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면서 연회가 열릴 때마다 마음이 씁쓸했었다. 연회를 안 갈 수도 없고, 그간 열리는 연회는 고성과 자기주장에 몸살을 알았었기에. 그러나 이번 남부연회는 너무나 기분 좋게 끝났다. 고난주간을 훨씬 지난 부활절 이후에 열렸고, 고성과 자기주장이 난무하는 모습도 없었기에.

거기다 자기주장과 고성의 난무를 막는데 적잖이 내 자신이 공헌을 했다는 자부심(?)도 있어 더욱 기분이 좋다. 32년간 목회를 해오면서 이번처럼 연회의 중심에 서 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정치력을 가진, 자기주장을 또렷하게 말할 줄 아는(?) 이들의 전유물처럼 연회를 먼발치에서 보아 왔었다.

한 발짝 물러나 있으면 자유롭다. 한 발짝 다가가면 신경을 써야 한다. 각종 회의에 관한 한 난 대부분 한 발짝 물러나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회 때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거다. 총대와 각국위원이나 이사를 뽑는 전형위원이란 사람들, 몇 안 되는 연회 핵심요인(?) 중 한 사람으로 느닷없이 감독에 의해 거명되고 만 것이다.

어럽쇼.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허!’ 할 사이도 없이 목사 셋, 장로 셋이 다른 방으로 불려가(엄밀하게 말하면, ‘뽑혀가’) 앉게 되었다. 그리고 감리교회 총회를 위한 중요한 자리(?)를 배치하게 된 거다.

자리배치가 매우 빠르고, 정확하고, 중립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들어왔다. 순간, 이름이 불리기 전에 마이크를 잡고 연회원 전체의 의사를 물어 연회석상에서 총대를 뽑자는 의견을 제시했던 회원 생각이 떠올랐다. 그간 회의의 전례를 뒤집는 주장이어서 채택되진 않았지만, 난 그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스메이커! 그래 내가 할 수 있다면 평화롭고 은혜로운 연회가 되게 하는데 공헌해 보자. 그렇게 자리배치에 나름 공헌을 했다. 그리고 내가 갈 수 있는 자리에 그간 소외되었다고 주장하던 그 회원의 이름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렇게 했다는 말에 어떤 이는 정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차피 난 정치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 정당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느닷없이 거명한 감독도 그리 정치력이 탁월한 것 같지는 않다. 하하.

그를 대할 때마다 속으로 ‘정치력이 없어도 순수함만으로 감독이 될 수도 있구나!’ 생각해 왔었는데, 이번 연회 때 그는 그 진수를 보여주고 만 것이다. 하하하. 사전에 귀띔도 없이 내 이름을 부르다니? 준비도 안 된 채 불려간 자리에서 그만큼 위력(?)을 발휘할 거라 생각은 하시고 그러셨던 건지? 참으로 물어보고 싶다.

나 스스로 정치도 모르는 사람이 자리배치를 하느라 고생했다고 자위한다. 그러나 또 혹자는 왜 자신을 소외시켰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어찌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모두가 만족한 자리배치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