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열린 한국기독교역사학회 학술발표회 모습

‘구세주를 믿는 마을’, ‘세상을 구하는 마을’

지난 2006년 한국기독교역사학자 이덕주 교수(감신대)의 저서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홍성사)를 통해서 처음으로 소개됐던 ‘구세동 교회’의 역사와 ‘구세동’ 유적답사에 대한 보고가 5일 오후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강의실에서 진행됐다.

이 교수에 의하면, 구세동 마을과 교회는 함북 길주 출신 이종식과 그 가족 및 친척 10여 명이 개척했다. 고향을 떠날 때 이미 교인이던 이들은 용정에서 100여리 떨어진 골자기에 들어와 중국인에게서 땅을 사서 ‘구세주를 믿는 마을’, ‘세상을 구하는 마을’ 이라는 뜻으로 마을 이름을 ‘구세동’이라 했다.

지금 구세동엔 교회가 없다. 해방 후 예배당은 폐쇄됐고, 교인 가족들은 대부분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곳곳에 ‘예수 마을’ 흔적이 남아 있다. 마을 입구 언덕의 공동묘지엔 일제 강점기에 별세한 교인들의 무덤들이 십자가 문양을 새긴 비석들과 함께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세동 촌장에 의하면 ‘예수 마을’ 구세동에는 3가지 전통이 있었다. △교인이 아닌 사람은 마을에 들어와 살지 못했고 △네 것 내 것 없이 살았으며(有無相通) △주일을 철저히 지켰는데 6일 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만 예배당에 갈 수 있었다.

1913년 ‘구세동교회’ 설립, 1916년 첫 장로 배출

이러한 구세동 ‘예수 마을’과 교회에 대한 역사와 유적 답사 연구가, 지난 1년간 IVF의 지원으로 김호운 선생(호서대 박사 수료)에 의해 진행돼 이날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제324회 학술발표회’ 시간에 보고됐다.
보고에 의하면 <조선예수교장로회사기>(하)는 예수동교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913년(계축)에 간도 구세동교회가 설립되다. 이종식 등 10여인이 당지에 내주하여 중국인으로(부터) 토지를 매수하고 동명을 ‘구세’라 하며 합심 협력하여 예배당을 건축하고 교인이 증가되며 교회가 성립되었고….”

<함경로회 회록>, <함북로회 회록> 등 역사자료 조사를 통해 보고한 바에 의하면, 구세동교회는 설립 3년차인 1915년 장로 1인을 청원해, 이듬해인 1916년 마을과 교회를 이끌던 이종식이 장로로 장립됐다.

이후 1918년 정명주, 1919년 이권수, 1930년 최명희, 1931년 채희관, 1935년 이흥수, 1937년 이병섭 등이 장로로 장립됐다.

청년들 주일 오후마다 근처에 다니면서 전도

1919년 <함북로회 제4회 회록>의 ‘간서시찰보고서’에 의하면 구세동교회는 그 해에 여학교를 설립했다.

하지만 1920년 소위 ‘간도대토벌’ (일제가 독립군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간도 지방에 살고 있던 무고한 한국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 때는 구세동교회 또한 잔혹한 참상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세동교회의 믿음은 식지 않고 활활 타올라 <함북로회 제6회 회록> ‘부록’에 실린 감사절연보표에는 구세동교회가 ‘10000’(단위 미기재)이라는 액수로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호운 선생은 <함북로회 제7회 회록>의 ‘구세동교회에서 청년들이 주일 오후마다 근처에 다니면서 전도하기를 열심히 함’이라는 기록을 근거로 “청년들의 전도활동 기록이, 감사절 연보를 많이 할 수 있는 당시의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 선생은 “이 때는 1920년 ‘경신대토벌’ 이듬해였다”면서 “구세동교인들의 신앙열정이 대단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김 선생은 구세동 마을과 교회의 역사를 풀어내는 키 역할을 하는 구세동교회 공동묘지 답사를 통해서 비문을 조사한 결과를 1차 보고했으며, 탁본도 공개했다. 100기 좀 넘는 비석 중 십자가 문양을 새긴 비석은 30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 구세동교회와 교인들 모습

▲ 구세동교회 제직들과 교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