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친 종교를 말하라고 하면 샤머니즘, 불교, 그리스도교를 들 수 있다. 샤머니즘이 원시종교이기 때문에 그것을 불교나 그리스도교와 나란히 놓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석기 시대부터 우리 한민족의 민간신앙으로 자리 잡아온 샤머니즘이 우리의 의식과 삶에 어느 종교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한국인의 삶에 미친 종교의 영향을 다루면서 샤머니즘을 빼놓을 수 없다. 샤머니즘이 한국인의 민간신앙이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샤머니즘을 민간신앙이라고 부르겠다.

그리스도인들은 보통 자신의 종교를 절대시하면서 문화는 물론 타종교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세상은 속된 것이니 가까이 하지 말라고 배운 일이 있다. 그리고 다른 종교는 사탄의 세력이라고 배우기도 했다. 개신교인들은 가톨릭교회에 대해서, 심지어 다른 교파에 대해서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수가 많았다. 그리스도인들 가운데는 그리스도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그리스도교를 민간신앙이나 불교와 함께 다루는 것이 역겨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종교는 신앙적인 차원을 넘어서 한국인의 습속, 언어, 예술 등 문화 전반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우리가 문화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종교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한국의 전통 종교들과 그리스도교를 비교해 보면 그리스도교의 우월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옥토에 뿌려진 씨앗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부 타락한 목회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교회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걱정하지만, 좋은 토양에 뿌리내린 한국교회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 않다.

민간신앙과 우리의 삶

한국인의 민간신앙(샤머니즘)은 2만여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자리 잡아 왔기 때문에 우리의 습속을 형성해 왔고 집단무의식에 뿌리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민간신앙에서는 우주를 천상계, 지상계, 지하계로 나누어 생각하는데, 하늘을 신으로 생각해서 하늘이 노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신을 가리키는 하느님은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늘을 신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민간신앙에서 나왔다.

민간신앙의 조상숭배는 우리의 제사의식을 낳았다. 민간신앙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영이 구천을 떠돈다든지 할아버지의 영이 붙어서 아프다든지 하는 등 영의 존재를 믿는데, 조상의 영이 제삿날 집을 찾아와서 음식을 잡수고 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제사음식을 차려놓고 음식을 잡수러 오신 조상의 영에게 절한다. 특히 명절에 민족 대이동이 생기는 것은 살아있는 부모를 뵙는 것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상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러 가서 부모를 뵙는 것이다. 시집을 가면 명절 오전까지 시집에 있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친정으로 가는 관습도 시집에서 제사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민간신앙은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다.

모든 만물에 영이 있다고 믿는 민간신앙에서는 주방에는 주방 귀신, 뒷간에는 뒷간 귀신, 산에는 산신이 있다고, 곳곳에 신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 대학교 인문대학에서 정년하신 교수님들이 모여서 한 달에 한 번씩 산에 가는 요산회가 있는데, 그 모임에서는 새해 첫 등산에서 돼지머리와 떡을 놓고 산신에게 산신제를 드리고 산에 갈 때마다 산제를 드린다.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나 새 점포를 낼 때 혹은 자동차를 샀을 때도 고사를 지낸다. 심지어 야구 시즌이 개막될 때 고사를 지내는 구단도 있다. 이렇게 민간신앙은 우리의 삶과 뗄 수 없는 민간신앙이 되어 있다.

무당이나 박수는 길흉을 점치는데, 점치는 문화 역시 한국인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선거철이 되거나 입시철이 되면 점집에 사람들이 줄지어 선다. 지식인들이나 무식한 사람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점집을 찾는다. 놀랍게도 유일신을 믿는 그리스도교인들 조차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무당은 귀신과 영통해서 점을 칠 뿐 아니라 귀신을 쫒아내서 병을 고치기도 한다. 요즘은 좀 줄어들었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병을 고치기 위해서 무당을 데려다가 굿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굿을 할 때는 이웃 사람들이 놀러가서 구경을 했다.

민간신앙에는 외래 종교를 주술신앙화하는 힘이 있다. 삼국시대에 한국에 들어와서 1,600여 년 이 땅에 자리잡아온 불교는 민간신앙의 영향을 받아서 불교의 원래 교리에 없는 복을 비는 주술신앙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시험을 보기 전이나 시험 당일에 어머니들이 절에 가서 합격하게 해 달라고 빈다. 절 뒤편에 가면 산신각이 있는데, 이것은 산신을 섬기는 민간신앙의 영향이다. 점쟁이 집에 불상이 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되는데, 여기서는 불교가 민간신앙의 도구가 된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그리스도교 역시 민간신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도교에는, 불교와 달리, 신에게 빌면 그 기도를 들어준다는 가르침이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기복신앙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러한 교리가 없는 불교도 기복화했는데, 성경 안에 기도에 대한 가르침이 있는 그리스도교가 복을 비는 신앙의 모습을 띄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것을 신학적으로 토착화라고 부른다.

