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즈음의 청주는 뜨거웠다. 아니 충북연회 목사들의 심정이 절절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2004년 호남 선교대회, 2007년 영남 선교대회에 참여하고 돌아온 목회자와 장로는 물론 평신도들까지, 충북의 선교 여건과 연회 현실을 보면서 한결같이 ‘우리에게도 온 감리교회가 달려와 선교의 불을 지피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충북연회가 호남이나 영남연회보다 더 약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다음 연회에서 ‘중부권선교대회 유치 준비위원회’ 조직안이 통과 되었다. 청주권의 유력한 목회자와 장로들과 함께 홍보와 언론 창구로 교제도 준비위원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호남과 영남선교대회도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대형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재정 낭비와 엄청난 인원 동원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지만, 소외 지역의 선교와 감리교회 부흥에 대한 열망이 결실을 맺었다. 호남대회 후에도 평가는 엇갈렸지만 호남 고속도로와 휴게소를 점령하고, 이방처럼 여겨졌던 호남과 광주를 우리 감리교회가 접수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달아올랐던 열기가 동력이 되어 부산으로 달려가게 했다.

그러나 부산은 광주가 아니었다. 올림픽 축구장도 광주의 체육관과 너무 달랐다. 뜨거운 태양 빛이 거기에 모인 감리교회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다. 대형 선교대회를 한 번 경험한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반향은 적었다. 일체감을 느끼기에는 너무 크고 산만한 게 사실이었다. 교제가 느끼기에도 영남선교대회 후에는 대형 집회에 대한 거부감이 급상승했다.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침묵했고, 비판적인 논자들이 열을 올렸다. 그런 와중에서도 ‘제주선교대회’가 축소판으로라도 열렸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후에도 다시 감리교회가 대형 선교집회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여론의 추이와 함께 한국교회 전체가 무기력과 헤어 나오기 힘들 것 같은 늪에 빠지는 침체가 이어져왔다. 어찌 보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 될 수 있다. 모일 힘도, 선교할 의욕도, 전도를 하고 부흥을 외쳐도 그것이 실현되리라는 믿음조차도 상실한 것이 오늘의 한국교회와 한국감리교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교제만의 오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거와 재판에 영일이 없고, 크고 작은 논쟁으로 밤낮이 없는 교계의 일상이 선교와 민족 복음화, 구령렬과 같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지고지순(至高至純)한 단어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신기한 일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충북연회가 한마음으로 ‘중부권선교대회’를 열망하고 기도하며 힘을 모아 준비했다는 것이다. 총회에 가서 혼신의 힘을 다해 설득하고 발언하며 때로는 논쟁도 불사해서 개최 결의를 얻어냈고,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2013년 개최 결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해의 ‘세계감리교대회’와 ‘하디1903성령한국대회’ 같은 큰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중부권선교대회’라는 단어가 철 지나고 낡은 깃발처럼 초라해 보였다. 더군다나 올 4월 세월호 참사까지 겹쳤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슬픔, 하나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은 그 아픔을, 우리가 껴안고 온 감리교회가 눈물로 회개하며 250여 개 지방이 교대로 현장으로 달려가 유족을 부둥켜안고 기도하고 눈물을 씻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9월로 연기한 것이 더 아팠다.

9월 23일의 ‘하디1903성령한국선교대회’는 우리 충북연회원들에게는 그렇게 열망하던 ‘중부권선교대회’다.

우리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대회,
모든 환경과 조건이 안 된다고 하며,
말 깨나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말렸던 그 대회!
그러나 하나님이 오늘 여기까지 손수 이끌고 오신 바로 그 대회다!
하나님이 주인이시라는 것 말고는 9월 2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모이는 선교대회를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그만큼 절박했고, 하나님은 그런 우리 충북연회의 절규를 받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