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대조선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최근 한국정부의 행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이들이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그동안 5.24조치에 의해 인도지원단체의 지원업무 이외에는 대조선 물자, 인원, 금품 반출과 방문이 금지되었는데 최근 정부가 인도지원단체의 업무협의를 위한 개성방문을 승인하여 협의가 수차례 성사되었으며 사회문화교류도 개시되었다. 개성 만월대 복원사업, 우리말큰사전 편찬사업 등도 재개되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3일에 평양을 방문, 봉수교회에서 8.15연합예배를 드리는 3박4일 일정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통일부가 대북인도지원 민간단체 사업에 풀겠다며 30억 원을 공모했다. 또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해 북한 모자보건 프로젝트에 140억원 가량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의 8월 13일자 인터넷판 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13일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과 관련,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진전됨에 따라 실질적인 군비통제를 추진할 것이며 여건이 성숙되는 경우 평화체제 구축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안보실은 남북관계 진전상황에 따라 농수산물과 위탁가공 등의 소규모 교역 재개, 각종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상업투자 허용 등을 확대해 나갈 계획도 밝혀 5·24 대북조치의 완화 혹은 해제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러한 입장은 국가안보실이 이날 발간한 '희망의 새시대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책자에서 공개됐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을 현실에서 펼쳐나가기 위한 방안인 것으로 알려진 이 전략은 책자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무력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적절한 시점에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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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반도의 정세가 급변할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5,24가 완전히 무력화되었다고 선언하기 어려운 입장이 ‘우선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는 대목에 담겨있다. 5.24를 완전 해제하는 방식을 선택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정부가 비교적 완화된 표현과 현실적인 조처들로 5.24를 뛰어 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이 정도의 발표만으로도 상당히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말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반드시 그에 따른 실질적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통일부가 민간차원의 인도지원 개성협의를 승인하였다고는 하지만 협의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정부주도의 대북관계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아직까지는 발언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가안보실은 "남북관계 진전상황에 따라 농수산물과 위탁가공 등 소규모 교역을 재개하고 각종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상업투자를 허용하는 등 호혜적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며, "우선 농업과 축산,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 조성사업과 조림 및 산림병충해 방제 등 산림녹화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상호호혜적인 사업으로 정착되려면 남쪽이 사업을 주고 북쪽이 그것을 일방적으로 받으라고 하는 방식은 안 된다. 상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선적인 협의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율 및 협상을 거친 사업만이 상호호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조선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한국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책의 서문에서 "한반도에서 핵과 전쟁의 공포가 없는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내고 남북한 모두가 행복한 통일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것"이라고 하였는데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온 인류의 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 아래 보호받고 있는 한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미명하에 미 핵항모까지도 버젓이 드나들고 있으니 조선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문제임에 분명하다.

일단은 한국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 통일과 교류협력을 바라는 이들에게 참으로 오랜만에 단비와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일본의 도발과 극우경화, 독도영유권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이 시점에 남북이 하나 되어 대응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는 박근혜 정권에게 있어 지지도 역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남은 카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회복의 카드는 유효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도는 그렇다 쳐도 한국의 정세는 지금 너무 혼란스럽고 시끄러운게 사실이다. 완벽하지는 않다 해도 이런 혼란을 평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자 카드임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조선이 일관되게 한국에 요구한 것은 정전협정의 폐기와 평화협정으로의 이행이고, 자국의 존엄을 비웃음꺼리로 만들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력행위도 불사하겠다는 명백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약속된 개성공단 사업의 다음 단계로의 확대와 금강산 관광재개 정도가 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 것인가 고민하면 된다. 말로만 이런저런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후속조치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국면전환용 공약(空約)임을 간파하고 비판의 수위는 높아질 것이다.

내일모레가 광복절이다. 우리 민족은 아직도 제대로 된 광복을 맛보지 못했다. 일제강점은 곧바로 분단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살아온 게 벌써 69년이다. 지금 세계는 민족이 살고 국가가 존립하느냐 하는 엄중한 무한경쟁에 투신하고 있지만 우리 민족은 서로 총부리를 맞대고 비난하고 악선전을 해대기에 바쁘다.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국민들은 이번 8.15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이 밝힐 남북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제는 분단병을 치료하고 분단체제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전향적인 조처들이 뒤따르기를 소망하며 박 대통령의 개선의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