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에 서술된 구원의 논리(3) “율법론”

5.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에르곤, 여기서는 “역사”로 번역함이 합당하다고 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디카이오오의 수동태, 여기서는 “의롭게 됨”으로 번역함이 합당하다고 봄)을 얻을 육체(싸르크스, 여기서는 “인간의 본성”으로 번역함이 합당하다고 봄)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롬3:20)”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모세 율법은 연약하여 인간의 본성(싸르크스, human nature)을 꺾고 의로운 존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다만 인간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죄악된 인성만을 깨닫게 할 뿐입니다.

(사도 바울의 율법론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첫째는 율법의 내용에 대한 것으로서 율법은 선하고 거룩하다는 논리이고 둘째는 율법의 능력에 대한 것으로서 율법은 연약하고 무능하다는 논리입니다.

1. 선하고 거룩한 율법

율법이 선하고 거룩하다는 사도 바울의 논리는 예수님께서 완전케 수정해주신 율법에 근거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 17절 이하에서 다섯 가지 경우를 예시하시며 율법의 완전한 의미를 밝히심으로써 모세 율법을 수정해주십니다. 형제에게 노하거나 그를 미워하는 것은 살인과 동일하며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것은 간음과 동일하다는 말씀 등이 그것으로서 인간관계에 대한 하나님의 율법은 이웃을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인 바, 분노와 음욕은 율법을 거슬림이 살인과 간음에 비해 전혀 모자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러한 수정된 율법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 간음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탐내지 말라 한 것과 그 외에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 가운데 다 들었느니라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롬13:8-10)”

이처럼 사도 바울에게 있어서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선하고 거룩한 율법은 결코 포기될 수 없었으며 따라서 본격적으로 구원론을 논술하기 전에 이미 다음과 같이 선언했던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율법을 듣는 자가 의인이 아니요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하심을 얻으리니(롬2:13)”

그뿐 아니라 구원론을 논술하는 과정에서도 다음과 같이 율법의 절대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즉 우리가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파기하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도리어 율법을 굳게 세우느니라(롬3:31)”

사도 바울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율법 자체를 문제시하지 않습니다. 율법을 지키는 행위를 폄하한 바도 없고 율법을 대체하는 어떤 것을 논술한 바도 없습니다. 사도 바울이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선하고 거룩한 율법을 절대 지킬 수 없는 싸르크스, 즉 인간의 본성과 그 싸르크스를 제압할 수 없는 율법의 연약함입니다. 사도 바울의 구원론의 핵심은 오히려 율법을 지키며 살 수 있는 의인으로 변화되는 신비한 과정에 대한 논리, 즉 의화론에 있습니다. (의화론은 다음 글에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선하고 거룩한 율법을 절대 지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2) “죄론”에서 다루었으므로 다음으로 율법의 연약함에 대한 사도 바울의 논술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연약하고 무능한 율법

모세를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돌에 새겨진 율법을 받은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율법을 오독하게 되고 하나님은 그러한 이스라엘의 행태를 내어 버려두십니다. 사도 바울은 이스라엘의 그러한 행태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논술하고 있습니다.

(1) 사형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그 행위들을 옳다 함 (롬1:32)

(2) 남의 행위를 판단하고 정죄하면서 자신도 같은 일을 행함 (롬2:1)

(3) 율법을 자랑하면서 율법을 범함 (롬2:23)

이스라엘의 어처구니없는 이러한 세 가지 행태는 육체(싸르크스, 인성, human nature)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사도 바울은 논술하고 있습니다. 율법의 요구대로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를 보호하고 자기를 높이기 위해 이웃에 해를 끼치는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에 율법을 악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강인한 본성이 연약하고 무능한 율법을 농단하는 상황을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님의 새로운 역사를 증언합니다.

“율법이 육신(싸르크스, 인간의 본성, human nature)으로 말미암아 연약하여 할 수 없는 그것을 하나님은 하시나니 곧 죄로 말미암아 자기 아들을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보내어 육신에 죄를 정하사 육신을 따르지 않고 그 영을 따라 행하는 우리에게 율법의 요구가 이루어지게 하려 하심이니라(롬8:3-4)”

여기서 사도 바울은 복음, 즉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과 성령의 사역은 율법을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의 연약함과 무능함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오히려 율법이 실행되게 만드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도 바울의 구원론의 핵심인 의화론의 논리입니다. 사도 바울의 의화론의 구체적인 논리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