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문제는 날이 갈수록 풀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꼬여 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게 장애가 되어 정국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 탓을 하고 야당은 여당 탓을 한다. 서로가 상대방을 향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도 한다. 그러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이 특별법을 왜 만들려고 하는가를 알면 된다. 아니 누구도 모르진 않으니 아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는 곡기를 끊은 지 46일째인 어제(8월 28일) 단식을 멈추고 처음으로 물 같이 묽은 미음을 입에 넣었다. 생떼 같은 자식이 죽어 가슴에 묻은 그 아픔으로 울 수조차 없었던 그와 그를 포함한 유족들이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참사의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김영오 씨를 보고 "'유민이 아빠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그게 니가 딸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전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 죽어라"라고 저주를 퍼붓는 예능인도 있다. 뿐만 아니라 유족들에게 단 악성 댓글도 2천여 건이나 된다니 우리가 어쩌다 이지경이 되어 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참담한 것은 이런 사람들 중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들도 섞여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그런 댓글의 선도자였는지도 모른다. 어떤 의원님은 장기간 음식을 입에 넣지 않아 피골이 상접한 유민이 아빠를 보고 ‘제대로 단식을 하면 벌써 실려 가야 되는 것’이라 하는가 하면, 어떤 의원님은 유족들을 ‘노숙자’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의원님은 세월호 참사를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 정의했으며, 또 어떤 의원님은 놀라운 상상력까지 발휘하여 참사를 ‘AI’에 빗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의원님은 유민이 아빠가 단식을 중단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게 자기 당이 유가족과 두 차례 만남을 가졌기에 나온 성과라는 내용의 말을 했다. 상대방 당을 향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목청을 높이더니, 역시 남이 하는 것은 불륜이나 자기가 했으니 로맨스라고 생각한 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 일하라고 뽑은 선량이라니 여기에 우리의 불행이 있는 것이다. 무심히 흘린 말 한 마디가, 그리고 스스로의 인격을 내던진 댓글 하나가 상대방의 가슴에 아물기 어려운 상처를 남김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기야 남의 아픔을 오히려 즐기려는 자들도 있는 것이 이 세상이니 어쩌겠는가.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안 먹으면 우리처럼 배가 고프고, 욕을 먹거나 인격적으로 모독을 당하면 상처를 받는다. 그라고 좋아서 단식을 한 게 아니다. 단식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약자이기에 죽을 각오로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라고 그 같은 불행이 피해만 가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유민이 아빠를 포함한 유족들처럼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일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일도 되는 것이다. 유민이 아빠를 살리는 것이 곧 우리가, 내가 사는 길이라는 말이다. 그러기에 그의 단식은 끝났으나 수많은 시민들이 그가 사투를 벌였던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어 그 뒤를 단식으로 잇고 있는 것이다.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는 아버지의 마음이 시민들의 마음을 공명한 것이다.

그런데도 세월호 특별법 문제는 왜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가. 이 법이 참사의 진상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대통령도 국회도 온 국민들도 다 알고 그 당위성 또한 모두 인정하고 있는데도 왜인가. 말로는 그렇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사실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참사가 발생한지 34일만의 대국민담화 중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희생자 몇몇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며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가 하면 유족들을 만나서는 ‘유가족들이 원하는 진상규명’을 하겠다고도 공언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지금 뭐라 하고 있는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여야 합의로 이뤄질 일이므로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며 딴전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 자신은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다무는 종전의 모습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왜일까.

참사 당일 3백여 명이 수장되어 죽어 가는 시간에, 그 뒤의 절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의 시간에도, 대통령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그는 사고 당일의 오전 10시에 참사에 관한 첫 보고를 서면으로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 5시 10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그는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든가?’라고 질책했다. 첫 보고를 받고 7시간 동안이나 어디에서 무엇을 했기에 상황도 제대로 파악을 못한 채 엉뚱한 말로 질책이라고 한 것일까.

국민들은 대통령이 그 7시간 동안에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단순한 호기심에서가 아니라 참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했기에 대책회의는커녕 청와대의 관계자들 앞에조차 나타나지 않은 것일까. 이에 대해 해외의 신문까지 관심을 보이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명확한 증거 하나 제시하지 못한 채 ‘경내에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세월호 보고일지’라는 것에 의하면 참사 당일 서면과 유선 보고를 합쳐 21차례의 보고가 대통령에게 있었다 하는데, 그것도 청와대가 발표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조원진 의원을 통해서 국민들이 알게 된 것이다.

실상이 이러한데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어떻게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제껏 특검에 의해 진상이 명백히 밝혀진 예를 별로 보지 못했다. 방법은 달리 없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여당은,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므로 위헌이 되어 안 된다고 반대한다. 그러나 아니다. 위원회에 그 권한을 주면 된다. 230명의 법학자와 1천명의 변호사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니 안 된다고도 하는데, 그 또한 아니다. 1948년에 국회의원 10명으로 구성된 '반민족 행위 특별조사 위원회(반민특위)'는 수사와 기소뿐 아니라 재판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설혹 저들의 주장이 맞다 하자. 그러나 법이 왜 있는가.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진실을 진실로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있는 것이 법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무슨 핑계를 더 대려 하는가.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어야 하느냐고도 하는데, 이를 환언하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날 것을 전제로 한 말이 된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해난사고가 아니었다. 권력의 부패자본과의 결탁,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책임 등 우리 사회의 전역에 걸친 총체적 모순들이 봇물처럼 고여 있다가 그 무게(水壓)를 이기지 못하고 터진 사고였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은 이 같은 참사의 불행을 미리 막자는 데에 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엄격한 처벌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위원회에 있어서의 철저한 진상 규명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 청와대라든가 안기부 같은 힘 있는 곳이 거절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문을 걸어 잠그면 접근조차 못하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말자는 말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지 말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자기네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종전의 대형 재난사고 때처럼 보고서 몇 장으로 끝내는 조사 수준으로는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복잡할 것도 없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을 가지고 안 된다고 억지 부리지 말고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면 간단하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