민간신앙은 한국의 민속예술의 본산이다. 무당은 가무에 능한 사람들이었다. 무당의 굿거리에는 춤과 노래가 있었다. 우아한 처용의 가무가 신라 무속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사물놀이는 꽹과리와 장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던 무당이나 박수의 굿거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민속 문화재로 자랑하는 봉산탈춤, 남사당의 가면극, 흥겨운 농악이나 판소리도 민간신앙을 모태로 하여 발생하여 민속오락이나 예술로 발전하게 된 민속 문화재이다. 한국 문화재의 대부분이 불교 문화재라고 하면 한국의 민속 문화는 무속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민간신앙이 우연, 운명, 조상, 집터에 맡기는 생활태도를 조장하는 경향이 있어서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운대가 맞지 않았다든지, 그것은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잘 되는 것도 못 되는 것도 조상 탓으로 돌린다. 조상을 명당에 모시면 발복한다. 건강이 안 좋은 것은 조상을 잘 못 모셨기 때문이거나 귀신이 들어왔거나 집터가 나쁘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노력하느냐, 내가 얼마나 건강을 관리하느냐와는 상관이 없다. 모든 것은 내 탓이 아니고 조상 탓이거나 운이 나빴기 때문이다. 그러면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다. 민간신앙이 조장하는 운명에 맡기는 삶에는 문제가 많다.

그래서 자기 계발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현대인에게 샤마니즘적인 운명관은 맞지 않는다. 현대인은 그렇게 운명지워져 있다는 소극적인 태도보다는 내 운명을 개척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현대인의 적극적인 생활태도로 인해서 민간신앙은 점차 영향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불교와 우리의 삶

불교가 중국을 거쳐서 한국에 전래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 왕 2년(372)으로 알려져 있다. 백제에는 384년에 중국으로부터 직접 전해졌고, 신라에는 528년에 고구려로부터 전해졌다. 삼국시대에 우리에게 전래된 불교는 1,600년 이상 오랜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 했기 때문에 불교 역시 우리의 삶과 의식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다.

우리의 일상 언어에 불교적 용어가 많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보통 우리가 만난 것은 인연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 인연이라는 말은 불교에서 나왔다. 이것은 불교의 연기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원인을 인(因 ), 조건을 연(緣)이라고 하여 모든 사물은 인과 연에 의한 결과로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고 만날 수 있도록 원인과 조건이 주어져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보통 우리가 죽을 때 염라대왕이 와서 데리고 간다고 말한다. 우리가 장례식장에 가면 명복을 빈다는 리본이 달린 화환을 흔히 본다. 명부, 즉 저 세상에 가서 복을 받기를 원한다는 말로 불교에서 나온 용어이다. 우리는 불교 신자든 아니든 누구나 명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전생이라는 말을 한다. 이것 역시 불교의 윤회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지옥이라는 말도 원래 불교에서 나온 말이고, 업 혹은 업보라는 말도 불교에서 나왔다. 그 말은 우리가 현세에서 선행을 많이 쌓으면 내세에 좋은 곳에 가서 좋은 것으로 환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데서 나온 불교의 용어이다. 또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아수라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불교에서는 우리가 죽은 후에 가는 곳에 아수라가 살며 싸움이 끊이지 않는 수라도가 있다고 한다. 아수라장이라는 말은 이 수라도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렇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단어들이 불교에서 왔다는 사실은 불교가 한국인의 의식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별히 업에 따른 윤회사상은 우리의 도덕적 선행을 고취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불교는 많은 문화재를 남겼다. 사찰 건축물, 탑, 불상 등은 한국인들이 오래 간직해야 할 불교 문화재들이다.

대중 가운데 들어가서 중생을 구원하려는 한국의 대승불교의 승려들은 출가하여 수행을 하는 한편 국가의 시책에 협력하면서 국사를 위해서 헌신하기도 했다. 신라의 승려 원광은 수나라의 군사를 얻어 고구려를 치는 데에 앞장섰는가 하면 화랑도의 세속오계를 짓기도 했다. 고려, 이조시대에는 승려들에게 승과라는 과거를 보게 했다. 승과에 합격한 승려는 승진하여 가장 높은 왕사, 국사로 추대되어 왕의 자문역을 맡았다. 임진왜란 때에는 승과 출신인 서산대사가 왕의 특명을 받아 승군을 이끌고 크게 활약하여 호국불교의 진면목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일제의 지배 아래에서는 만해, 용성 등 애국적인 승려들이 일제에 항거했고 3.1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한편 불교재단에서는 중고등학교를 많이 세웠고 동국대학교 같은 대학을 세워서 후학의 지도에도 힘썼다.

