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죄가 많아서 병에 걸리나?
마9:1~8

어느 날 열심히 목회하던 어떤 목회자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그만 교인들에게 그 사실이 알려지고 말았습니다. 굉장히 큰 수술을 했기 때문에 입원 기간이 길어져서 자연스럽게 교인들이 알게 된 겁니다.

담임목회자가 큰 수술을 한 후에 병실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들은 교인들은 병문안 와서 간절히 기도하며 눈물로 주의 은총과 치유의 권세를 간구하였습니다. 목회자와 그 부인은 그 동안 교인들에게 쏟았던 목회적 사랑을 뿌린 대로 걷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감격스러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와 그 부인과 목회자의 식구들이 가졌던 그 감격과 다른 한편으로 교인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하기까지 했던 마음이 어느 유능하고 신령한 권사(?)의 병문안과 기도소리에 그만 실망과 분노로 급격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목회자의 질병은 알고 지은 죄, 알지 못하고 지은 죄를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신령한 기도와 건실한 충고(?) 때문이었습니다.

그 권사는 병문안 와서 주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담임목회자에게 ‘회개할 마음을 주실 것’을 위해 눈물로 간구했습니다. 그 동안 목회하느라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가 많아서’ 지금의 병에 걸려 고생하게 된 것이니 무엇보다도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들을 말끔히 용서받을 수 있도록 그 모든 죄들을 ‘생각나게 하셔서’ 회개하고 깨끗하게 치유받아 새로운 목회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역사해 주실 것을 간구했던 겁니다.

기도를 끝낸 기도 많이 하는 신령한 권사는 점잖게 담임 목회자에게 충심어린(?) 권면을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목사님,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모든 죄들을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철저히 회개하시고 성령 충만 새롭게 받아 치유받고 일어나셔서 은혜충만한 새 목회를 잘 하실 수 있도록 하십시요. 저도 목사님을 위해 틈날 때마다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목회자의 질병, 잘 믿는 장로의 파산, 믿음 좋은 권사 내외의 이혼, 열심히 믿으며 사업하는 집사 가정에 불어 닥친 아이들의 사고.... 이거 다 지은 죄가 많아서 치르게 된 보응이며 하나님이 회개하라고 내리신 심판(?), 징계(?)일까요?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녀에게 내린 사랑의 채찍질일까요?

이와 같은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원합니다.


예수께서는 이미 많은 중풍병자들을 치유하셨습니다(4:24). 그리고 여러 중풍병자 치유이적 사건들 중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한 차례 기록되었습니다(8:5~13). 그런데 이미 앞에 기록되어 있는 중풍병자 치유이적 이야기와 본문의 치유이적 내용을 비교해 보면 적어도 세 가지 정도의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공통점

하나는 두 본문 중에 나타나는 중풍병자들은 모두 중풍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의 믿음과 상관없이 환자와 예수 사이에서 병자를 위해 수고한 중재자의 도움으로 치유을 받게 되었다는 점입니다(8:13; 9:2비교참조).

두 본문에 나타나는 중풍병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믿음이나 자신들의 간절한 소원을 예수께 직접 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환자 자신의 간절한 애원이나 혹은 자기 자신의 믿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 환자와 관련된 중재자의 믿음을 통해서 예수께서 행하시는 치유의 은총을 받았습니다. 당사자의 믿음과는 전혀 무관한, 중재자의 믿음이 환자를 치유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공통점을 봅니다.

다른 하나는 중풍병자들의 연령대를 생각해 볼 때 그들의 나이를 아무리 많게 보아도 10대 중반을 넘긴 나이라고 보기가 어렵겠다는 점입니다. 앞의 본문에는 ‘하인(servant)’으로 번역되었는데(8:6) 그것은 흔히 ‘어린이(child)’, 또는 ‘남자아이(boy)나 여자아이(girl)’를 가리키는 ‘파이스(παῖς)’라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본문에 나타나는 ‘작은 자(소자)’라는 단어는 ‘테크논(τέκνον)’인데 이 단어 역시 ‘어린 남자 아이(child)’를 가리킵니다.

