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이 땅을 사박오일 동안 화사하게 불다 간 꽃바람이었다. 그것은 너무도 따스하고 부드러워 모든 사람들에게 안위(安慰)가 되었다. 가난하고 아픈 약자들에겐 위로와 치료가 되었고, 가진 것이 많고 힘이 있는 강자들에게는 스스로 낮아지는 겸손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그를 대하는 이들에게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따로 없었고, 불교나 그 어떠한 종교의 구별도 필요치 않았다. 보수와 진보도 가리지 않았고 높고 낮음도 있지 않았다. 그는 모두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주는 따스한 손길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한마음으로 환영하였다.

그러나 어디를 가도 굴절된 안경을 통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보니 그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가장 깨끗한 영성의 눈으로 사물을 관조해야 할 크리스천들 가운데에, 그것도 성직자인 목사들 가운데에 그런 이들이 많았다니 말석이지만 목사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필자로선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소식에 미리부터 겁을 먹고 화들짝 놀란 사람들도 있었다 한다. 교세의 위축을 우려했기 때문이란다. 그런 이들은 믿음에 열심 있다는 사람들 중에, 그리고 목사들 중에 많았다 한다. 심지어 로마교황방한저지 뭐라고 하는 단체까지 결성한 사람들까지 있었다 하니 필자로선 그러한 어이없는 상황에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방한한 그가 교황이라고 하는 무척이나 높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데로 내려와 가난하고 힘이 없어 약함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료와 희망을 주고 있음에 온 나라가 감동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개신교의 일각에서는 교황을 신처럼 떠받드는 우상숭배의 죄를 짓고 있다 하기도 하고, 그를 가리켜 적그리스도이며 사탄이라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필자는 적그리스도와 사탄이 드리운 그림자를 교황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말한 자들에게서 보았다. 필자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본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었다. 그분의 모습 그대로일 수는 없지만, 그분을 닮은 모습임에는 틀림없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하고 힘이 없어 소외된 사람들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가난한 과부의 친구였고, 죄인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린 세리와 창기들의 친구였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그는 방한한 사박오일 동안 누구의 친구였는가. 맺힌 봉오리가 아직 피어 보지도 못한 채 수장되고 만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친구였고, 꽃다운 나이에 짐승만도 못한 자들에 의해 남의 땅의 전쟁터로 끌려가 성에 굶주린 군인들의 노예가 되어 몸도 마음도 갈가리 찢긴 위안부 할머니들의 친구였다. 그리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밀양의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고초를 겪은 주민들, 용산참사 유족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 힘이 없어 서러운 이 모든 이들의 친구였다.

이 같은 그를 보고 위선을 떨고 있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일관되게 계속되는 위선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는 나이 팔십이 다 되도록 한결같은 겸손과 사랑으로 온몸을 불태우며 살아온 사람이다. 만약 그의 언행이 위선이라면 그에게서는 악취가 나야 하는데, 아니지 않았는가. 그에게서 나는 것은 악취가 아니라 꽃에서 나는 것보다 더 향긋한 향기가 아니었던가. 악취는 그가 아니라 그렇게 말한 이들에게서 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방한 사박오일 동안의 모습을 가리켜 박근혜 대통령이 공항으로 환영 나갈 만큼 교황이란 자리는 막강한 힘이 있기에 가능한 연출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프란치스코 그는 전 세계의 어느 배우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탁월한 연기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떠한 연기자도 사박오일 동안이나 상연되는 드라마에서 그처럼 빈틈없는 연기를 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머리에 입을 맞추는 것 같은 건 그렇다 치더라도, 꽃동네에서 있었던, 제 손가락을 넣은 아이의 입에 천진하리만큼 부드러운 미소로 넣어 주던 그의 손가락을 보고 어찌 연출이라 할 수 있겠는가. 방한 사박오일 동안만도 그렇거늘, 그것은 그의 평생을 일관되게 관류하는 한 가닥의 물줄기로 이어진 나날이었다.

