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명환 소장의 세 아들이 부친이 피살 당시 입고 있었던 셔츠를 보이며 유족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좌로부터 탁지원 소장, 탁지일 교수, 탁지웅 신부)

한국교회 이단연구의 선구자인 고 탁명환 소장의 유족과 친지들은 10일 저녁 서울 종로5가 연동교회 다사랑에서 ‘고 탁명환 소장 20주기 추모예식’을 거행했다.

추모예식은, 박윤식 씨가 한기총에 의해 이단해제를 받았을 뿐 아니라 한기총이 그를 이단이라고 하는 자는 누구든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하겠다는 공문을 그를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들에게까지 보내 파문이 이는 상황에서 진행돼 비장감마저 돌았다.

탁 소장의 유족들은 ‘20주기를 맞는 유족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 이러한 한국교회의 현실에 가슴 아픔을 피력했다.

유족들은 “선친의 죽음과 관련해 의혹이 가시지 않은 박윤식 씨에 대해, 한기총이 관련 교단들의 동의 없이 이단해제를 강행했다는 사실은 우리 유가족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탁명환 소장 살해사건은 아직 완전히 규명된 상태가 아니며, 하나님의 공소시효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단해제는 정치적 권모술수가 아니라, 관련 교단들의 상식적 동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윤식 씨, 도의적 책임 없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유족들은, 자신의 운전기사에 의해 탁 소장이 피살됐음에도 불구하고 20주기가 되도록 사과의 말 한 마디 없는 박윤식 씨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유족들은 “비록 박윤식 씨가 법적 면죄부를 받았고, 대표성과 공신력을 상실한 한기총으로부터 이단해제를 받았다 해도 박 씨의 운전사였던 임 모씨가 살해주범으로 잡혀 15년을 복역한 사실을 보면, 박 씨의 도의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족이 선친의 살해범 임 모씨를 위해 ‘감형탄원서’를 제출했던 사실과 살해사건 후 대성교회 교인 한 분이 보내온 ‘감히 대성교회를 위해 용서를 빕니다... 저희 모두를 용서하십시오’라는 내용의 편지 한 통을 작은 위안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며 “우리 가족이 바라는 것은 박윤식 씨의 한 마디의 진정한 사과”라고 강조했다.

“탁명환 소장은 선각자며 선구자며 순교자”

설교를 전한 허호익 교수(대전신대)는 “탁명환 소장은 이단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앞서 생각한 선각자며, 앞서 행동한 선구자며, 목숨을 바친 순교자”라며 “탁 소장의 신앙과 삶을 본받고 오는 세대에 알려 한국교회의 사표로 우뚝 세우는 일에 앞장서길 다짐하는 오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정희 목사(현대종교 사목)는 “탁명환 소장은 수많은 오해와 어떤 협박에도 초연하시며 불의와 타협 없이 당당하게 맞서 싸웠던 진정한 용장이시며 지장이셨다”면서 “우리 모두 죽음 앞에 부디 부끄럽지 않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추모의 말을 전했다.

이날 추모예식에는 탁 소장의 부인 김춘심 권사와 탁 소장의 세 아들 곧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탁지원 소장(현대종교연구소), 탁지웅 신부(일본성공회 동경교구)를 비롯해서 탁 소장 생전에 함께 사역을 했던 정동섭 목사, 최삼경 목사, 그리고 탁 소장이 창간한 이단관련 전문지 <현대종교> 직원 등 탁 소장을 추모하는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1937년 전라북도 부안에서 출생한 고 탁명환 소장은 1964년부터 신흥종교운동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기독교의 전통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난 소위 기독교 이단들로 분류되는 반사회적이고 범죄적인 단체들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기독교이단연구> 등 26권의 신흥종교운동과 기독교이단관련 서적들을 집필・출간하는 왕성한 저술활동을 펼치던 탁 소장은 박윤식 씨의 운전기사였던 임모 씨에 의해 1994년 2월 19일 새벽 0시 10분 피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