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의 참상과 함께 구원파라는 단어가 매스컴에 등장하여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권신찬 목사가 주도한 구원파는 믿음으로 의인이 된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의 구원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런지 구원파에서 세운 세모그룹에서는 온갖 비리를 거리낌 없이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에서는 구원파를 이단으로 규정했지만, 이 구원파는 ‘오직 믿음’을 내세우고 ‘행위’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사촌에 해당한다. 구원파가 운영하는 세모그룹과 마찬가지로 한국교회는 거리낌 없이 부정을 저지르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참회할 줄도 모른다.

한국교회가 타락상을 보이는 것은 목회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기독교인들의 삶이 그들의 믿음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행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에게 도덕의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덕이나 윤리를 말하면, 보통 그것은 인간적인 것, 혹은 세상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도덕은 기독교인이 살아야 할 거룩한 삶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인간적인 것, 세상적인 것을 외면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악한 본성, 세상의 악한 세력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도덕이나 윤리는 인간을 그런 악한 것들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규범이다.

도덕은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행하는 행위이다. 하나님은 당신이 거룩하시니 우리도 거룩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거룩함은 우리의 삶에서 선을 구현하려는 도덕성이 회복될 때 우리의 행위를 통하여 나타난다. 구원파의 지도자 유명언 씨의 행위가 부도덕하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는 것은 그에게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그가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물론 구원의 문제는 하나님이 결정하실 일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보면 그는 분명 “게으르고 악한” 사람이다. 거룩하지 못한 사람이다.

도덕적 행위를 통해서 인간은 스스로를 인격체로 세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을 한 인격으로 대한다. 이러한 도덕적 행위 위에서만 정신의 차원이 그리고 정신과 함께 하는 인간의 존엄과 위대함이 자리 잡을 수 있다. 도덕적으로 살지 않을 때 죄를 짓는다. 영어의 ‘sin’은 이러한 도덕적인 행위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도덕은 단지 윤리적인 차원뿐 아니라 종교적 차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수님은 법적인 범법행위 이전의 비도덕적 행위를 죄로 규정하고 회개를 촉구하셨다. 예수님이 바리새인의 교만, 위선을 비판하신 것은 그것들이 부도덕한, 불신앙적인 죄이기 때문이었다.

도덕은 인간이 자신을 인격으로 세우는 행위를 위한 지침이기 때문에, 도덕적 명령은 무조건적으로 타당하다. 도덕적 행위가 가지는 진지함과 그 절대적인 타당성은 모든 도덕적 행위 속에 있는 종교적인 요소이다. 도덕이 결여될 때 문화는 불성실한 놀음이 되고, 종교도 불성실한 감정적 도취에 빠져서 타락하게 된다. 종교인의 인격은 도덕적 자기를 실현하는, 즉 중심을 가진 인격이 되는 부단한 행위가 없이는 그 중심을 잃고 분해되어 버린다. 지금 한국교회가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서 신앙인의 인격이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월호의 선장이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질타하지만, 행위를 외면하는 한국교회는 그를 질타할 자격이 없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도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서 질타의 대상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연회나 총회 같은 목회자들의 모임은 마치 부정과 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보인다. 개혁의 의지를 가진 분들이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신앙인의 인격을 세우기 위해서 하나님은 십계명의 5계명에서 10계명까지의 도덕적 계명을 주셨다. 부모를 공경하라고, 살인하지 말라고, 간음하지 말라고, 도둑질하지 말라고, 거짓증거하지 말라고, 탐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주기도문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기 전에 우리가 이웃의 죄를 용서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예수님은 이웃의 죄를 용서하는 행위를 요구하고 계신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에도 시험에 드는 행위와 악에 빠지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예수님은 황금률과 산상수훈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셨다.

이렇게 계명을 이야기하고 예수님이 가르치신 도덕적 규범을 말하면 바울은 율법으로 구원받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반문해 온다. 그런데 예수님도 바리새인 같은 율법주의자들의 맹점을 지적하셨다. 예수님이나 바울이 율법주의를 문제 삼은 것은 율법을 지키기만 하면 구원 받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경우 믿음은 없으면서 외적인 행동에만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율법에 의지하는 사람에게는 자기가 가장 모범적인 신앙인이라는 오만과 독선이 생기기 쉽고, 그 독선에서 경멸이 나와서 이웃을 용서하거나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원래 율법이란 내면적 동기보다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행위의 결과만을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율법에 집착하는 사람은 도덕적인 죄를 지으면서도 회개하지 않고 남들의 눈에 보이는 일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예수님과 바울은 이러한 현상을 경계한 것이지 율법이 전혀 무용지물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예수님은 당신이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셨고, 바울은 율법이 죄를 깨닫게 한다고 율법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실상 예수님은 고도의 도덕적 규범을 요구하셨다. 간음할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살의를 느끼는 것만으로 간음한 것이고 살인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웃을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인간이 따르기 아주 힘든 높은 수준의 도덕적 행위를 요구한다. 예수님이 사랑을 강조하셨기 때문에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말하는데, 이 사랑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모든 선지자들의 가르침과 율법의 강령이다. 하나님이 명하시고 예수님이 가르치신 도덕적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거룩해질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도덕적 명령과 가르침을 외면할 때 지금 한국교회의 지도자들과 교인들처럼 타락한 사람, 어둠의 자식이 되고 만다. 그들에게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행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구원파의 사촌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행함이 없을 때 그들에게 진정한 믿음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기독교에서 도덕적 삶이 중요한 것은 현세의 삶에 따라서 내세에서의 보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고 선하게 산 사람은 낙원에 가지만, 악하게 산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 이러한 내세에서의 보상 개념은 기독교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고등종교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힌두교에서는 세상에서 지키는 도덕적 삶을 통해서 업을 쌓아야 내세에서 보다 나은 삶으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불교도 마찬가지로 현세의 도덕적 행위에 따라서 극락과 지옥으로 가게 될 뿐 아니라, 힌두교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세에서 쌓은 업에 따라서 환생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이슬람교에서도 도덕적 가르침은 참된 신자가 알라의 인정을 받고 내세에서의 보상을 받기 위해 따라야 한 실천적 규범이다.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서는 내세의 삶을 인정하고 현세의 삶이 내세에서의 삶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신앙인들은 내세에서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현세에서 더 선한 생활, 도덕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종교와 도덕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물론 믿음이 행위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행위는 종교에게 있어서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학자 뒤르켕은 종교를 ‘성스러움’에 기초한 믿음과 수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종교를 단순히 도덕성을 고양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도덕성이 종교의 본질적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종교적 힘을 도덕의 힘으로 간주했고 종교가 도덕 공동체를 만든다고 말했다.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의 말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종교에서 도덕이 중요하다는 그의 견해는 참고할 만하다.

