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56회 증경총회장이자 한국교회사의 산증인인 방지일 목사(103세)가 10일 새벽 0시 20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방 목사는 9일 오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회복하지 못했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 방지일 목사는 1911년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복음의 씨앗’이었던 할아버지(방만준)와 목사인 아버지(방효원)에 이어 3대째 크리스천으로 일제 치하 당시 보기 드문 기독신앙인 집안에서 자랐다.

1929년 숭실대에 입학했다. 당시 밤에는 일하고, 야학 봉사까지 감당하면서도 정오리교회를 개척하기도 했다. 1933년 숭실대 영문과를 졸업한 방 목사는 그해 평양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입학해 신학을 시작했으며, 1937년 신학교 졸업과 함께 목사 안수를 받았다.

신학교 재학 중이던 1933~1937년, 평양 장대현교회 전도사로 시무했다. 평양대부흥의 주역 길선주 목사가 당시 원로목사였다. 방 목사는 앞을 잘 보지 못하는 길 목사의 손을 잡고 집회를 다니기도 했다.

안수를 받은 그는 1937∼1957년, 부친인 부친 방효원 목사가 선교사로 사역하던 중국 산동성에 선교사로 파송돼 중국 공산화로 추방될 때까지 21년 동안 중국 선교사로 사역했다. 당시 대동아선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가입을 강요하던 일제의 제안을 거절했다.

1957년 귀국해 영등포교회에 부임해 1979년까지 담임목사를 맡았다. 중국 당국은 1957년 그를 북한으로 추방하려고 했으나 중국에 남은 마지막 기독교 선교사라고 서방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 목사는 이후 예장통합 총회장과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 명예회장 등을 지냈다. 100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지난 해 부활절연합예배 설교자로 나서는 등 최근까지 활동해 왔다.

‘닳아 없어질지언정 녹슬지 않는다’를 좌우명 삼아 평생 교회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방 목사는 연세대 제3회 언더우드선교상을 수상하고, 국민훈장 모란장에 서훈되는 등 교계를 넘어 사회에서도 그 업적과 공로를 인정을 받아왔다.

한편 방 목사에 대한 장례는 예장통합(총회장 정영택) 주관 한국기독교회장으로 치러진다. 입관예배는 11일 오후 8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며, 장례예배는 14일 오전 9시 서울 종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다. 유족으로는 아들 선주, 딸 선자 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