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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 (Page Turner)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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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6월 13일 (금) 22:53:29
최종편집 : 2014년 06월 13일 (금) 23:56:51 [조회수 : 5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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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영어로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한다. 말 그대로 페이지를 턴(turn), 즉 넘기게 만드는 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페이지 터너에는 또 다른 뜻도 있다. 피아노 리사이틀 같은 클래식 음악 연주회에서 연주자 곁에 앉아 연주자를 위해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 속칭 넘순이 또는 넘돌이라 불리는 사람도 페이지 터너라고 부른다.

연주자도 아니고 악보나 넘겨주는 일을 하는 것이니 페이지 터너의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페이지 터너의 조건은 의외로 까다롭다고 한다. 악보를 볼 줄 알아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고, 고도의 집중력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페이지 터너는 절대 긴장해서는 안 되며, 연주자의 연주를 방해하지 않도록 악보를 넘겨야 하고, 연주 동안에는 미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악보를 넘기는 타임과 태도에 있어서는 연주자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맞지 않을 때 예민한 연주자의 경우에는 연주 도중 신경질을 내며 페이지 터너를 제지하고 자신이 직접 악보를 넘기는 일도 있다. 이 경우 페이지 터너는 자신의 임무를 철저하게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페이지 터너를 위해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결정적인 요소가 있다. 즉, 페이지 터너는 절대로 자신이 돋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페이지 터너는 연주자에게나 청중에게나,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마치 없는 존재처럼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 페이지 터너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가 청중에게 인사할 때 페이지 터너가 피아노 뒤로 숨어 조용히 박수를 치던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한다.
 
성경은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를 머리로 둔 한 몸의 지체들이라고 한다. 지체는 다양하고 그 쓰임새는 다르다. 모든 지체가 각각의 쓰임과 각각의 귀함이 있건만 시시하게 보이는 발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의 맹장 따위는 아무도 되려고 하지 않는다. 더 나은 지체가 되려고, 아니 나는 분명 더 나은 지체라고 확신한다. 그리하여 심지어 머리가 되려고까지 한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위대한 음악가, 불멸의 음악을 수도 없이 작곡했던 신앙인 바흐는 악보 끝에 언제나 이렇게 적어 놓곤 했다. S.D.G. 이 라틴어 머리글자는 다음의 약자였다. Soli Deo Gloria!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 그는 이 말로 자신은 단지 하나님의 페이지 터너일 뿐이라고 고백했던 것이리라.

모든 사람이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주자가 되고자 하는 세상에서 묵묵히 페이지 터너의 일을 감당하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겠다는 찬송을 입술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부르는 사람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연주를 위한 페이지 터너일 텐데 말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서로를 위한 페이지 터너이기도 하지 않을까? 페이지 터너처럼 영광의 자리에서 자신을 숨기며 조용히 드러나지 않게 타인을 위해 박수를 치는 사람,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명령한 대로 조용하게 살기를 힘쓰십시오.” (살전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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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나무 (112.218.155.237)
2014-06-14 10:55:58
페이지 터너
좋은 글 감사합니다. 페이지 터너로 산다는 게 그리스도인의 본분이지요. 늘 깨어 Soli Deo Gloria!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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