그런데 ‘오직 믿음’을 강조한 개혁자들은 도덕의 중요성을 무시했다. 루터는 도덕을 우리 안에 교만이 자라나게 하는 것으로 보고 도덕과 믿음 사이에 건너 뛸 수 없는 깊은 도랑을 파놓았다. 믿음과 행위를 대립시킴으로써 기독교 신앙에서 도덕의 영역을 축소시켰다. 이렇게 행함을 외면한 결과 지금 한국교회가 타락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도덕의식의 상실로 인해서 한국교회가 회개할 줄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게 되었다는 말이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개혁자들의 신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개혁자들의 ‘오직 믿음’을 충실히 따르면서 행위를 외면하는 사람은 기독교인의 삶에서 도덕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 쉽다. 오직 믿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로마서적 믿음 위에 신학을 정립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살아도 되는가? 이렇게 가르치는 사람들이 구원파이다. 정말 믿음이 있는 기독교인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할 필요도 가르칠 필요도 없는가? 그런데 교회에서는 이웃을 용서하라고, 예수님을 닮자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에덴동산을 비롯해서 십계명을 거쳐서 구약과 신약 전체에 “하라,” “하지 말라“고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요구하는, 달리 말해서 행위를 요구하는 문장들로 넘쳐난다. 이러한 명령들은 모두 우리의 도덕적 결단을 요구하는 가르침이다. 그런데도 ‘오직 믿음’ 만이 진리인가?

‘오직 믿음’을 내세운 개혁자들은 로마서에만 주목하는데 이것은 올바른 성경읽기가 아니다. 로마서는 신약성서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예수님의 복음은 로마서만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신약 전체를 통해서 선포되기 때문이다. 신약성서 전체의 문맥 안에서 로마서를 보아야지 로마서만을 가지고, 그것도 로마서의 일부만을 가지고 전체 신약성서의 내용을 재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요긴한 구절들만을 골라서 어떤 주장을 정당화하는 것을 교리적 성경읽기라고 말한다. 교리적 성경읽기가 오류라는 사실은 오래 전에 밝혀졌다. 글 읽기의 기본을 외면하고 옛날에 유행하던 글 읽기에 매달린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21세기에 와서도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알레고리로 읽은 교부들의 관행을 따르는 것과 같은 우매한 일이다.

교부들이 한 일은 혹은 루터가 한 말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맹종이며 그들을 우상화하는 일이다. 그들은 하나님처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고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그들이 속해 있던 상황, 문화, 시간 안에 갇혀 있었다. 18세기의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는 “신은 용서하고 인간은 오류를 범한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오직 믿음’의 모토를 ‘예수의 복음’으로 대치해야 한다. 개혁자들뿐 아니라 많은 신학자들이 그들의 신학을 로마서의 의인론이나 구원론 위에 세우면서 복음서의 가르침을 외면했다. 이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로마서는 신약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복음서는 하나가 아니고 네 개다. 이 사실은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과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이 네 번 반복하여 강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리고 기독교는 복음서의 예수에 기초한 예수교이지 바울교는 아니다.

복음서를 외면하고 로마서에 치중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지만, 바울의 말을 믿음 일변도로 이해하는 데에는 극단성 혹은 편향성이라는 문제가 있다. 그는 로마서 자체에서 그리고 다른 서신서들에서도 믿음 외에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으로 밀고 나갈 때 구원파처럼 이단에 근접한 염려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균형감각은 원숙한 정신에서 나온다.

예수님의 복음은 복음서와 서신서들을 포함한 신약 전체에서 선포된다. 예수님의 복음에는 믿음과 행함이 모두 담겨 있다. 타락의 수렁에 빠져 있는 사람을 회개할 줄 모르고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게 만든 한국기독교를 구하는 길은 신앙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 말씀을 충실히 따르는 길밖에 없다. 도덕의식은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고등종교에서 중시하는 삶의 지침이다.

상식인이라면 그 누구도 기독교에는 도덕이 필요 없다는 말을, 기독교인에게 행함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비상식적인 주장은 한국교회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암이다. 이 암 덩이를 조기에 제거해 내고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건강을 되찾을 수 없다. 병에 걸렸다고 진단이 나오면 서둘러 치료를 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그 치료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미루다 보면 그 병으로 죽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