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인터넷신문에 사진을 포함한 단신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연합뉴스 스포츠부에서 올린 이 기사의 내용 전문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가 최근 협력도시인 경기도 고양시 종합운동장 주변 도로에 설치한 '인공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고양시가 '오성홍기'를 두고 '인공기'만 철거(빨간색 원)하면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이다. 요약할 것도 없는 간단한 기사이다. 핵심은 고양시가 인천아시안게임 참가국의 국기를 게양하면서 조선의 인공기를 철거했고 이것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 규정위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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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들의 스포츠제전인 아시안게임 개막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아시안게임은 근본적으로 비정치적 행사이다. 물론 몇몇 국가들은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게임 참가를 보이콧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구현하는데 대부분의 국가들이 협력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대치점에 있는 국가들이 순수 스포츠 경연의 장에 참여하여 어깨를 맞대고 경쟁하는 것이 주요한 뉴스꺼리가 되기도 한다. 때로 스포츠는 국가 간의 갈등을 해결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남북 단일팀 혹은 단일응원단 구성,동시 입장 등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스포츠는 일단 참가하게 되면 그것은 전적으로 비정치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들먹이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 스포츠를 통한 국가 간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목적은 정치적이긴 하지만 보다 큰 틀에서 보면 인류사회의 평화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스포츠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 현재 남북관계가 매우 첨예하고 대립이 극에 달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개최하는 아시안게임에 조선이 참가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그런데 국기 게양의 문제가 지금 발목을 잡으면서 국제적인 비웃음꺼리가 되었다. 적대적인 위치에 있는 국가라고 해서 국기를 게양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는 잇을 수 없는 일이며 참가 당사국에 대한 결례임이 분명하다.

연전에 조선에서 열린 역도대회에 한국이 참가하였다. 북한이 지금 한국과 비슷한 입장이겠다. 이 대회에서는 이례적으로 한국의 국기가 게양되었고 금메달을 딴 선수를 위해 국가인 애국가를 연주해주었다. 이를 놓고 언론은 다양한 해석을 해댔다. 그러나 사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냥 스포츠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국기 문제로 국제적인 결례까지 범하는 우를 행했다. 그동안 어리석은 이 민족은 당연한 것을 하지 않았고 이제야 시작했는데 그걸 도 가로 막는 악순환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공식적인 국제행사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것들 조차 지키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내 생각에 이런 딜레마는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 때문일 것이다. 국보법이라는 실정법은 인공기를 게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미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많이 꺼내들었던 역사가 있다. 이미 무너진 법조항 때문에 아시안 인류의 순수한 스포츠 제전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 아닐 수 없다.

고양시에서 조선의 깃발을 철거하라는 지시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국가의 정보기관인지, 법원인지, 아니면 지역의 보수단체인지, 최고지도자인지? 어쩌면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게는 이번 행사를 치르는데, 크게는 민족의 통일미래에, 더 크게는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의 바람에!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을 잘 치러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평화적인 방향으로 유도해 갈 수 있는 대회로 치러야 한다. 그것이 국민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진행하는 행사의 방향으로 적절하다. 국민은 평화를 바라고 화해를 염원한다. 대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데 돈을 쓰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인천시와 유관 지자체, 기관들은 이런 국민의 염원을 기억하고 더욱 분발해 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