물론 이 단어의 다른 뜻으로 ‘아들(son)’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와 독일어성서는 모두 ‘아들’로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예수의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다고 전제할 경우 중풍병을 앓고 있는 성인 남성에게 ‘내 아들(my son, mein Sohn)’이라고 한다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어가 전제하는 대상자의 나이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10대 중반을 넘기지 않은 소년기의 남자 아이(boy)를 가리킨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세 번째로는 우리가 알기로 중풍병은 대략 중년의 나이 이후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뇌혈관 질병입니다. 어떤 경우에든지 반드시 예외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10대 중반 이전의 남자아이들에게도 중풍(palsy)이 올 수가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아는 ‘중풍’은 어린 남자 아이라고 인식되는 10대 중반 이전의 사내아이들에게서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질병입니다.

실제로 두 본문에 사용된 ‘중풍병’은 어떤 이유로든지 다리에 마비가 일어나 그로 인해 걷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paralysis)입니다. 그래서 이 두 본문에 나타나는 중풍은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로 뇌혈관과 관련되어 몸의 반쪽이 마비되므로 몸의 한쪽 팔과 다리를 모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병이 아니라 단어 그대로 다리가 마비되어 제대로 걷지 못하는 질병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다른 곳에서도 사용된 ‘중풍병’을 뜻하는 단어들도 일차적으로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다리가 마비되어 걷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두 본문에 사용된 ‘중풍병’은 심한 소아마비와 같은 보행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을 포괄하는 용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게 볼 때 두 본문에 나타나는 중풍병자를 가리켜 말한 용어가 적절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문에 나타나는 중풍병은 뇌혈관 질환에 의해 몸의 반쪽이 마비되어 팔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중년 이후의 보행장애 질병을 가리키는 중풍병이 아니라 소아마비와 같은 경우에서 보는 대로 10대 중반 이전의 연령대의 남자아이들에게도 올 수 있었던 다리마비로서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운 증세를 일컫는 병을 가리켰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두 본문에 사용된 ‘중풍병’은 ‘다리를 저는, 마비된, 걷지 못하는(lame)’의 뜻으로 새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본문에 나타나는 묘사를 보면 훨씬 더 심각한 질병일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8:6의 경우 적어도 다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9:2의 경우는 거의 전신장애에 가까운 질병인 것으로 생각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병의 상태가 어떻든지 마태복음이 전하는 핵심은 ‘예수로 인해 나았다’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세 가지 차이점

이와 같은 공통점들을 갖는 두 이야기 속에서 서로 다른 차이점들도 세 가지 정도 지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앞서 기록되어 있는 중풍병자 치유이적 이야기에서는 환자가 치유의 현장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치유의 선은을 직접 듣지 못했습니다(8:13). 그런데 오늘의 본문에는 환자가 사람들로 인해 예수 앞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치유의 권능자이신 예수의 치유선언을 직접 받아 치유되었습니다(9:6). 그러므로 두 이야기에서 환자가 현장에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점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본문과 앞의 본문 사이에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한 가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죄’와 ‘질병’의 문제가 서로 연관되어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에서 나타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는 ‘중풍병’과 ‘죄’의 문제가 전혀 연관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앞의 치유이적 이야기에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죄 사함의 선포’가 일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본문은 ‘치유’와 ‘죄 사함’의 문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문에 나타나는 중풍병의 개념을 소아마비를 포괄하는 질병으로 볼 경우 중풍병자는 10대 중반 이전의 남자아이라고 전제하게 되므로 ‘어린애가 죄를 지었으면 얼마나 지었겠으며 죄를 지었다고 할지라도 무슨 죄를 어떻게 지었길래 중풍병을 얻게 된 것이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앞의 중풍병자 치유사건을 생각해 볼 때와는 달리 본문을 통해 ‘중풍병자 치유이적’과 ‘죄 사함의 선언’의 문제를 연관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차이를 든다면 앞의 이야기 뒤에는 장차 임할 ‘심판경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의 본문에는 “죄 사함의 권세가 ‘사람에게 주어졌음’을 말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의 중풍병자 치유이적 사건은 중풍병자를 예수께 중재한 이방인의 믿음이 유대인들의 믿음과 비교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유대인을 향한 공격성 화살로 나타납니다. 그들은 ‘믿는다’면서도 아무런 ‘믿음’의 증거를 내지 못하는 자들로 규정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본문은 하나님께서 ‘죄 사함의 권세’와 ‘질병 치유의 권능’을 “사람에게 주셨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볼 ‘내 의견’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같이 나누실 질문을 드려 봅니다.

