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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낙엽가을은 결실과 성찰과 기도의 계절이 아닌가
김홍섭  |  iho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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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9월 22일 (월) 14:50:42
최종편집 : 2014년 10월 03일 (금) 04:24:59 [조회수 :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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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낙엽

   
▲ 김홍섭

꽃은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것은 아니다. 꽃은 기쁨이며 축하며 무엇보다 의미다. 꽃은 학술적으로는 식물에서 씨를 만들어 번식 기능을 수행하는 생식 기관이며, 꽃을 형태학적으로 관찰하여 최초로 총괄한 사람은 식물계를 24강(綱)으로 분류한 린네(Carl von Linné,1707~1778)였다. 꽃은 다양한 부위로 구성되어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암술·수술, 꽃잎·꽃받침·꽃덮이·꽃턱·꽃자루·포엽 등 다양한 부위가 있다. 꽃도 형태로 구분하여 갖춘꽃·안갖춘꽃, 민덮개꽃(무피화)·꽃덮이꽃(유피화), 정제화·부정제화, 양성화·단성화·중성화 등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꽃은 우리에게 학술적, 이성적으로 보다 먼저 감성적, 정서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아름다운 꽃, 향기로운 꽃 그리고 빨강, 노랑, 초록, 보라 등 감각적 색깔과 냄새로 다가 온다. 무엇보다도 꽃은 우리에게 의미와 상징으로 그리고 어떤 사람이나 사상(事象)과 연상되어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의미를 더해 가치나 염원을 담기도 한다.

꽃과 관련하여 많은 시인들의 노래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장미, 괴테의 들장미,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있다. 파운드(Ezra Pound)는 ‘지하철 정거장에서(IN A STATOIN OF THE METRO)’란 시에서 “군중(群衆)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라고 사람을 꽃에 비유한 명시를 썼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현대 시인들이 꽃을 노래했다. 영랑의 모란, 소월의 진달래, 미당의 국화꽃, 춘수의 ‘꽃’ 그리고 고은의 ‘그 꽃’ 등을 들 수 있다. 꽃의 이미지는 다양하게 확장되어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 자리한다. 눈꽃, 눈물을 흘리는 눈물꽃, 꽃비, 꽃안개,,,무수히 많다. 시인 김춘수는 시와 의미에 대해 ‘꽃’ 이란 명시를 남기고 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는 사물(事物)의 사물성(事物性)을 집요하게 탐구하여 사물을 날카롭게 응시하며 존재론적 세계를 이미지로 노래하였다.

꽃은 영화로움, 아름다움, 빛나고 번영하는 시절을 의미하며 그것을 우리는 화양연화(花樣年華)라 하기도 한다. 행복하고 빛나던 시간, 꽃과 같던 영화로운 시대, 젊었던 시절 등으로 이해되기도 하며 2000년에 양조위와 장만옥 주연의 동명 홍콩영화로 유명하기도 한다.

지는 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꽃은 화사하고 빛나는 의미를 갖는 것과 비교하여, 낙엽은 일응 쓸쓸하고 조용한 의미를 갖는다. 사색과 침잠과 그리고 이별과 죽음, 부활 등의 의미로 다가온다. 낙엽하면 먼저 우리는 프랑스 시인 구르몽(Remy de Gourmont,1858~1915)의 시를 떠올린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시몬!/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물론 그보다 더 오랜 호머(Homer)의 시도 있다. "... 사람은 나뭇잎과도 흡사한 것, 가을 바람의 땅에 낡은 잎을 뿌리면 봄은 다시 새로운 잎으로 숲을 덮는다..."

헤세(H. Hesse)도 ‘낙엽’이란 시를 “꽃마다 열매가 되려 하고/아침은 저녁이 되려 하니/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 말고는/달리/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여름까지도/가을이 오자/조락(凋落)을 느끼게 하네/나뭇잎이여/바람이 너를 유혹하거든/그냥 가만히 달려 있거라//네 유희를 계속하며 거역 치 말고/그대로 가만히 내버려둘지니/바람이 너를 떨어뜨려/집으로 불어가게 하여라.“

우리에게도 낙엽을 노래한 시인이 많다. 신라 향가 제망매가는 “...여기 저기 떨어진 나뭇잎다이...”라고 읊었고, 도종환은 ‘낙엽’에서 “헤어지자/상처 한 줄 네 가슴 긋지 말고/조용히 돌아가자// 수없이 헤어지자/......네 몸에 남았던 내 몸의 흔적/고요히 되가져가자/흔적 없이 헤어지자/오늘 또다시 떠나는 수천의 낙엽“이라 노래했다.

조병화도 ‘낙엽끼리 모여산다’에서 “낙엽에 누워 산다/낙엽끼리 모여 산다//.....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낙엽끼리 모여 산다/낙엽끼리 누워 산다“라고 낙엽들이 함께하는 미학을 제시한다.

낙엽이 쇠락과 이별의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낙엽은 동시에 미래의 생명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뭇잎은 낙엽으로 낙하하여 흙이 되어 다시 나무뿌리와 줄기를 타고 올라가 다시 꽃으로, 잎으로 태어나는 생성과 부활의 길, 긴 자연 순환의 길을 간다. 나뭇잎은 선인들의 깨달음처럼 흡사 인간의 생명과도 같은 점에 유의하게 된다.

꽃의 빛난 광휘를 노래하고 즐기자. 그리고 낙엽의 빛깔과 되돌아감의 겸허를 배우자. 긴 희망과 기다림을 간직하자. 이제 가을이 오고 있다. 벼가 익고 감이 붉어진다. 은행잎이 노래지고 떡갈나무 소리가 커지고, 단풍 얼굴이 붉어지고 있다. 가을에는 결실과 성찰과 기도의 계절이 아닌가. 햇살을 만상에 더 비춰 해맑은 열매를 옹골차게 하며, 겨울과 새 봄을 기대하는 시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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