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터 에르도 추기경의 발표 모습(유투브 동영상 캡쳐)

동성애, 이혼 그리고 혼전 동거를 2천년 동안 금기시해 왔던 가톨릭 교회가 이를 포용하는 전향적 입장을 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가톨릭 내부적으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 개신교는 ‘가톨릭 너마저?’라는 반응이다.

“교회, 동성애자ㆍ이혼자ㆍ혼전 동거자도 환대해야”

지난 5일부터 바티칸에서는 세계 각지의 주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Synod 14’가 열리고 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가톨릭교회에서 중요한 문제에 당면할 때 이의 해결을 위해 주교들이 모여 개최하는 회의다.

외신에 의하면 세계주교대의원회는 회기 중인 13일(현지시간) 교회가 동성애와 이혼, 혼전동거 등에 대해서 유화적이고 전향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12쪽 분량의 예비보고서를 공개했다.

200여 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임보고관인 페터 에르도 추기경에 의해 발표된 보고서에는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물론 이들의 아이들도 환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동성애자와 관련해서는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 교리는 유지하되 동성애자에게도 은사(恩賜·gift)가 있으며 이들 사이에 희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돕는 사례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사목은 동성애와 동거 등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필요로 한다"면서 "그들은 환영받아야 하고 인내와 사려도 함께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교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세속적 결혼과 혼전 동거의 긍정적 면모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혼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이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피임도 상당수 신자가 교회의 금지방침을 어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유화적 입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혼 및 재혼 신자의 영성체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주교들의 의견이 갈렸다면서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 예비보고서 표지(유투브 동영상 캡쳐)

동성애 단체들은 ‘환영’… 보수 가톨릭은 ‘반대’

예비보고서에 불과하지만 이날 발표가 있자, 외신들은 ‘지진’, ‘혁명적 전환’이라는 단어 등을 써 가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성애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가톨릭 보수단체들은 반발했다.

주교들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논의한 뒤 19일까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다. 최종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년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두 번째 세계주교대의원회의까지 논의는 계속하지만 최종 결정은 교황이 내리게 된다.

AP는 “결혼과 이혼, 동성애, 피임과 같은 중대 사안들에 대한 이번 보고서의 어조는 거의 혁명적 수용”이라며 “동성애를 2천년간 죄악시해온 가톨릭에서 이같은 문제제기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미국의 최대 동성애 권리보호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채드 그리핀 회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가톨릭의 지진 같은 입장 변화이자 어둠 속의 광명”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가톨릭 내 보수파 대표격인 레이먼드 레오 버크 추기경은 “상당수 주교들이 (이번 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대주교인 티모시 돌란 추기경은 “보고서는 단순히 초안일 뿐이며 최종 결론까지는 논의할 것이 많다”며 그대로 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예비보고서도 주교들 간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향후 토론의 장을 열어놓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실제로 예비보고서가 발표된 후 41명의 주교가 공식 반대의사를 나타냈다고 NYT는 전했다.

성경에 근거해서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있는 개신교, 특히 외국의 일부 개신교 종파가 동성애 및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어 이를 경계해 오고 있는 한국 개신교는 같은 입장을 취해 오던 가톨릭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가톨릭 너마저?”라며 경계하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