먼저, 사람들이 앓는 고통스런 질병은 죄의 결과입니까? 육체적으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질병의 괴로움은 죄를 지은 결과로 받는 고난입니까(요9:2참조)?

본문에 사용된 ‘중풍병자’라는 어휘는 위에서 본 대로 세상을 살 만큼 살았던 성인 남성, 혹은 중년 이후의 성인 남자를 가리킨다고 생각하기 어렵게 합니다. 그러면 그에 대해 ‘세상을 살 만큼 산 사람도 아니고.... 대체 왜 아직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 애들에게 이런 질병이 생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는 과제가 생겨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통스런 질병은 죄를 지은 댓가로 받게 되는 처벌용 고난입니까? 부모의 죄값을 자식이 대신 지는 결과물입니까? 이에 대해 서로의 생각이 무엇인지, 각자의 의견을 나누어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자기 자신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혹은 누군가의 수고를 통해 질병이 치유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믿음은 ‘자신의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자신의 믿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질병 치유기적을 체험하게 되었다는 내용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각자의 의견이 무엇인지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당사자의 믿음과 상관없이 치유를 받았다는 것 외에 ‘죄 사함’의 문제와 연관된 한 가지 중요한 교리적인 문제가 제기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 믿음, 내 요청, 내 간구, 내 애원’과 전혀 관계없이 중풍병이 치유받았다는 것 말고, “나의 회개, 나의 반성, 나의 결단”과 전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받은 ‘죄 사함 은총’을 받을 수 있느냐에 관한 생각입니다.

‘나의 믿음’과는 관계없이 중보자의 수고로 질병이 치료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죄 사함의 문제는 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본문은 “나 자신의 회개와 결단”없이 죄 사함의 은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가르치는 말씀일까요?

당사자의 회개와 상관없는 죄 용서가 가능한가?

당사자는 자신의 죄를 사함받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아무런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는데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예수께서는 일방적으로 ‘죄 사함’을 선언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굳이 당사자가 자신의 죄를 회개하지 않더라고 중보자의 수고를 보시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죄를 용서하신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성인이 아닐 경우에는 부모나 그 연래대의 어른들이 자기 자식 사랑하는 마음으로 중보하면 죄와 질병이 모두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용서를 빌지 않아도 용서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은 종교가 우리 그리스도교라고 말하려는 마태복음 저자의 신학적 의도를 나타낸 것인지,

또는 회개하거나 용서를 빌지도 않았는데 죄 사함을 받고 질병을 치료받는 것은 개인의 요청과는 무관하게 벌어지는 조건없는 은총의 별도영역을 신학적으로 밝히려는 것인지,

‘죄 사함의 문제’와 ‘질병 치유의 문제’는 개인과 상관없이 중재만 되어도 해결 받을 수 있다는 제한없는 하나님의 무한은총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는 ‘회개-죄 사함(용서)’이라는 틀로 나타나는 죄의 문제 해결에 관한 교리적인 문제와도 연관되는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본인이 회개하지도 않았는데 이루어진 ‘죄 사함’의 문제”, 본인은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중재자들에 의해 치유된 사건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시각을 갖고 이 사건을 보아야 할지를 심도 있게 생각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위에 이어서 그 다음, 예수께서 말씀하신 ‘어찌하여 마음에 악한 생각을 하느냐(4절)’에서 ‘악한 생각’은 무엇입니까? 아마도 그 ‘악한 생각’이란 ‘이 사람이 신성을 모독하도다(3절)’라는 서기관들의 ‘생각’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께서 그들의 그런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신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서기관들의 이와 같은 생각을 예수께서 ‘악한 생각’이라고 규정지으셨다는 뜻이 되는데 그것이 “왜” 악한 생각이라고 지적된 것일까요?

마지막으로, 본문에 나타난 대로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말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는 말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쉬운 말이라고 생각됩니까(5절)? 나름대로 근거를 대면서 자신의 입장을 제시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두 말 중에서 과연 어느 쪽 말이 더 쉬운 말일까요? 예수께서는 쉬운 말을 먼저 하신 것일까요? 아니면 어려운 말을 먼저 하신 것일까요?

이 외에도 본문에 대해 또 다른 질문들을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질문들을 통해 풍성한 은혜의 교제를 할 수 있도록 하나님과의 친교를 위한 방향으로 한걸음씩 전진해 나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