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한 동역자의 글이다. “연합의 교리는 그와 내가 묶여 있기에 내가 실패하면 그리스도도 같이 망하기에, 그가 실패하지 않는 한 내가 실패할 수가 없다는 말이라네. 성자 하나님이 더 이상 하나님이시기를 중단하지 않는 한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성경은 우리 하나님은 영원하시다 했으니 나는 영원히 그와 결합되어 실패하려 해도 실패할 수 없게 되어부렸소. 찬송! 송영만이 그에게 합당할테요~”

신자에게 너무나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다. 아멘이라는 화답이 절로 나올 법하다. 글의 논리에 있어서도 하자가 없다.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글이다. 마음에 와 닿고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기에 글의 내용이 옳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옳을 수도 있고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글 내용의 옳고 그름은 읽는 이의 마음에 와 닿음이나 논리와는 별개이다.

대 전제

위 글은 하나님이 실패하지 않으신다는 대 전제를 가지고 있다. 신자에게는 하나님이 실패하실 리는 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분이 전지하고 전능하시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그렇게 생각한다. “하나님은 결코 실패하지 않으신다.” 과연 옳은가? 그 답은 성경에 있다.

하나님의 실패 이야기인 성경

성경은 하나님의 실패 이야기로 가득하다. 무엇이라고? 말도 되지 않는 소리 같은가? 그렇게 여겨질 것이지만 사실이다. 성경을 정직하게 읽는다면 하나님의 실패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아담을 언약의 대표로 창조하셨다. 언약 안에서 사람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며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기를 원하셨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하나님과 사랑하며 그분의 뜻을 그분의 피조세계에 드러내기를 원하신 것이다. 그 첫출발로서 에덴동산을 맡기셨다. 어떻게 되었는가? 하나님의 선하신 그 뜻은 실패하였다. 아담이 하나님께 불순종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는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그 권능으로 불러내셨다. 그들을 제사장 나라로 삼으셨다. 열방에 하나님을 보여주고 열방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통로로 삼으신 것이다. 어떻게 되었는가? 하나님의 그 선하신 뜻은 보기 좋게 실패하였다.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예수님께서 완성하신 새 언약 세계를 펼치시고 어떤 사람들을 부르셨다. 예수님의 몸인 교회이다. 주 예수님이 머리이시다. 교회는 머리이신 주 예수님의 뜻을 따라 존재하며 머리이신 주 예수님을 보여주는 존재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다. 어떻게 되었는가? 아직도 진행형이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 현재 이 땅에서 교회가 사회인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말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교회가 머리이신 주 예수님을 온전히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하나님은 언약의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실패를 반복하셨다. 불순종하는 언약의 백성들을 심판하시고 새 언약의 시대를 펼치시고 새 언약의 백성을 세우셨다. 곧 하나님의 옛 집을 허무시고 새 집을 지으시기를 반복하셨다. 새 집인 새 언약의 백성들이 온전히 순종하여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지 않을 것을 아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 일을 지속하셨다. 실패를 두려워 않으시고 새 일을 행하신 것이다.

개인에게도 동일한 원리

언약 안의 개인들에게도 그 원리는 동일하다. 하나님은 선하신 뜻으로 어떤 사람을 자신의 백성으로 부르신다. 마귀의 종에서 하나님의 자녀의 부르신다. 입양이다. 아버지의 은혜와 사랑 안에서 그 인격과 삶이 풍성하게 되고 아버지의 영광을 세상에 보여주기를 원하신다. 그 뜻을 바르게 이해하고 따르는 자녀가 있다. 하나님께 기쁨이 되며 당사자도 감사와 기쁨 가운데 풍성한 삶을 산다. 반면에 그 뜻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였지만 따르지 않은 자녀가 있다. 하나님께 안타까움이 되고 당사자도 하늘의 영광과 무관한 삶을 산다.

후자에 해당되는 이들 가운데는 배교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님을 완전히 배반하여 그분을 떠나는 것이다. 결정적인 범죄로 인해 하나님께 내침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범죄자로 인해 예수님과 연합되어 한 영이 된 교회가 더럽혀지지 않게 하시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범죄 가운데 살면서 돌이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저버리고 사는 경우도 있다. 그 모두가 하나님께서 실패하신 경우이다.

하나님께서는 실패하지 않으시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다. 구속의 은혜를 베푸시고 그에게 지속적으로 역사하셨다. 신약 시대에는 육체의 소욕을 거스르는 성령의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그 역사를 육체의 소욕으로 거스름으로 인해 하나님은 실패하시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마음이 넓으시다. 그런 실패에 연연하지 않으신다. 그런 실패로 인해 낙심하지 않으신다. 지속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부르시고 그에게 역사하신다. 그만큼 실패하셨으면 포기하시기도 할 만한데도 말이다.

