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생일이라고 특별히 축하받은 기억이 없다. 부모님이 가난 속에서 4남매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실 여유가 없으셨던 것이었을까? 고기도 먹어본 이가 잘 먹는다고 나는 아직도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가 그리 익숙하지 않다. 남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트로트를 불러대도 생일축하 노래는 영 어색하기 그지없다. 약 2주전 아내 교회의 교인이 105세 생일을 맞이했다. 105번째 맞는 생일이니 흔한 일은 아니다. 하여 아내가 날더러 기타 가지고 가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냥 혼자가면 안되냐고 그랬더니 아내가 생일 노래를 불러주고 나서 맛있는 점심 먹으로 가자고 부추겼다. 그런데 문덕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생일을 축하하는 것일까? 생일날 축하 카드나 문자를 왜 보내는 것일까?

생일 중에도 돌잔치나 회갑잔치는 아주 특별하다. 돌잔치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지 1년째를 맞이하는 날을 축하하는 자리고 회갑잔치는 61세의 생신을 축하하는 자리다. 다른 생일잔치도 마찬가지겠지만 특별히 돌잔치와 회갑잔치의 공통점이 바로 생명의 소중함에 있다. 헨리 나우웬은 자신의 신앙 묵상집에서(Here and Now: Living in the Spirit, 1998년 은성(도)에서 『여기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로 번역) 생일을 축하하는 이유를 생명의 소중함에서 찾고 있다: “생일잔치는 생명의 소중함을 감사와 애정으로 축하하는 것이다. 우리는 생일을 맞은 당사자에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로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의 말을 좀 더 쉽게 풀어서 말하면 생일은 상대방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함께 기뻐하는 날이다. 우리는 생일을 맞은 사람이 어떤 위대한 일을 성취하였거나 얼마나 많은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생일을 맞은 당사자의 존재 자체를 기뻐하면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축하한다.

생명 그 자체를 기뻐하는 생일의 의미는 과히 성서의 중심된 메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세기는 인간의 생명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기운이 깃든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생명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편은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임을 고백한다. 요한복음은 다른 복음서에 비해 생명을 유독 강조하면서 예수의 오심은 생명을 주고 그 생명이 풍성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요한복음서가 고백하는 예수는 자식에게 생명을 주고 그 생명이 풍성히 자라도록 돕는 어머니의 이미지다. 요한계시록은 하나님과 어린양에게서 흘러나오는 생명수가 달마다 과실을 맺게 하고 세상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한다.

지난 한 달 동안 세월호 참사의 비극에 온 국민이 함께 슬퍼했던 이유는 바로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 모두가 온몸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생일을 맞은 사람들에게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며 살고자 한다. 존재 자체를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며, 그 생명이 나로 인해 조금 더 풍성해 지기를 기도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