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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 공부해서 남 주자!!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밑줄을 긋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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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5월 24일 (수) 00:00:00 [조회수 : 22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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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이야기는 중학생 이명지 양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혹 주변이나 본인의 아름답고 포근한 경험이나 이야기를 가지고 계신 분은 대강의 내용을 제 메일(nazunja@yahoo.co.kr)로
보내 주세요. 책을 엮으려 합니다. 책이 나오면 한 권 보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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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현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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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기침을 하는 게 아무래도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온 것은 아닌지 명희는 조바심이 났다. 4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항상 웃음을 머금고 유쾌하게 사는 게 아버지의 매력이다. 명희는 항상 아버지를 볼 때 어머니가 시집을 잘 왔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베란다에서 웅크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도 어머니의 담배 끊으라는 채근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그런데 요새 들어 기침이 심하여 어머니가 고시랑거리는 횟수도 늘어났다. 명희도 아버지를 볼 때마다 어머니와 똑 같은 잔소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여느 때처럼 잔소리를 하다가 느닷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둘째 딸 전교 10등 하면 담배 당장 끊어요! 우리 그렇게 약속합시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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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흐드러진 연산홍
ⓒ김학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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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듣는 순간 명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명희가 바로 둘째 딸이다. 막 신설된 중학교에 다니는 명희는 전교 10등은 고사하고 반에서 30등 안에도 들지 못한다. 명희가 다니는 학교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시작한 학교라서 인원도 대규모인데다가 난다 긴다 하는 얘들이 다 모인 학교다.
명희는 어머니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렇게 쏘아 붙였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언니가 하라고 해요!”
그러나 어머니의 반응은 냉담했다.
“언니는 이미 전교 10등 안에 들었으니까 됐어. 허구한 날 담배 끊으라고 잔소린 나와 같이 하면서 이제 와서 발뺌할 거냐? 의리 없게.”
발뺌이라는 말에 발끈한 명희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좋아요. 까짓 거 전교 10등? 일등 하지 뭐!”
대뜸 그렇게 말했지만 전교 10등은커녕 100등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명희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내친 김에 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제가 일등 하면 아빠 담배 그날로 끊는 거예요!”
그날 이후, 명희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시험을 보기 이틀 전,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명희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지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명희는 공부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었지만, 책상 앞에 놓인 가족사진을 보는 순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인데, 아빠가 가족의 맨 가운데서 모든 가족을 껴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버지의 웃음 띤 사진에서, ‘명희야, 너 공부 안 하고 뭐하니?’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명희는 병문안을 오라는 어머니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공부에만 열중했다.
자신의 공부와 아버지의 생명이 어쩐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 한 시간이라도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드디어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공부한 만큼 점수가 나오리라는 기대를 안고 열심히 문제들을 풀었다. 하루, 이틀, 삼일 …… 공부한 대로 시험을 잘 보았다. 그러나 마지막 날 수학에서 약간 힘들었다. 최소공배수의 활용문제인데 공부한 유형의 문제가 아니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그 문제만 빼고는 모든 과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을 것 같은 기분, 명희는 그런 기분이었다. 다른 때보다 왕청되게 잘 보았다고 생각했다. 명희는 마지막 날 시험이 끝나자마자 아버지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였다.
명희는 자신이 시험을 잘 치렀으니 아버지도 조만간 털고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처럼, 아버지도 병이 호전되기를…. 악몽 같은 시간들이 병상에 누운 아버지의 곁에서도, 아버지의 쾌유를 비는 가족들의 곁에서도 쉼 없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명희는 만약에 이대로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그러는 중에도 성적표를 받는 날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모른다. 명희의 생애 중에 그토록 무엇인가를 기다려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선생님이 성적표를 내주던 날, 명희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안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이명희! 이게 웬일이래? 5등!”
선생님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5등이라니? 일등을 해야 하는데. 선생님은 5등도 잘했다고 하시는 말씀인데, 명희는 꼭 일등이어야만 하는데, 기대로 콩닥거리던 가슴이 한 순간 부푼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내려앉고 말았다. 좋아해야 할 명희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운 걸 보고 선생님이 더 놀란 듯 말했다.
“이명희, 너 무슨 일이야? 5등이 기쁘지 않아? 지난번보다 많이 좋아졌는데.”
“…….”
명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명희는 힘없이 하교 길에 올랐다. 구름이 머리 위에서 말없이 흐르고, 참새도 길을 잃었는지 길가 숲에서 꼼짝 앉고 앉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학교가 파하고 성적표를 들고 힘없이 집으로 가고 있는데, 명희의 휴대전화가 말을 걸어왔다. ‘애기야 전화 받어!’ 명희가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명희야, 네 아빠가 깨어나셨어! 이제 한 고비는 넘기셨대. 생명에도 지장이 없고.”
명희는 집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아버지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오랜만에 본 아버지의 얼굴이 몰라보게 여위었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명희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아버지의 병도 병이지만,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는 게 너무 서러웠던 것이다.
“아빠, 나 5등밖에 못했어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해요.”
명희 아버지는 힘없이 웃음을 입가에 지으며, 눈을 껌벅거렸다. 그건 아마도 ‘5등이면 어떠냐? 넌 열심히 공부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걸 아빠가 알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곁에 있던 어머니가 대신 말해 주었다.
“명희야, 넌 최선을 다했어. 네게 5등이 바로 일등인 거야. 아마, 아빠도 너의 멋있는 모습을 보시고 금방 나으실 거다.”
일 년이 다 돼서야 명희 아버지는 건강한 몸으로 퇴원을 했고, 그날 이후 다시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은 없다. 담배가 피우고 싶을 때마다 껌을 대신 씹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명희는 지난 일들이 생각나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공부한다. 공부해서 남 주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공부해서 남 주냐?’를 ‘공부해서 남 주자!’로 바꾸면 어떨까?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하나하나의 일들이 다른 이를 세우고 일으키는 일이 되게 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군자요, 성인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삶이 의미 있으려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밑줄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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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는 중학생 이명지 양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혹 주변이나 본인의 아름답고 포근한 경험이나 이야기를 가지고 계신 분은 대강의 내용을 제 메일(nazunja@yahoo.co.kr)로 보내 주세요. 책을 엮으려 합니다. 책이 나오면 한 권 보내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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