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개강된 연신원 주최 '2014 미래교회 컨퍼런스'에서 강의 중인 홍국평 교수(연세대)

매 주일예배는 기본이고 삼일저녁 예배와 새벽예배마다 쉴 새 없이 설교를 통해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에게 ‘죽은 말씀’을 살려내라고 하는 엄중한 당부가 전해졌다. 한 신학자에 의해서다.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원장 정석환) 주최 ‘2014 미래교회 컨퍼런스’가 23일 오후 서울 연세대 신학관 예배실에서 개강됐다.

‘설교자가 묻고 성서가 답하다’라는 주제로 4일간 진행되는 컨퍼런스 첫 시간에 ‘묵은 땅을 기경하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한 홍국평 교수(연세대, 구약학)는 ‘우리 시대에 맞는 말씀이 선포돼야 함’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성경 속에 있기는 하지만 오늘 우리의 삶에 역사하지 못하는 본문을 오늘 우리의 삶 속에 되살려 내야 할 의무가 설교자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설교자에 외면당해 실질적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성경 본문은 ‘죽은 말씀’ 곧 역사 속에만 있는 본문, 오늘 우리의 삶에 역사하지 못하는 본문”이라며 “진정한 설교자라면 이러한 본문이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의 ‘임마누엘’을 살려낸 마태처럼

홍국평 교수는 ‘죽은 말씀’을 살려내 자신의 시대에 맞는 ‘살아 있는 말씀’으로 선포한 대표적 인물로 마태복음을 기록한 마태를 꼽았다.

홍 교수는 “성경 전체에 ‘임마누엘’은 단 세 번 나오는데 이사야서에 두 번, 마태복음에 한 번으로 다른 복음서 기자는 이를 전하지 않았다”면서 “마태복음이 ‘임마누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의해 실현됐다’는 영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임마누엘 예언의 뜻은 구약성서 이사야서에 묻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 왕 아하스 시대의 (임마누엘을 통한) 구원을 경험하지 못한 독자에게 임마누엘의 의미는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채 죽은 말씀처럼 묻혀 있었을 것인데, 마태로 인해 임마누엘 예언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마태 기자가 이사야의 예언을 예수 사건에 되살려 냈다면, 설교자인 우리는 이사야의 임마누엘과 마태복음의 임마누엘을 오늘 우리 삶 속에 되살려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말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설교자의 의무요 역할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하나님 말씀으로 강단에서 사람을 죽일 수도

홍 교수는 성경 본문을 잘못 사용함으로써 사람을 살리는 말씀이 되게 하기보다는 ‘죽이는 말씀’이 되게 하는 것에 대한 ‘주의’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잘못은 대개의 경우 인과응보 곧 ‘언약을 잘 지키면 복을 받고, 언약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는 신명기적 언약 사상’을 잘못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는 “구약의 경우 욥의 세 친구에게서, 신약의 경우 요한복음 9장의 나면서부터 소경인 자를 두고 ‘그 원인이 소경 자신의 죄인지, 부모의 죄인지’를 물은 제자에게서 보듯이 신명기적 언약 사상은 잘못 사용됐을 때 고난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만 보게 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이스라엘에게 생명을 준 신명기의 언약 사상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정죄의 말로 돌변할 수 있다”며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고민 없이 말씀을 선포하는 데 익숙해지면 우리는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