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 교단장협의회’가 지난 1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녹색한반도 통일 화합나무 7천만 그루 심기 범국민운동 선포식’ 및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포함한 5대 범국민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교단장협의회는 나무심기 외에 5대 중독(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 성) 예방, 출산장려 및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에너지 및 근검절약, 청소년 바로세우기 등 5대 범국민운동을 펼치겠다고 선포하고 올 가을 공식적인 출범식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계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고, 연합기구는 물론 각 교단 내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왜냐하면 교단장협의회가 각 교단간 충분한 동의를 획득한 것도 아니고 교단 실무진을 논의기구에서 배제시킴과 동시에 그동안 교단 또는 연합기구 활동에서 생소했던 평신도를 실무책임자인 사무총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협의회가 내세운 ‘5대 캠페인’은 ‘캠페인’ 수준에 머물지 않고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이 들 수 있는 대형 사업들이 주축을 이루는 것이어서 친목모임 수준의 교단장협의회의 성격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정확충을 묻는 질문에 대해 교단장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10일, “모금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의구심이 확산되는 실정이다.
| |
 |
|
| ▲ 교단장협의회 10일 기자회견 |
교단의 동의도 없고 실무책임자 배제시키고
한국교회에서 교단장협의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음에도, 현재와 같은 형식이 아닌 느슨한 형태의 친목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현재의 이 협의회에 대해서는 “조직방식과 사업방향이 부적절하고, 첫 단추를 잘 못 꿰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조직적인 측면의 문제를 짚어본다.
교단장협의회는 지난 2007년까지 한시적으로 존재해 왔다. 당시 명칭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로, 적어도 교육부 인가 신학대학을 보유한 교단의 대표 20여명을 모두 포괄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교단장협의회는 10여명만 포함돼 있어 그 외 교단장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교단장협의회 관계자는 비록 몇 몇의 교단장들로 시작했지만 이후 기준을 정해 모두 참여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교단장들이 동의한 상태에서 동등하게 출발하지 않고 감리회와 예장통합 및 합동 등 3명 교단장 중심으로 구성됐다가 서서히 그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어서 여기에서 배제된 교단장들의 빈정이 상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10일 발표한 명단에 따르면 예장백석, 예장고신, 구세군, 루터회, 성공회, 예장합신, 기하성 서대문측 등 대다수가 빠져 있다. 과거 20여 개 교단의 대표를 포괄했지만 현재 11명뿐이라는 것은 일부 교단장 스스로 ‘끼리끼리’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교단장협의회가 각 교단의 실무책임자들을 배제시킴에 따라 ‘산으로 가는 협의회’라는 비아냥을 듣게 됐다는 것. 이 협의회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을 비롯해 예장 통합측 김동엽 총회장, 예장 합동측 안명환 총회장 등 3인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김탁기 총회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이신웅 총회장, 예장대신 최순영 총회장, 예장 피어선 김희신 총회장, 예성 이종복 총회장, 기장 박동일 총회장 등 11개 교단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A교단 실무책임자는 “지난 4~5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단장들의 기도회 추진 당시 각 교단 실무자의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나는 교단장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고,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명하며 이에 동의했다”며, “그럼에도 교단 실무책임자의 의견이 묵살된 채 사무총장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등 교단간 유기적인 협의구조가 붕괴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이번 10일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교단 실무진들조차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이후 과정에 어떻게 되는지 모를 정도였다”며, “이렇든 저렇든 교단 실무진의 구조가 빠진 상태에서의 교단장협의회가 과연 바른 기구인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취재결과, 이번 10일 기자회견 및 그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아는 교단 실무책임자들은 거의 없었다. 교단장협의회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펼치겠다고 선언한 ‘5대 캠페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교단실무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공공연히 모금 펼치겠다고 공언, 사무실은 CTS
‘교단장협의회가 나무심기 등 5대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아느냐’는 질의에 대해 B교단 실무책임자는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냐”고 묻고 “친목모임 수준의 교단장협의회가 모금을 하겠다니, 더구나 나를 비롯해 각 교단 실무책임자들도 모르는 모금을 펼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황당해 했다.
