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죄와 아무 관련 없어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사자(四字)가 있습니다. 원인이 있기에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는 원리적인 뜻이지요. 사람들은 이것으로 지금 현재 어떤 불행한 일을 당하고 있거나 고통을 겪는 중이거나 중한 질병에 시달리는 등, 원치 않는 고초를 겪는 ‘풀리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을 때 그것은 죄를 지어서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편하게 해석들을 합니다. 

그러므로 ‘인과응보’라는 일반적인 원리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원인이 없이 어떤 결과가 생겨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불행에는 그만한 원인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원인도 없이 현재의 상태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런 해석이 본인에게 적용된다면 아마....... 입장이 크게 달라질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사람이 당하는 불행과 고초, 혹은 질병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게 해석하면서도 자신이 당하고 있는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죄성 짙은 인간의 입장에서 가져다 대는 일반적인 잣대는 ‘안 되면 조상 탓, 잘 되면 내 탓’이니까요.


잘 되는 악인

인과응보의 시각만으로는 인간세상의 불의와 불행, 고통과 질병의 괴로움 등에 대해 제대로 잘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은 이미 구약에서도 여러 차례 나타나는 주제입니다. 특히 시편 73편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악인의 형통’에 대해 말합니다. 죄를 지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할 터인데 악인들은 죽는 순간에도 평안히 죽습니다(4절). 악인들이 죽을 때 고통스러워한다면 그래도 뭔가 해석이 좀 될 텐데 그 자들은 죽을 때 고통도 없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다 당하는 어려움마저도 악인들에는 없습니다(5절). 그러니 현재의 질병과 고난과 고통은 모두 죄의 결과라고 보는 단순한 사고방식으로는 도무지 해석이 되질 않는 겁니다. 거기에 더하여 그들에게는 재물까지 소복하게 쌓이기만 하니 도무지 그런 상황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 겁니다(12절).

그래서 때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 해석이 안 되는 고난 앞에서 하늘에 계시다고 믿는 우리의 하나님을 향해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는 겁니다. “하나님, 대체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왜 나를 버리시는 겁니까(시22:1; 38:21~22; 43:2; 71:18; 막15:34; 마27:46)?”

그러나 하나님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우리들 나름대로 ‘나의 입장에서 신앙적으로 깨달음을 얻을 뿐'이지요(시73:17; 121:1~8; 잠4:18~19; 마11:6; 눅7:23; 벧후1:10~11 참조).


바울의 입장

바울에 의하면 아담 한 사람의 죄로 인해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습니다(롬5:12). 그러므로 누구든지 세상을 사는 사람은 이 사망의 권세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사망이 가져다주는 ‘각종 죽음에 이르게 하는 요소들’도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다 죄의 영향 아래에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최후로 죽음을 맞아야 합니다(롬6:23a).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죽음의 권세가 타파되었습니다. 아담 한 사람의 죄로 인해 세상에 죽음이 들어온 것과 똑같은 원리에 따라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에 생명의 권세가 들어왔습니다(롬5:18이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죄와 사망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도 누구나 다 한 번 정해진 죽음의 문을 지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 안에 있으면 정죄됨도 없으나(롬8:1) 예수 안에서 생활한다고 해서 영원히, 각종 질병을 비롯한 다양한 고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결코 아닙니다. 바울 자신도 자기 몸에 가시를 둔 채 선교사역을 감당해야 했습니다(고후12:7).


원인이 무엇인가?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래서 우리는 이런 현상에 대해 신앙적, 신학적 해석을 하길 원하는 겁니다. 예수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여전히 불행과 고난과 질병과 고통, 풀리지 않는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가 지은 죄 때문인가? 조상이 지은 죄가 용서되지 않아서인가? 대체 왜 예수 안에 있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생명의 권세만이 공급되지 않고 여전히 질병과 사건과 사고에 의해 아픔을 당해야만 하는가?

이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한다면, ‘함께 사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불행은 대부분 죄와 아무 상관없다.

분명하게도, 불행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불행과 고난은 자신이 지은 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마태복음 저자를 비롯한 성서저자들은 이와 같은 일방적인 ‘인과응보’식 해석을 지양하고 ‘고난 속에서의 영원한 승리’를 향해 나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각종 질병을 비롯한 현재의 고난과 이유 모를 고통에 대해 우리는 인과응보식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은 결코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종 질병을 비롯한 다양한 고난은 ‘우리가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일원이기에 그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라고 보는 입장이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염병에 의한 당사자의 고통과 사람들의 불안은 인간의 사회적 존재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모든 질병의 발생 원인을 그런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지은 죄의 결과로 중한 질병을 앓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면 욥의 외침은 해석이 잘 되지 않습니다(3:26).

그래서 ‘무죄한 자의 고난’이라는 표현이 나타납니다(욥9:23). 인과응보의 관념에서 볼 때 지금의 질병, 지금의 고통, 지금의 ‘풀리지 않는 문제들로 인한 괴로움’에 대해 해석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기껏해야 ‘하나님이 허락하셔서’로 표현될 뿐입니다(욥5:17이하 참조).

이때 또 질문이 이어집니다. ‘하나님은 왜 그런 고난을 허락하시는 겁니까?’ 이에 대해 여러 가지의 각종 다양한 해석이 주어집니다(신8:5; 욥5:17; 시24:19이하; 잠3:11~12; 고전11:32; 고후6:9~10; 히12:5~8; 계3:19 의 ‘징계’ 참조).