그러나 불교의 중심 교리가 집착을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불교 신자들은 이 세상 삶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 발표된 종교별 사회봉사 여론조사에서는 개신교가 41.3%, 가톨릭이 32.1%, 불교가 6.8%로 불교가 아주 낮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여기서 개신교와 가톨릭을 합하면 73.4%여서 그리스도교의 사회봉사는 6.8%인 불교에 비해 압도적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해탈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중을 구원해야 한다는 대승불교의 나라인데도 불교의 사회봉사 혹은 사회 기여도가 이렇게 낮다는 것은 불교의 사회와의 거리를 잘 말해준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이 가난한 것은 모든 집착을 버리라는 불교의 가르침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민간신앙의 소극적인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불교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 역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현대인의 삶과 맞지 않는다.

그리스도교와 우리의 삶

불교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교 역시 중국을 통해서 한국에 들어왔다. 1783에 이승훈이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함으로써 한국 천주교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가톨릭이 한국에 전래된 지 230년이 지났다. 개신교는 가톨릭보다 100년 정도 뒤에 들어왔다. 그리스도교는 민간신앙이나 불교에 비해서 전래된 지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위 두 종교에 비해서 한국인의 정신문화에 아직 깊이 침투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물보다 앞선 서양의 선교사들이 자기들의 의료기술이나 교육제도를 가지고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19세기 말에 들어온 미국과 캐나다의 선교사들은 의사와 선교사가 한 팀을 이루어서 활동했다. 그들의 의료기술이 선교를 위한 것이기는 했지만, 한국인들에게 의료기술을 가르치거나 한국인들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냄으로써 한국에 양의학의 씨를 뿌렸다. 선교사들은 각 지역에 병원을 세웠다. 선교사들이 세운 성모병원, 세브란스 병원, 예수병원 등은 규모나 의술에서 뛰어난 병원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학교를 세워서 서당식 한문교육을 받아오던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신학문을 가르쳤다. 1885년에 아펜젤러 선교사가 배재학당을, 1886년에는 스트랜튼 선교사가 이화학당을 세은 것을 비롯해서 20세기 초에 각 지역에 교회를 중심으로 초등학교를 세우고 중학교도 세웠다.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같은 일류대학들이 기독교 재단에서 설립한 대학이라는 것은 널래 알려져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대전의 경우에 11개의 대학교 중에 기독교 재단이나 기독교인이 세운 대학교가 6개이다. 대학교들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세운 중등학교들이 전국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 이렇게 그리스도교가 한국의 교육에 이바지한 공로는 아주 크다.

한국교회는 복지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그리스도는 병자들을 고치시고,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주시고, 이방인들과 어울리는 등 소외된 사람들의 편이었다. 그리고 하나님 사랑뿐 아니라 인간 사랑을 중시해서 그리스도교를 보통 사랑의 종교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랑의 실천을 위해서 선교사들은 고아들을 보살피고 양로원을 세웠다. 6.25 직후에는 정부가 사회복지에 지출할 복지예산이 없었기 때문에, 고아원을 세워서 전쟁고아들을 보살핀 사람들은 대부분 선교사들과 그리스도인들이었다. 양로원 역시 그리스도인들이 세운 것이 많다. 요즘에는 무료로 노인학교를 운영하고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돌보아 주는 교회들이 늘어가고 있다. 교회들이 여기저기에서 노숙자들과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기독교의 윤리는 퍽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서양의 자본주의 정신을 발전시킨 것은 칼빈주의의 적극적인 윤리라고 말했다. 오랫동안의 종교전쟁 혹은 십자군 전쟁 같은 것을 보면 그리스도교는 경쟁에서 이기려는 욕심을 길러주는 종교인 것 같다. 애굽에서 나와서 가나안에 들어가기까지의 전쟁에서, 가나안에 정착한 후의 이웃 부족과의 경쟁에서, 나라를 잃은 유대인들이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서 주어진 곳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데서,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세운 데서 우리는 유대인들의 강인함을 본다. 여호와 신앙에서 나오는 강인한 유대인의 정신은 바로 그리스도인의 적극적인 태도의 근간이다.