편협한 사고에 갇힌 자들의 천주교와 교황에 대한 독선적 선입관이 그의 예수를 닮은 인격까지 비하하게 한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북한에서나 하는 세습을 교회에까지도 끌어들여 파렴치의 진면목을 보인 목사나, 보통사람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교회에서의 비자금으로 딴 주머니를 차 불의의 원흉처럼 된 목사나, 하나님께 드린 헌금을 유용하여 웅장하고도 호화로운 건물을 지어 놓고 머릿수를 늘려 채우고는 목회에 성공했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목사는 누구의 친구인가. 탐욕으로 물질과 명예 같은 육적인 것들을 게걸스럽게 먹고 마셔 비대증에 걸린 그들 목사는 부자와 힘 있는 자들의 친구였고, 권력에 아부하는 아첨꾼이었다. 스스로 교황처럼 높은 자리로 올라 황제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 그들 탐욕스런 목사이다. 천주교에는 한 명밖에 없는 교황이 개신교에는 수도 없이 많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그 큰 거구가 이 나라에서 생산한 그가 탈 수 있는 가장 작은 차 쏘울을 탔을 때 필자는 불안마저 느꼈다. 그런데 필자 같은 소인배 목사는 그런 차를 살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그가 보인 모습은 사실 우리가 그렇게까지 가슴 뭉클하게 감동을 받을 일도 감격할 일도 아니었다. 예수의 제자 중의 제자라 할 수 있는 성직자가 스스로 낮아져 작은 자(약자)들을 보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는 왜 그를 그토록 열렬하게 환영할 수밖에 없었던가. 이 나라에도 성직자인 목사가 헤아리지도 못할 만큼 많은데, 그들이 그 당연한 일을 그만큼 아니 그의 절반만큼도 보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우선 필자를 봐도 그의 발꿈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가톨릭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는 것만으로도 교황제도를 포함한 그들의 교리를 인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사박오일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매료되었다. 교황이라고 하는 포지션에가 아니라 프란치스코라고 하는 기독교적 인격에 그리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배우겠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총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의 신앙 전부가 배울 대상이 된다면 가톨릭으로 개종해야 할 것이다.

개신교는 천주교에게서 배우지 않는 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니다. 배울 데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둑에게도 배울 점은 있지만, 도둑의 인격을 배워야 한다면 말이 안 된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도둑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천주교에서 배워야 한다면 그리로 개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엇 무엇은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니 그것도 온전하게 정확한 것은 될 수 없다. 우리가 배워야 할 궁극적인 대상은 어떠한 개인이나 집단이 되어선 안 된다. 그 대상에는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온전한 스승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뿐이다. 그 가르침과 그 정신에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효율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한 사람이 기독교적 인격자로 훌륭하다 해서 가톨릭 전체가 그런 것도 아닌데 그만을 보고 개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고령이니 얼마 안 있어 저 세상 사람이 될 것이고, 그러면 필연적으로 그의 뒤를 이어 다른 이가 교황이 될 터인데, 그가 어떠한 사람일지 어떻게 알겠는가. 사람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동한 것은 가톨릭의 교리가 아니라 그의 예수께 배워 실천하는 언행 때문이었다.

프란치스코 그는 예수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실천해 온 사람이다. 우리가 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그 실천이라고 하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구원은 오직 믿음 하나만으로 받는 것이라며 실천의 다른 표현인 행함을 애써 외면해 왔다. 믿음 아닌 것을 믿음으로 오해하여 강조한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고, 죽은 것은 믿음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그는 사박오일 동안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허허하고 거칠어진 가슴들을 훈훈한 인정으로 감싸 안아 주고 떠났다.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매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 예수를 믿는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과 향기와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받은 자들이다. 예수께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를 향해 빛과 향기를 내고 소금으로 녹아짐으로 행함의 길을 감에 따라 믿음을 믿음 되게 하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지금 우리 한국 교회에는 비대증에 걸려 거대해진 몸집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커다랗게 드리우고 있는 목사나 교인들이 많다. 향기 아닌 악취를 풍겨 사람 사는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소금으로 녹아져 다른 사람들에게 살맛이 나게 해야 하는데도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돌이 되어 던져짐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사람 또한 많다. 한국 교회가 쇠퇴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여기에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원인으로 들기도 하지만 어느 것도 근원적인 것은 되지 못한다.

한국 교회의 맹점 중 하나는 건물을 크게 지어 머릿수로 채우는 것을 부흥으로 본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 그것은 부흥이 아니라 비대증에 걸리거나 곪아 몸집이 커진 현상이다. 그러니 그것이 커다랗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거나, 또는 터져 나온 고름으로 인해 악취를 풍김으로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이다.

기름덩이를 빼내고 고름을 짜냄으로 몸집이 작아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비만증에 걸리지 않고 병에도 걸리지 않은 건강한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는 것이다.

방법은 달리 없다. 오직 예수, 오직 성경뿐이다. 행함도, 그에 따른 방법도 예수와 성경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짝퉁일 수밖에 없다. 교회성장을 위한 수많은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다. 기독교에 관한 모든 것은 예수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성경이 제시한 방법에 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해도 모래위에 지은 집이 되고 만다.

이는 너무도 당연하고 하도 많이 들어 진부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예수만큼, 성경만큼 우리에게 새로움을 주는 것은 없다. 예수에게서, 성경에서 새로움을 얻지 못한다면, 그래서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예수께도 성경에게도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 때문이다.

자! 이제야말로 예수께로, 성경에게로 돌아갈 때다. 그러니 가자, 예수께로! 성경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