이 협의회는 현재 각 교단의 실무책임자를 배제시킨 채 오랫동안 국가조찬기도회를 주도해 온 장헌일 장로를 사무총장으로 내세운 상태. 각 교단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 협의회가 오히려 교단과 동떨어진 태도를 보이면서 국가조찬기도회를 주도한 인물을 내세워 이 협의회를 주도토록 한 문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현실에 기인한다. 국가조찬기도회는 그동안 ‘정교분리’ 원칙에서 벗어나 과도한 ‘정교유착’을 보여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이들은 독재권력 시대, 정통성 없는 권력의 합법성을 부여하는 등 “볕만 쫓는 집단”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또한 이 협의회의 사무실이 CTS기독교방송에 있는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단장협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사무실은 서울 노량진의 CTS기독교TV의 사옥인 멀티미디어센터 8층. 아무리 임의기구일지라도 교단장협의회가 한 언론사의 사옥에, 그것도 이 언론사 대표의 장기집권 및 법적 시비 등으로 논란이 많은 언론사 사옥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을 이해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뿐 아니라 교단장협의회 사무실에는 사무총장은 물론 상근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계에서는 장헌일 장로와 더불어 CTS 감경철 회장의 교단장협의회 막후 영향력이 제기하고 있다. 전용재 감독회장을 비롯해 예장합동 및 통합 총회장들도 “CTS 대표이사인 우리 셋이 CTS 이사회로 모이면서 의견을 교환했고, 나무심기 캠페인은 당시 의견이 교환된 것”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국민과 함께하는 5대 범국민운동 캠페인을 통해 한국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통해 기독교 사명을 다하고자 3월부터 준비됐다”고 밝히고 있고, 기자회견에서도 CTS 이사회 후 자연스럽게 의견이 교환됐다고 언급한 것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CTS가 펼쳐온 저출산 문제도 캠페인의 하나로 포함된 것도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 협의회의 지향이 바르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교단장협의회가 밝힌 ‘5대 캠페인’은 아무런 실행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각 교단의 승인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임의단체가 정부나 할 법한 일들을 감당하겠다고 나서는 꼴. 그렇기에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오버 액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더구나 임의단체인 이 협의회는 각 교단들의 공식 결의로 구성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연합단체도 깡그리 무시하면서 ‘제3의 기구’ 태도를 보여 “교단장들이 오히려 한국교회 혼란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국민들과 함께 녹색한반도 통일화합나무 7천만그루심기 범국인운동인 녹색한반도 프로젝트를 펼치겠다”고 밝히고, “각 교단의 예산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 그리고 모금활동으로 이 사업의 예산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무심기는 YMCA가 예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고 기타 사업 역시 국내 기독교단체에서 펼치고 있다. 각 교단이나 단체의 사업을 활성화하고 지원해야 할 교단장들이 오히려 자신들 ‘얼굴 내세우기’식 사업을 실행하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올 가을 교체되는 1년 임기의 교단장들 얼굴내세우기?”
이들이 내세우는 사업계획은 ‘황당함’을 넘어 놀랍기 그지없다. 1년 임기가 대부분이고 올 가을 대다수 교체되는 교단장들이 대다수임에도 ‘친목모임’ 수준의 교단장협의회를 통해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들을 총괄해 펼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 또 실행능력도 예산확보도 요원한 사업들을 펼치겠다고 무작정 선언한 모습에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교단장들이 내세우는 각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통일부, 여성가족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 등 정부 각 부처의 사업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이와 관련 ‘국고보조금’을 염두에 둔 사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것이 사실.
이에 대해 교단장협의회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은 교단장협의회에서 신청할 수도 없고, 그 신청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교계에서는 ‘제3의 법인을 통해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교단장들이 캠페인을 위한 모금활동을 하겠다는 것 역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도 “모금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상태여서 우려를 사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협의회가 모금활동을 실행할 경우, 한국교회가 입게 될 상처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에 앞서 이를 추진했던 교단장들이 각 교단 내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는 등 창피를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임기의 교단장들이 앞뒤 없이 자신들이 모든 일을 감당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현 교단장협의회에 대해 교단의 실무진은 물론 한국교회 대부분이 우려를 보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