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성금요일 기도회에서 교우 한 분이 양복 깃에 노란 리본을 달고 왔다. 무슨 의미냐고 여쭸더니 세월호 참사로 실종당한 이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노란 리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미 몇 해 전에도 달았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2007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 단기선교 활동을 하던 한인들이 피랍 당했을 때 안양 YMCA 회원들은 노란 리본을 달았다. 심지어 아기 스포츠단 어린이들도 유치원 가방에 3주 동안 달고 다녔다고 한다. 남의 고통을 내 아픔으로 여겨 내 몸에 붙들어 매야 한다는 평화교육의 일환이었다. 나중에 대부분 생환 소식을 듣고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한 것은 당연하다.

안양에서 초등학생 두 여자 아이가 실종되었던 2008년, 사건에서 가장 가까이 머물던 이웃들은 다시 노란 리본을 달았다. 결국 유괴된 두 아이는 영영 귀가하지 못했지만, 노란 리본은 공중파에 소개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오래 동안 잊혀졌던 노란색의 괴로운 추억이 다시 재현된 것이었다.

그날 밤 수난일 기도회에서는 십자가에 못 박는 체험을 하였다. 골고다의 사건을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무십자가에 내가 선택한 의미의 색깔 못을 박는다는 신앙고백이었다. 못은 다섯 가지 색깔이었다. 금색 못은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을, 초록색 못은 허영과 욕심을 의미한다. 빨강색은 분노와 미움을, 파란색은 교만함을 그리고 은색 못은 내 속의 연약함과 두려움을 상징하였다.

부활주일 새벽, 못에 박힌 색깔들을 살펴보았다. 단연 은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연약함과 두려움을 십자가에 못 박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비단 세월호 참사가 아니더라도 이기심이나, 욕심 혹은 교만함에 비해 연약함과 두려움은 스스로 이겨내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런 두려움이 우리 삶에 축축하게 스며들었다. 애초부터 노란색 못은 없었다.

놀라운 일은 부활주일 다음 날부터 노란 리본 캠페인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이젠 양복 깃이나 아이들 가방이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프로필 사진으로 등장하였고, 순식간에 확산하고 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란 리본 속 문구는 실종된 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메시지로 펄럭였다.

참람하게도 우리는 사고 후 일주일이 넘도록 단 한 건의 구조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새로운 통계는 없이, 다만 바뀐 것은 사망자 수가 실종자 수를 훌쩍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시신 수습도 지지부진하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무능과 비겁함, 무책임과 무사안일을 자성하며 스스로 못 박기는커녕, 정부와 언론매체는 얼마나 거친 못들을 희생자 가족과 국민을 향해 쏟아냈던가? 악성 루머, 비난, 책임 뒤집어씌우기가 악성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

이젠 뉴스를 듣는 일조차 괴롭다. 들끓던 여론도, 뜨겁던 눈물도 조금 있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너무 많은 조명 때문에 괴로워하던 가족들은 조만간 너무 멀어져 버린 관심 때문에 힘들 것이다. 우리는 잠깐 새 너무나 많은 안전과 평안을 잃어 버렸고, 흘려보냈다.

노란 리본은 눈물을 닦아주는 노란 손수건처럼, 약한 이들의 연대표시이다. 리본은 서로를 이타심으로 노랗게 연결해 주는 심벌이다. 무성한 노란 띠들은 애통하는 가족과 나누는 위로와 희망이며, 동시에 세상 안에서 이루어야 할 정의와 평화에 대한 갈증이다. 이제 사이버 상의 노란 리본은 구체적인 가슴마다 꼭꼭 붙들어 매야한다.

결국 노오란 부활절은 슬픔마저 반드시 이기고야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