신약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를 보더라도 주인에게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 그 돈을 땅에 묻었다가 주인에게 한 달란트 그대로 가져왔는데,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질책을 받는다. 그러나 두 달란트 받은 사람과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갑절의 이윤을 남겼기 때문에 칭찬을 받는다. 칼빈주의까지 갈 필요 없이 성경에서는 이렇게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권장한다. 그리고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일이 없다는 말씀이나 믿고 기도하면 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는 가르침은 믿고 나아가는 자에게는 막힘이 없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고취시킨다. 기독교 국가들이 대부분 부를 누리고 있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적극성 그리고 진취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노력을 권장하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민간신앙이나 불교의 소극적인 면과 대조적이다. 그리스도교의 적극성은 현대인들의 진취적인 태도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이러한 면에서 그리스도교는 현대사회를 이끌어 가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한국인의 의식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종교는 민간신앙이다. 과학적인 사고와 고등종교의 전래로 인해서 모든 사물에 영이 있다는 신앙은 그 힘이 약해졌다. 그리고 우연이나 운명에 의지하는 소극적인 삶의 태도는 경쟁이 심한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무당의 신내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민간신앙의 영향을 받은 전통적인 제사의식은 아직도 한국인의 습속으로 굳게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간신앙의 힘은 길흉을 점치는 무당의 예언력에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 열망을 충족시켜 주는 종교는 민간신앙뿐이다. 불교도 그리스도교도 예언하는 힘에서는 민간신앙을 따르지 못한다. 인간이 무당의 예언력을 믿는 한 민간신앙은, 그 신앙을 전파하는 사람들이 없어도, 존속할 것이다.

불교 역시 한국인의 의식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석가의 가르침에는 내세에 대한 내용이 없는데, 후대의 불자들이 힌두교를 본 따서 내세관을 보완했다. 그 외에 한국에 전래된 후에는 민간신앙에서 주술적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내세관과 주술적 신앙을 보완해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가의 가르침은 종교로서 불완전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집착하지 말라는 그의 가르침은 민간신앙의 운명관보다도 적극적인 관여를 요구하는 현대인의 삶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신을 의지하지 않는 불교의 가르침은 신의 초월성을 부정하는 현대 사상의 공격을 피해 나갈 수 있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위에서 언급한 두 종교에 비해서 한국에 전래된 지 얼마 되지 않지만, 한국인의 문화를 바꾸는 데에 큰 역할을 해왔다. 선교사들은 병원을 세우고 교육기관을 세웠다. 서당식 교육과 학교교육이 한때 대립했었지만, 학교교육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선교사들이 학교들을 세우고 젊은이들에게 신앙교육을 실시했기 때문에 신학문을 공부한 엘리트들은 대부분 그리스도인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사회를 바꾸는 데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스도교의 적극성은 다른 전통종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우연이나 운명에 기대는 민간신앙에서는 개인의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교 역시 집착을 버려야 하고 무소유를 중시하기 때문에 현실에 적응하는 데에 힘을 쏟지 않는다. 그러나 구하는 자에게 주어지고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고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하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무한경쟁 사회에 사는 현대인의 삶에 동력을 제공할 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이게 된 데에는 우리의 전통 종교와 그리스도교 사이에 유사점이 많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민간신앙에는 천상계에 신들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한국인은 옛날부터 하늘에 있는 신을 믿었다. 흔히 민심이 천심이라고 말하는데, 이 천심은 세상을 주관하는 신이 하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신에 대한 믿음은 그들이 그리스도교의 하나님 혹은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한국인의 마음 바탕에는 내세에 대한 소망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 교인이 아니더라도 죽은 사람에 대해서 말할 때 하늘나라로 갔다고 혹은 좋은 나라로 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상의 영이 제삿날에 찾아온다는 것도 육체는 매장되어 있지만 영은 살아 있다는 내세관에 근거한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님이 재림하실 때 죽은 사람들이 부활하여 주님과 함께 사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믿는다. 그리고 찬송가에서는 인간이 죽은 후에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죽은 사람들을 만나고 하나님 앞에서 찬송하며 죽음도 고통도 없는 천국 삶을 산다고 노래한다. 한국인의 마음 바탕에는 그리스도교의 내세관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의 민간신앙에서는 모든 사물에 영이 있어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그 영에게 기도하는데, 그리스도교에서도 하나님께 기도한다. 미국교회에 없는 새벽기도회가 한국교회에서 성황을 이루는 것은 어머니들이 새벽마다 정한수를 떠놓고 가족을 위해서 빌던 우리의 습속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새벽기도를 열심히 하는 교회는 부흥하고 그렇지 않는 교회는 교인이 줄어든다. 그리스도교가 한국에서 급진적으로 부흥한 것은 한국인의 마음 바탕에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그리스도교는 옥토에 뿌려진 온전한 씨앗이다. 그 씨앗은 잘 자라서 60배 100배 결실해 왔다. 한국의 교회가 어느 다른 나라에서보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서 놀랄만한 부흥을 이룩한 것은 이 옥토의 덕분이다. 한국의 신학자들은 이 토양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좋은 땅에 뿌리내린 한국교회는 앞으로 잘 자랄 것이다.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