하나님은 그런 실패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신다(롬 11:29). 양자로 입양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돌보시고 사랑을 베푸셨음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배반당하심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신다. 하나님 편에서 최고의 사랑을 베푸셨기에 어떤 결과가 만들어지든지 간에 후회하지 않으시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를 가지시고 새 일을 행하신다.

자연을 보라. 하나님의 솜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사람을 보자. 하나님의 솜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가? 아니다. 사람을 하나님과 같은 인격적 존재로 창조하실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다.

만약 하나님께서 실패를 두려워하셨다면 아마도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만약 하나님께서 실패를 두려워하셨다면 언약의 역사가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에 의해 완성된 새 언약의 시대가 펼쳐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되어 이 땅에서 사는 것도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실패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실패하시더라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지속적으로 그 선하신 뜻을 펼치시는 분이 우리의 하나님이다. 그 하나님을 찬양하라! 할렐루야!

실패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우리

실패를 두려워 않으시는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받아들이면 우리 또한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가? 때로 그 실패로 인해 낙심하고 낙망하여 넘어질 수도 있다. 더 이상 일어날 용기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에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실패를 두려워 않으시고 지금의 이 자리에 나를 있게 하신 하나님을 보자. 실패로 낙심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 상황의 대 전제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 하나님의 일을 행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것이 대전제이다. 그럼에도 실패할 수 있다. 아니 실패한다. 적지 않게 실패한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함에 있어서 그 대상이 우리와 같은 인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을 행함에도 불의로 되갚기도 하는 사람이 사역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두려워 않으시고 지속적으로 새 일을 행하신 하나님으로 인해 낙심하거나 중단하지 않을 수 있다. 낙심하거나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 하나님을 본받아 지속적으로 새 일을 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의지함인 믿음이다. 곧 그분의 뜻을 따르는 순종이다. 그것이 전제될 때에야 그나마 하나님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하나님은 100% 실패하신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방식이다.

하나님이 결코 실패하지 않으시는 경우

물론 하나님께서 결코 실패하지 않으시는 일도 있다. 하나님의 구속 역사와 택하신 사람을 하나님의 은혜로 부르시는 일이다. 전자는 예수님의 탄생, 공생애, 십자가 죽으심, 부활과 승천, 성령을 보내심 그리고 주 예수님의 강림이 대표적이다. 예수님의 강림이란 옛 언약의 공적 파기로서 주후 70년의 예루살렘 멸망과 돌 성전 파괴를 가리킨다. 후자는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는 것이다(행 13:48). 여기에서 영생은 죽음 이후에 영원한 나라에서 하나님과의 영원한 교제가 아니라 이 땅에서 그 관계가 회복되어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일들이다.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일들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바를 이루시기 위해 섭리하시는데, 인간의 의지를 넘어 역사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결코 실패하지 않으시는 경우는 부분이다. 실패하시는 경우도 있고 실패하지 않으시는 경우도 있으며 결코 실패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패하지 않으시는 경우나 결코 실패하지 않으시는 경우를 앞세워 하나님은 모두에서 실패하지 않으신다고 말한다. 잘못이다.

우상과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기

결코 실패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신자에게 그 고백은 정말 감동적이지만 진리가 아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낸 논리이다. 그 고백에 담은 하나님은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좋다고 여겨져서 만들어진 신이다. 곧 우상이다.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만든 금송아지 우상과 다르지 않다. 그 사건은 금송아지를 만드는 경우에만 우상이라고 말씀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해 계시하신 바와 다른 내용으로 하나님을 말하는 모든 경우가 우상이라고 말씀하는 것이다. 그러한 신을 가르치고 전파하는 것은 우상 숭배이다.

하나님께서 정죄하신 구약의 거짓 선지자들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조상들의 하나님이시기에 자신들이 그분에 의해 멸망할 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결코 실패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과 동일한 의미이다. 하나님은 그들을 정죄하셨다. 하나님에 의해 멸망할 것이라고 전파한 참 선지자들의 손을 들어주셨다. 이스라엘의 멸망은 자신의 손으로 세우신 자기 집을 허무시는 일이다. 곧 하나님의 실패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전파한 참 선지자의 손을 들어주셨다. 그들이 전파한 바와 같이 이스라엘을 멸망시키셨다. 스스로 실패를 감수하신 것이다.

나가면서

너무나도 좋은 마음으로 아무리 좋은 내용의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불순종이다. 정말 말하고 싶지 않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한다면 그것을 말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순종이다.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일이다. 진실로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그 길을 걸어야 한다. 비록 그 길이 좁고 협착하며 어려울 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