대해 일정의 유예 기간을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은 율법을 준수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어떤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 준수를 요구하였고 그에 대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이 따랐던 것입니다. 그에 대해 바울 사도가 하나님의 뜻을 지속적으로 전합니다. 잘못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다른 복음이라고 강력하게 정죄합니다. 하나님의 경륜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관련하여 예루살렘에서 공의회가 열립니다. 예루살렘 공의회(행 15장)에서 논점은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율법을 지켜도 되느냐 안 되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율법을 지키라고 하여야 하는가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였습니다. 결론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은 그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율법 준수에 열성적이었습니다(행 21:20).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은 옛 집과 애초에 무관하기에 옛 집에서의 삶의 원리인 율법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들은 새 집에서의 삶의 원리를 따르면 되었습니다. 성령의 (율)법, 그리스도의 (율)법, 자유의 율법, 자유하게 하는 온전한 율법을 따르면 되는 것입니다.

유예 기간은 말 그대로 유예 기간입니다. 옛 집을 완전히 허무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있게 되면 더 이상 유예는 없어지는 것입니다. 유예 기간은 옛 집을 완전히 허무시기 전까지입니다. 옛 집을 허무는 것에 대해서는 복음서와 서신서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바입니다.

옛 집을 완전히 허물면 더 이상 유대인 그리스도인들도 율법에 열성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율법을 완전하게 한 성령의 (율)법, 그리스도의 (율)법, 자유의 율법, 자유하게 하는 온전한 율법만을 따라야 합니다. 이방인 그리스도인들과 같이 말입니다. 원리적인 한 몸을 넘어서서 완전한 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복음서와 서신서에 함께 이야기된 옛 집을 허무시는 하나님의 역사 곧 옛 집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언제 이루어졌는가? 예루살렘 멸망과 돌 성전 파괴가 행해진 주후 70년입니다. 로마를 통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구약에서 범죄한 이스라엘에 대해 하나님께서 이방 국가의 손을 빌어 심판하셨던 것과 같습니다. 이는 옛 언약에 대한 공적 파기입니다. 옛 언약의 중심이었던 율법이 실질적으로 완전히 폐하여지는 시점입니다.

히브리서는 그 심판 이후에 뒤따라야 할 변화를 염두에 두고서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쓰인 글입니다. 더 이상 옛 언약과 그 언약의 중심인 율법을 붙들려고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기에 미리 준비시키는 것입니다.

주후 70년에 옛 언약을 공적으로 파기한 이후에는 이스라엘은 더 이상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이 아닙니다. 한 불신 국가일 뿐입니다. 하나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복음에 대해 수용하고 새 언약 안으로 들어와야 할 뿐입니다. 그 시점 이후의 이스라엘은 성경의 이스라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마태복음서의 율법에 대한 진술과 바울 사도의 진술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습니다. 마태복음에서 율법과 관련하여 이야기된 천지는 오늘날의 우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들려지던 시점의 언약의 세계 곧 옛 언약의 세계에 대한 관용어입니다. 예수님은 말씀은 율법이 무시간적으로 일점일획도 폐하여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옛 언약의 세계가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 그렇다는 뜻이었습니다. 주후 70년에 옛 언약이 공적으로 파기되었습니다. 옛 언약의 세계가 폐해진 것입니다. 그때 이후로는 당연히 폐해지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십자가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율법을 완전하게 하셨고 그것이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즉각적으로 적용되기에 그들에게 편지하면서 율법이 폐해졌다고 기술한 것입니다.

참고로 신약 성경은 모두 주후 70년 이전에 기록된 것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주후 70년에 이루어진 옛 집에 대한 공적 심판에 관한 것입니다. 기록 시점에서는 미래에 이루어질 일이고 지금 시점에서는 과거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기록 시점에서 곧 이루어질 일이었습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길어도 한 세대를 지나지 않는 기간입니다. 실제로는 7년 정도의 기간 이후에 실행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의 내용 자체를 바르게 살피면 옛 집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성경(서)의 가르침은 기록자의 의도를 바르게 파악하고 논하여야 합니다. 내부자의 관점이냐 외부자의 관점이냐는 차후의 사안입니다. 어느 쪽이든지 성경이 원래 말하는 바를 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평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기록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그것이 어떻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 뿐입니다. 장고 후에 악수라는 바둑 용어의 전형일 뿐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바르게 파악함에 있어서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모든 성경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전제입니다. 이 전제는 성경의 내용이 일관성이 있으며 내용적으로 모순이지 않다는 것을 담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차이는 기록 시점과 그 당시의 상황의 차이로 인한 것입니다. 그러한 내용들은 모순이 아니라 언약의 시점에 따른 변화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감동을 인정하지 않으면 표면적인 차이가 모순으로 보이지만 인정하고 바르게 연구하면 그 차이가 변화로 보입니다.

오늘날 많은 신학자들이 그 전제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 마땅히 따라야 할 길인 양 생각합니다.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닙니다. 그런 착각이 팽배한 이 시대에 대한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 전제를 지키지만 그 삶이 엉망인 보수주의의 문제는 어쩌면 더 심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