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김동호 목사는 나름대로 인정받을 만 했다.

한국교회가 성공주의에 빠져서 너나없이 '메가 처치'에 혈안이 됐을 때, 어쨌든 '높은 뜻 숭의교회'를 분립시키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평가 받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이찬수 목사가 한국교회를 타락으로 이끈 비성서적이며 반복음적인 '대형교회의 해체'를 주장하며, 분당우리교회 교인들 가운데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선언하면서 비단 교인들뿐만 아니라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회의 양적인 성장을 성공한 목회이자 은혜로운 사역의 결실이며 증거로 보란듯이 과시하는 교계의 풍토에서 그의 소박한 메시지가 신선한 감동을 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해서 지나치리 만큼 거칠게 몰아붙이는 나도 그들에게 만큼은 단 한 번도 비난의 화살을 당기지 않았다.

아니, 비난은커녕 오히려 조용히 응원하면서 기다리고, 기대하며, 마음속으로 함께 기도했다.  한국교회가 '혹시' 변화하는 물꼬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하면서...

그러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역시... 로 바뀌지 않나, 싶은 절망감에 마음이 씁쓸하다. 한동안 조용기, 전병욱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을 때, '그래도.., 자질있는 목사들인데...'라며 가녀린 희망을 가졌다가 졸지에 기대가 무너지며 형제들에게 망신(?) 당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김동호 목사는 오늘 아침에도 살갑게 굿모닝!이라고 소근대더니, 멋진 예를 들어가며 “조용히 침묵하라”고 가르친다.

귀거리를 달기 위해서 계집애들처럼 귀를 뚫었던 아들을 경솔하게 나무라지 않고, 침묵하며 시간을 보냈더니 지금처럼 사이가 아주 좋아졌단다...

덧붙여, 어름을 송곳으로 뚫어야 어름이 조각조각 깨지는데, 애써 망치로 두들기면 어름에 멍이나 들고 소리나 요란하게 날 뿐, 어름은 절대로 깨지지 않는단다...

처절한 고통으로 울부짖는 유기족들 앞에서 너무 천박한 말장난이 아닌가?  아들이 귀를 뚫은 하찮은 집안 일과, 수백 명의 승객들이 이기심에 찌든 사회의 불의와 타락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로 안타까이 죽어간 비극의 참사를 동일시 비교한다는 건... 유가족들에게 너무 잔인한 짓이다!

지금이 마치 한 여름인양, 맛진 빙수를 먹으려는가? 지금은 송곳으로 한가하게 어름 깨뜨릴 때가 아니다. 망치를 들고, 해머를 들고, 도끼를 치켜들어 이 사회의 고질적인 부정과 불의의 철옹성을 가차없이 부숴야 할 엄중한 때에 어줍잖은 어름타령은, 한 마디로 말해서 공동체의식이 전혀 없는 치명적인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회개하고 침묵하라!'며 수 만의 교인들 앞에서 당당히 설교했다가 뜻 있는 청년의 반발에 부딪친 이찬수 목사가 청년에게 예의를 갖춰서 답장을 보냈다.

"시리즈로 묶어서 세 번에 걸쳐 설교할 생각이니까, 일단 설교를 모두 듣고 난 다음에 다시 말하자..."

“이친수 목사가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침묵하라고 설교했다”는 기사를 보고 내심 크게 놀랬다가, “그럼, 그렇지!”하고 가까스로 안도하며 연속되는 설교를 기대했다. 그런데 결론은,

“계속 침묵하라. 거룩한 침묵은 분노보다 강하다. 하나님이 주시는 분명한 감동을 받았다. 열흘 동안 금식하며 기도하면, 놀랄 일이 있을 것이다. 할 만한 사람들은 교회에서 함께 기도하자!”

간단히 요약하면, “세월호 참사에 거칠게 분노하며 저항하는 것은 설익은 교인들의 경거망동이고, 거룩한 침묵(?)이야말로 영성 깊은 신앙인의 올곶은 순종이다. 하나님은 이 순간에 침묵을 원하신다”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절망스럽다...! 그리고 경솔한 언행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하나님이 정말로 침묵하라고 말씀하셨다면, 지금 안타까운 참사를 바라보면서 큰 슬픔과 더불어 공분을 느끼는 모든 형제들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성령의 인도를 무시하는 불순종의 무리들이라는 말인가?

침묵은 그 자체로 선일 수 없다. 물론, 무턱대고 행동하기 전에 조용히 침묵하면서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부정과 불의가 분명하면 그 때는 마땅히 분노하고, 거침없이 저항해야 한다.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암묵적인 동조이며, 비겁한 회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불의에 맞서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이 정의를 실천하는 정당한 방법이다. 다시말해, 침묵은 행동의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사전의 수단일 뿐, 그 자체로 행동의 바른 규범이 될 수 없다.

나름대로 의식있다는 목사들조차 이처럼 하나같이 침묵을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초딩’같은 우리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비밀스런 계시가 있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저 쓴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서 한국교회를 지배하는 거짓 영성과 더불어 천박한 구원론을 엿본다. 그들의 일치된 설교의 배경에 한국교회의 왜곡된 신학이 버젓이 자리잡았고 있다는 생각을 좀처럼 지울 수가 없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형교회 목사들에게서 도무지 영적인 긴장을 느낄 수가 없다. 배 부르고 등 따뜻하면 편히 드러 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더니, 그들에게서 다만 영적인 나태와 안일이 느껴질 뿐이다.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망각하고, 이기적인 개인구원에 천착하는 한국교회의 병든 영성!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공동체 신앙이다. 주께서 생명 바쳐서 '내 교회'를 세우신 이유가 무엇인가?

세상과 분명히 구별되는 교회의 가치관... 그것은 개인의 이기심과 탐욕을 정당화 하는 세상의 저질스런 이념과 전혀 다른 '무엇'이 돼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영성은 공동체를 향한 절실한 사랑과 책임, 그리고 희생에서 비롯된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깊이 묵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