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개신교 내에서 크게 두 부류의 대응이 이야기되고 있다. 하나님의 위로와 도우심을 바라며 금식하거나 기도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하나이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며 이 시점에서 정부에 저항하고 바르게 되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신앙과 행동의 유일한 표준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이 참사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하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시는 가가 중요하다. 바울 사도의 위에 있는 권세에 굴복하라는 말씀이 이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금식이나 기도를 강조하는 쪽은 그것이 그 말씀에 대한 순종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저항하는 것은 그 말씀을 어기는 것처럼 여겨진다.

위에 있는 권세의 의미

바울 사도는 권세가 하나님께로부터 났다면서 위에 있는 권세에 굴복하라(롬 13:1)고 말씀하였다. 그 권세의 존재 목적은 선을 격려하며 지원하고 악을 징벌하는 것이다. 선을 활성화하고 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신자는 그 권세에 대한 복종으로 국가 유지의 중요한 한 방편인 재정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여야 한다. 세금을 내야 한다.

바울 사도가 살던 당대는 전제군주인 왕에 의해 권세를 결정하고 행하던 시대이다. 왕은 법이었고 법 위에 존재하였다. 오늘날은 전제군주국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전제군주국에서의 왕과 같은 존재는 없다. 국가 간 정치 제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국가 통치의 근간은 법이다.

오늘날 위에 있는 권세는 법이다. 법은 국가를 지탱하는 뼈대와 같다.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대통령이나 의회민주주의에서의 총리는 법에서 위임된 권위를 가진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법을 준수함으로 존경을 나타내어야 한다. 대통령, 총리에 대한 태도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결정된다.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는 것은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된 행태들

교회가 지난날 잘못된 권력자들에게 행하였던 잘못된 모습이 있다. 유신 시대와 쿠데타를 통하여 탄생한 전두환 정권 시대에 교회가 나타냈던 어떤 모습이다. 조찬 기도회는 그 중 하나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 반대급부로 교회의 유익을 챙기는 모임이다. 유신 시대는 그 이전의 법을 훼파하고서 가능하였다. 쿠데타는 그 당대의 법을 훼파하고 생겨난 일이다. 전두환 씨가 정권을 잡을 때 광주 학살이라는 엄청난 불법이 자행되었다.

교회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한다는 것은 법을 어기는 잘못된 권력자들에 대해서는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을 어기며 권력을 차지하려고 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광주 민주화 항쟁과 관련하여 요즘 만들어지는 영화를 보면 시민의 편에서 싸우는 신부는 있지만 목사는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런데 그렇게 권력을 잡은 이들을 미화하고 찬양하기까지 한다면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어떤 목사들은 노조에 대해 비판적이면서 빨갱이라는 표현을 한다. 빨갱이라는 표현 자체가 북한 체제에 대한 잘못된 이해의 결과지만 그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반대라는 입장을 가진다. 노조가 회사라는 공동체의 권세자인 경영자에게 굴복하지 않는 단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조의 근거는 법이다. 법적인 정당한 근거를 가졌다면 노조는 정당하다. 위에 있는 권세에 굴복하여야 하는 그리스도인 목사라면 반대할 수 없으며 반대하여서도 안 된다. 그것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는 가르침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구조 바로잡기

교회(신자)는 법을 바르게 알고 지키면서 선을 장려하고 악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법이 선을 장려하지 못하고 악을 정당화한다면 정당한 법 절차를 통하여 바꾸어야 한다. 구조적인 악으로 인해 약한 이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을 묵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나님 나라의 원리에 부합되지 않는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표하고 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의 부패를 방지하고 살맛이 나게 하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반영하기 위한 섬김이다.

비폭력 저항

그 과정에서 신앙적 원리를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노조 활동을 하더라도 힘의 원리를 앞세워서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 필요를 채우려고만 하지 말아야 한다. 사측과 함께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최소한 일을 하고 최대한의 수입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일하고 적절한 수입을 받으려고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 노사 양측으로부터 어려움을 겪더라도 신앙의 원리를 굳게 지키며 살아야 한다.

힘을 불의하게 사용하며 부당하게 억압하는 세력에 대해 폭력으로 대항하지 않아야 한다. 폭력이 아닌 저항의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바라며 성경적인 원리를 따라야 한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

광주 민주화 항쟁에도 시민들이 무장하지 않고 저항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그때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을까? 무장하고 대항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죽었다고 생각된다. 무장하지 않고 저항하였다면 항쟁의 의의를 살리지 못하였을까? 지금과 같은 인정을 받지 못하였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의에 저항하되 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저항의 길을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는 힘이다. 정보를 취급하는 방송과 언론은 권력매체이다. 그들이 정보를 객관적이고 바르게 취급하지 않고 여론을 왜곡하면 국민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는다. 알게 모르게 당하는 피해가 적지 않다. 이 시대에는 방송과 언론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꼭 필요한 신자의 삶이다.

나가면서

이 시점에서 교회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폭력 저항이 필요하다. 꼭 필요하다. 헌법에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박근혜와 이 정부는 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언론을 장악하여 자신들을 변호하는 일에만 급급하다. 그것을 좌시하는 것은 명백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저버리는 것이다.

개신교가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고 따르기만 한다면 지금과 같이 개독교라고 비난을 듣진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 속히 이르기를 소망할 뿐이다. 비록 이루어질까라는 의구심을 들고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