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온누리교회의 장로이고 그가 교회에서 한 강연이 화제가 되기 때문에 그 강연의 내용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 지도들의 언행으로 인해서 교회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 있는 때에 교회 장로가 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그가 구설수에 올라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KBS에서 그의 강연 내용을 문제 삼자 그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일부 언론의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으로 마치 후보자가 우리 민족성을 폄훼하고 일제식민지 지배와 남북분단을 정당화했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있다.‘고 항의하고 나섰다. 그들은 텍스트의 전체 문맥을 파악하지 않고 특정 글귀만을 부각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문 장로는 피택장로 시절에 이 강연을 했는데,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한국의 역사에서 하나님의 뜻을 보려고 노력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이라는 기독교 신앙을 지닌 신실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의 강연의 내용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도 하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배, 남북분단, 6.25를 모두 게으른 한국인을 연단하려는 하나님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시련으로 보았고, 8.15, 남북분단, 6.25 등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본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러한 그의 판단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조선조 500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낸 게으른 한국민족에게 시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이 게으르고 일하기를 싫어해서 그대로 두면 공산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하나님이 공산화를 막으려고 남북으로 분단시켰단다. 6.25는 미국을 한국의 우방으로 붙들어 놓기 위한 하나님의 뜻의 발로였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한민족이 게으른 민족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는 윤치호의 일기 내용을 언급하면서 조선 말기의 고종이나 민비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도였다는 것을 언급하고 나서 한국인들이 조선 500년을 허송세월했다고 말하더니 다음에는 조선민족 전체로 확대해서 조선민족이 못된 게으른 습성 때문에 일을 안했다고 말한다. 이어서 윤치호의 일기를 인용하면서 일본에 유학을 나간 조선학생들의 90%가 이공계 공부를 하지 않고 사회학, 철학, 정치학 같은 공부를 좋아했는데, 그것은 말만하고 일은 하지 않으려는 게으름 때문이었다고 단정한다.

이어서 문 장로는 윤보선 씨가 영국에 유학을 했는데, 많은 학비와 생활비를 들여서 문학을 공부했다고, 일하기 싫어서 그런 공부를 한 것이라는 윤치호의 일기를 인용한다. 바로 이어서 자신의 말로 “이게 우리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던 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윤치호의 일기를 언급하면서 한국인의 게으른 체질을 놀고 먹으려는 공산주의와 연관시킨다. 조선의 과거 조상들의 피에는 공산주의가 맞는다고, 우리 민족의 피에는 공짜로 놀고 먹는 것이 아주 몸에 박혀 있었다고 윤치호의 일기를 빌어서 민족의 ‘피’를 언급한다.

그 다음에는 남북의 분단을 말하면서 “게으른 죄 깨끗하게 안 된 거야.”라고 언급한다. 통일국가가 유지되었더라면 놀고 먹으려는 공산주의적 체질로 인해서 공산주의 국가가 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분단시켰기 때문에 그 시련을 거쳐서 이렇게 잘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이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이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이 당신의 말씀을 지키지 않고 타락했을 때 그들을 돌이키시려고 시련을 주셨다. 그런데 문 장로는 한국인들이 게으르기 때문에 부지런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시련을 주셨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강연에서 ‘게으르다’는 단어를 11번 반복했다. 그리고 게으른 DNA, 체질, 피라는 단어를 즐겨 썼고, 일하기 싫어한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문맥을 살펴 볼 때 문 장로는 한국인의 민족성을 폄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문 장로는 선교사들이 와서 게으른 피를 타고 난 한국인을 부지런하게 만들었다고 선교사들의 공을 치켜 올린다. 물론 기독교는 적극적인 삶을, 근면을 중시한다. 선교사들의 공에 대한 언급은 기독교인들에게 솔깃하게 들리겠지만, 문 장로의 말대로 한국인들이 정말 체질적으로 게으르다면 단시간에 선교사들이 한국인 전체의 피를 바꾸어 놓았다는 논리에는 무리가 있다.

그는 오늘(15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자리에서 교회 강연에 대해서 해명하면서 자기가 한국인이 게으르다고 말한 것은 실상 비숍 여사의 여행기를 인용한 것이고 그 책에 나오는 당시 조선의 위정자들과 양반의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문 장로는 자기의 강연에서 윤치호의 일기를 인용하면서 반복적으로 한국인의 게으른 체질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영상에 나와 있는 민족성 폄훼에 대한 그의 말이 삭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번에는 한국인이 게으르다는 것은 자기 의견이 아니고 윤치호를 인용한 것이라고 피해 가더니 그 말이 불리하다고 생각해선지 이번에는 비숍 여사의 여행기로 말을 바꾸었다. 그 인용문을 비판하려는 의도 없이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는 것은, 그것도 길게 인용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윤치호를 장황하게 인용해 놓고 단지 인용했을 뿐이라고, 자기 생각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 그런 구차스러운 변명을 하다니 크게 당황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한국인의 DNA에 대한 언급은 윤치호를 인용한 것이 아니고 문 장로 자신의 언급이었다.

그의 이러한 불성실한 변명이나 해명이 안타까울 뿐이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짓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장로가 주일 예배까지 빠지면서 비숍 여사의 여행기에 관한 언급으로 빠져나가려고 했을까? 그리고 한국인이 부지런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말도 했다니 이건 또 어찌된 일인가? 그렇다면 그 강연에서 장황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한국민족이 게으른 DNA를 가졌고, 체질적으로 게으르고, 게으른 피가 흐르고 있어서 일하기를 싫어한다고 말한 것을 솔직하게 시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강연의 내용과 상반되는 그런 말 한 마디로 이미 널리 알려진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다니 어리석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장로가 온 국민 앞에서 억지를 부리며 몸을 굽히는 것은 참으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 장로를 옹호하려는 사람들은 악의적이고 왜곡된 편집으로 마치 후보자가 우리 민족성을 폄훼한 것처럼 오도한다고 말하면서 문맥을 살피라고 말한다. 필자는 다른 문제점는 제쳐 두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민족성의 폄훼에 관해서만 문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강연에서 문 총리 후보자는 분명히 우리 민족은 게으른 체질을 지녔다는 것을 장황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는 해명을 하려고 들 것이 아니라 게으른 민족성에 대한 그의 발언에 대해서 용서를 빌었어야 했다. 결국 해명을 하지 않음만 못하게 되었다. 그의 불성실한 변명으로 인해서 실망의 도가 심해지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테니까 말이다. 필자도 문 장로가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문창극 장로의 온누리교회에서의 강연을 통해서 교회 지도자들은 항상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솔직하고 겸허해야 한다. 교회의 이름에 먹칠을 하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은 결코 아닐 것이다. 계속 불거져 나오는 교회지도자들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서 교인들이 얼굴을 들기가 힘들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