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호 침몰사건 와중에 우리교회 전도사님의 딸도 실종상태입니다. 지난 수요일 아침부터 지금까지, 어려움 당한 자들을 도울 수 없다는 괴로움에 망연자실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교인들에게 문자 돌렸습니다.

목요일에는 안산지역 5개지방 감리사들에게 연락하여 오전 11시, 안산지역 감리교회 교인들을 급히 성광교회로 모아 기도회를 하였습니다.

그 날 오후 5시에 안산지역 감리사모임이 우리교회에서 있었는데, 본부 선교국 교육국 사회평신도국 총무 그리고 경기연회총무가 합석하였습니다. 거기서 “세월호 침몰사건 감리교대책위원회(위원장:감독회장 직무대행)”를 조직하고 활동하기로 하였습니다.(그것은 본부가 내놓은 의견을 우리 감리사들이 동의한 일입니다)


2.

오늘 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사랑하는 딸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애쓰는 우리교회 유경근 성도와 잠간이라도 함께 있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가보니 개판입니다. 해경본부의 정보가 실종자 가족의 정보만큼도 신속하지 못한 듯 하였습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에서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방송 매체들이 앵커들을 세워놓고 촬영을 하더군요.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하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해병전우회, 특전사전우회 등의 회원들이 잠수복을 입고 오가는 것도 보였습니다. 특전사전우회 천막을 지나는데, 천막 안에서 머리가 허연 ‘전우’ 한 분이 팔을 불끈 올리며 큰 소리로 “안 되면 되게 하라”며 히히덕 거리더군요. 글쎄, 그래서 어떻다는 말입니까?

같이 동행하였던 장로님이 “이거 뭐 무슨 국가적인 큰 이벤트 같군” 하면서 혀를 끌끌 차더군요.

재난이 생기면 찾아가서 봉사하고 돕는 손길을 너무나도 거룩하고 고마운 손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슨 ‘행사’와 같이 보여 진다면 그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실종자가족들만 애가 타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지금 전국가적으로 큰 ‘행사’를 치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매스컴은 물 만났습니다. ‘큰 건’이 생긴 거지요. 어려움을 당한 이들의 아픔에 관심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진실을 알리려는 프로정신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3.

밤늦게 팽목항에서 돌아와 당당뉴스를 들여다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습니다.

‘하디1903성령한국중부권선교대회본격시동’이라는 보도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미 계획되어 있는 것이라 하지만, 국가적인 재난으로 온 국민들이 상처받고 있는 이 때에 굳이 하여야 하겠습니까? 최소한 연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모여 기도하고 회개하자는 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가 모여 큰 이벤트를 하는 것도 좋지만(그것이 기도하는 것이기에 좋은 일이지요), 그러나 백성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지 않습니까? 사고를 당한 이들과 가족의 아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습니까?

세월호 선장은 승객의 안전이나 구조에 마음이 없었습니다. 오직 자기만 살려는 마음 밖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타는 큰 배를 운전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죠. 그런 사람 하나 때문에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금 ‘하디1903’을 강행하려는 지도자들의 열심이 혹시라도 우리 백성들에게 “교회가 동서남북 가리지 못하고 자기도취에 빠졌네”라는 좋지 않은 생각을 주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앞을 보고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교회는 옆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하디1903’을 할 때가 아니라 국가적인 재난의 극복을 위해 관심가지고 기도할 때, 백성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자제할 때, 그리고 상처받은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라도 관심을 가지고 치유를 위한 도움을 주어야 할 때입니다.


굳이 ‘하디1903 선교대회’를 한다면, 감리교본부의 제안으로 17일 저녁에 조직한 ‘세월호 침몰사건 감리교대책위원회’는 감리교회가 그저 넘어갈 수 없어 만든 면피용 이벤트 밖에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