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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은혜 (김석년)
김석년  |  5lor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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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06월 07일 (토) 12:15:03
최종편집 : 2014년 06월 07일 (토) 23:38:26 [조회수 : 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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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신화에 나오는 야누스처럼, 우리의 생각에도 두 얼굴이 존재한다. 바로 ‘기억’과 ‘망각’이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 것은 반드시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며, 또 다른 어떤 것은 훌훌 털고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기억과 망각 사이의 어디쯤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우리는 은혜와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은혜를 기억하므로 감사로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으며, 고통을 기억하므로 이웃의 고통을 감싸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 편,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잊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고통이 사실 제때 잊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하나님의 은혜와 이웃의 아픔은 잊어버리면서, 정작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의 퇴적물로부터는 자유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에 매여 생각하고 기억하고 되뇌면서 점점 더 고통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 결국 스스로 그것에 잡혀 침체, 소외, 우울, 분노, 좌절 등에 짓눌리고 마침내 인생자체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어느 교회에 투시의 은사를 받은 권사님이 있었다. 마침 새로운 목사님이 부임하여 권사님의 은사가 바른 것이지 알 겸해서 물어보았다. “권사님, 제가 얼마 전에 어떤 문제로 큰 고통을 받았는데,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종종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권사님이 기도해보겠다고 해서 며칠 후에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다시 만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목사님, 기도해보니까… 하나님께서 이미 다 잊었다고 하시면서, ‘이제 너도 잊어라’고 하십니다.” 이렇듯 우리는 하나님께서도 이미 잊어버린 것을 가지고, 그토록 잊지 못해 오늘도 스스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사 43:18)

십자가는 망각의 은혜의 절정이다. 하나님께서 십자가로 인하여 우리의 죄와 허물을 다 잊어버리셨다.(히 10:17) 그래서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믿는 이들을 향하여 이렇게 선언한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하나님께서는 십자가를 통하여 죄인 된 우리를 잊으시고, 다시금 새로운 피조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 창조의 새 삶을 살도록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은혜는 무엇보다 망각, 곧 잊어버림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잊어야 하는가? 아마도 ‘원수’와 ‘죄책’일 것이다. 원수를 잊지 못하면 스스로 분노에 매여 사랑 없는 피폐한 삶을 살게 되고, 죄책을 잊지 못하면 죄의식에 사로잡혀 풍성한 자유의 삶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하나님 자녀로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그리스도인이면 반드시 누려야 하는 ‘망각의 은혜’이다.

물론 제 삼자가 어설프게 위로한답시고 그저 ‘잊어라’라고 말해서는 되레 더 큰 상처를 남길 뿐이다. 지금 당장 원수를 눈앞에 두고 억울함에 몸 둘 바를 모르는 이에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죄책 앞에 통탄해하며 가슴을 찢는 이에게 잊어버리라는 말처럼 무력하고 무책임한 말도 없다. 큰 상처를 잊는 길은 오직 하나, 상처보다 더 큰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람 요셉을 떠올려보라. 그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구원섭리를 체험하므로 원수 되었던 형들을 다 잊고 용서할 수 있지 않았던가?(창 45:7-8) 이처럼 오늘 이 시대에도 그 큰 사랑으로 세상과 이웃을 채워줄 이들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우리 크리스천이다.

복효근 시인은 아름답게 아물어가는 상처를 두고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고 노래했다. 주변에 무언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가 있다면 그 아픔과 상처를 잊을 만큼 의 큰 사랑, 십자가 사랑을 쏟아 부어보라. 아마도 그 자리에 베다니의 한 여인이 부었던 향유와 같은 꽃내음이 가득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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