마태복음 저자가 전하는 말씀

그러면, 마태복음은 두 개의 중풍병 치유이적 사건을 통해 어떤 입장을 가르치는 것일까요? 똑같은 중풍병인데 8장의 중풍병 치유에서는 ‘죄 사함의 선언’이 없고 9장의 중풍병에서는 ‘죄 사함의 선언’이 있습니다. 이것은 ‘반드시 인광응보의 관점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백하게 지적해 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8장에 나타나는 중풍병 치유사건은 이방인과 연관되어 있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나 9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대인과 연관된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께서 ‘본 동네’에 이르셨을 때 사람들이 중풍병자를 데리고 온 것으로 기술되어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내용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중풍병인데 이방인의 중풍병은 ‘죄 사함’과 연관되지 않았고 유대인의 중풍병은 ‘죄 사함’과 연관되는 것으로 나타난 마태복음 8장과 9장의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겠다던 내용과 연결시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마태복음 9:8에 따르면, ‘이런 권능을 사람에게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이런 권능’은 9:6의 ‘죄를 사하는 권능’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9:8은 ‘죄 사함의 권능’을 사람에게 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권능을 사람에게 주신’에서 ‘사람’은 6절의 ‘인자(사람의 아들)’인 예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헬라어 본문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에게’가 단수형이 아니라 복수형이므로 ‘사람들에게’로 번역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영어성경과 독어성경은 이를 명확하게 복수형으로 표현했으나 우리말 성경은 단수로 되어 있어서 마치 예수 자신을 가리키는 표현인 것처럼 되어 있군요. 같은 사건을 말하는 것이 분명한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는 8절의 “이런 권능을 사람들에게 주신” 이라는 내용이 없습니다.


용서와 사랑, 사회공동체의 일원이기에.......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나타내는 의미이겠습니까?

마태복음에 의하면 교회공동체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죄 사함의 권세가 주어졌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마태복음 저자는 건강한 공동체가 되게 하기 위하여 ‘죄 사함의 권세’를 실생활 속에서 ‘용서와 사랑’의 차원에서 구현할 것을 교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태복음의 원수사랑은 기본적으로 ‘용서’가 없이 구현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닙니다(5:43~44). 그래서 마태복음은 건강한 공동체가 되게 하기 위하여, 마치 사회적 기반시설을 잘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처럼, 공동체 삶의 기반을 이루는데 필요한 ‘용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용서에 대한 관념은 하나님께 드리는 신앙인들의 기초적 기도라고 할 수 있는 주기도문에 잘 나타납니다(6:12,14~15). 거기에 더하여 마태복음 저자는 다른 복음서들에는 없는 ‘무한용서’를 말씀합니다. 형제가 저지른 죄를 용서하고자 할 때에 일곱 번뿐 아니라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하라는 말씀은 엉거주춤하게 용서를 하는 듯 마는 듯 할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용서하되 무한정 하라는 의미입니다(18:15,21~22,35).


사회적으로 마땅히 져야 하는 법적 책임마저 면제시키라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명백하게 짚어야 할 사항이 한 가지 있습니다. 완벽하게 무한정으로 용서하랬다고 해서 죄를 지은 자가 마땅히 치러야할 사회적, 법적 책임마저도 깔끔하게 면제시켜야 한다는 말씀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태복음 저자는 ‘형제에 대한 용서’를 가르치면서 죄를 저지른 자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회적, 법적 책임도 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자는 용서를 빙자하여 법적 책임을 면하려는 술책을 부리는 잔꾀를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마18:16~17참조). 오히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담대히 응분의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볼 때 더욱 용서하고자 하는 감동이 생기는 법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매고 푸는 권세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기로는 주께서 베드로에게만 매고 푸는 권세를 주신 것으로 생각하는데(16:19) 그렇지 않습니다. 베드로에게 주어진 ‘매고 푸는 권세’는 곧 이어 모든 제자들에게 다 주어졌습니다(18:18). 따라서 마태복음 저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말씀은 명백합니다.


살면서 당하는 질병, 어려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

여기서 마태복음이 전하는 두 개의 중풍병자 사건을 보면서 9장을 통해 받게 되는 말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기술될 수 있습니다.

1.원인이 있으므로 결과가 있다.
2.그러나 개인적으로 모든 경우에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3.그러면 왜 어떤 사람은 불행하며 어떤 악인은 평안하게 잘 살다가 죽는 것인가?
4.그에 대해서는 신앙적으로 깨닫게 된다.
5.그러므로 이에 대해 우리의 신앙적, 신학적 입장을 정리하면....

질문: 왜 예수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나 사고 등 극한 어려움을 당하는가?
대답: 사회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인생문제, 질병, 파산, 사건, 사고....... 이와 같은 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의 고통, 고난 등은 개인적으로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당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조상이 지은 죄를 내가 대신 받느라 생긴 결과도 아닙니다.

지금 내가 당하는 어려움, 고통, 질병, 죽음의 사건, 사고들....사회공동체 안에 섞여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만사의 원인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입니다. 그것은 세상에 출생할 때 태어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부모와 자식이라는 사회적 관계성에서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모든 불행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이처럼 출생자체가 사회적 관계망 안에 들어있는 것이므로 삶을 통해 겪게 되는 여러 불행들, 사고들, 사건들, 고난들의 원인은 ‘사회적 존재’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에 바탕을 두고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이루어 나감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사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게 하기 위하여 마태복음 저자는 죄 사함의 권세에 대해 말씀하는 겁니다. 이 죄 사함의 권세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때 우리로서 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삶’이 생활 속에서 경험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주신 죄 사함의 권세를 통하여 복스런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