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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하라! 토끼풀 같은 삶일지라도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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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6월 19일 (목) 22:42:25
최종편집 : 2014년 06월 20일 (금) 00:14:35 [조회수 :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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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 다녀왔다.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그 다음날 새벽부터 서둘러 마치 제주도에 다녀오듯 당일치기로 여행하였다. 그 만큼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가 가깝고, 돌아올 때는 여권 검사조차 안 할 만큼 왕래가 잦은 곳이다. 존과 찰스, 웨슬리 형제가 무려 42차례 여행을 했으니, 해마다 빠짐없이 찾아간 선교현장이었다. 2007년, 찰스 웨슬리 탄생 300주년 기념우표가 아일랜드에서 제작되었다. 그 발자취를 두고두고 기억할 만하다.

12세기 들어 번번이 바이킹의 침략을 방어해준 고마운 이웃나라인 영국은 조금씩 간섭을 넓혀가던 중 1536년 헨리 8세 당시 이 땅을 식민화하여 20세기 초까지 지배하였다. 게다가 아일랜드는 1845년부터 3년간 계속된 감자대기근으로 인구의 절반이 감소하였다. 기아와 질병으로 인한 수백만의 죽음, 신대륙으로 떠난 이민자들은 오늘의 아일랜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비참한 역사였다. ‘보리밭에 부는 바람’이란 영화에서 보듯 피의 투쟁을 거쳐 1922년에 완전히 독립하였다.

녹색의 나라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은 성 패트릭이다. 5세기에 영국에서 온 그는 아일랜드야말로 ‘땅 끝’이라고 여겼다. 아일랜드는 그리스-로마 문명권과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미개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복음 전도자 패트릭 주교는 ‘땅 끝에서 양치는 목자’라고 불렸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흔한 토끼풀의 세 개 잎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설명하였다. 가장 어려운 교리를 가장 손쉽게 풀어낸 것이다. 토끼풀은 현재 아일랜드의 국화인 ‘샴록’(Shamrock)이다.

아일랜드를 찾은 까닭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주요 상징인 ‘겔틱 십자가’를 찾으려는 목적 때문이다. 사실 세상 어디를 가든 겔틱 십자가는 존재한다. 그만큼 가난한 아일랜드 이민자가 두루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흔하기로는 잡초와 다름없는 토끼풀처럼 강인한 민족성은 마침내 20세기 말 ‘겔틱 타이거’라고 불릴 만큼 유럽 연합 내에서 강력한 경제적 지위를 얻었다.

겔틱 십자가는 영국에서 대서양을 마주한 지역들,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그리고 아일랜드의 십자가 전통이다. ‘하이 크로스’라고도 불리는 겔틱 십자가는 라틴십자가 중심에 원을 두른 것으로, 표면에 성경이야기와 문양을 새겼다. 이번에 더블린의 트리니티대학교 박물관과 런던 웨스트민스터 기념품점에서 확인한 것으로 만도 10개 쯤 다양한 원형이 있었다. 아일랜드 최고의 보물인 ‘켈즈 성경사본’(The Book of Kells)에는 물론 교회와 묘비 그리고 가정마다 무수하게 겔틱 십자가들이 존재한다. 그만큼 신실함으로 드러내는 원형인 것이다.

6세기에 세워진 글렉달록 수도원은 더블린 근교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지이다. 그곳의 무덤에서 가장 오래된 겔틱 십자가를 보았는데, 거기에 소개하기를 십자가를 수평선과 지평선의 만남이란 차원에서 해석하고, 원을 우주적 차원으로 이해하였다. 또 십자가에 새겨진 문양 중에는 어김없이 샴록이 들어있는데 어김없이 삼위일체 신앙을 설명하려는 의도이다. 그리고 십자가 한 가운데 원은 인생의 수레바퀴로도 이해하여, 십자가 안에 죽음과 부활을 담아냈다.

아일랜드에서 구입한 십자가 종류 중 ‘블랙 보그’로 만든 것이 있다. 이것은 검은 토탄(Turf)으로 5천 년 전 습지에 묻힌 식물이 썩지 않고 퇴적해 탄화된 것이다. 토탄을 떠내어 말렸다가 이를 겨울철 벽난로 연료로 사용한다. 짚으로 만든 ‘성 브리짓 십자가’를 구한 것도 흐믓한 성과이다. 형태는 다르나 ‘성 브리지드 십자가’ 역시 겔틱 십자가의 주요 전통인데, 해마다 2월 1일이면 집집마다 짚으로 가로세로 엮은 십자가를 새로 내 건다. 생명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이다. 삶을 축하하고, 행복을 빌며, 손님을 환대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아일랜드의 국기는 초록, 하양, 주황의 삼색기이다. 초록은 구교인 아일랜드를, 주황은 신교인 북아일랜드를 그리고 하양은 구교와 신교 사이의 평화를 상징한다. 국기보다 훨씬 오래된 ‘겔틱 십자가’는 더욱 깊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은 물론 이를 통해 창조와 풍성한 생명 그리고 삶의 축복이다. 초록의 땅 아일랜드에서 항상 삶을 경축하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배웠다.

“주님! .. 내 손이 만지는 것들을 축복하기 원합니다. 내 귀가 듣는 것들을 축복하기 원합니다. 내 눈이 마주치는 것들을 축복하기 원합니다. 내 입이 단어 하나하나를 축복하기 원합니다. 내 이웃을 축복하기 원하고 그가 나를 축복하기 원합니다”(아일랜드 축복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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