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사도는 당대의 로마교회에게 위에 있는 권세에 굴복하라고 권면하였다(롬 13:1). 그 권면이 이 시대에는 어떤 의미일까?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을 하나님께서 기름 부으신 종으로 생각하고 그녀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일까? 그때는 전제군주에 의해 땅에서 권세를 결정하고 행하던 시대이다. 왕의 말은 곧 법이었다.

오늘날은 전제군주국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이다. 행정, 사법, 입법의 삼권이 분리되어 있고 각각의 수반이 있다. 그들의 권세는 국가의 헌법에 따른다. 고대 세계에서는 왕의 말이 곧 법이었지만 현대에는 헌법이 별도로 존재하고 모든 공권력은 그것에 의해 결정된다. 권세에 굴복하라는 말은 오늘날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는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이면서 국민으로서 법을 준수함으로 존경을 나타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에는 추구하여야 할 가치로서 자유, 평등, 평화, 정의, 인권, 복지, 생태를 제시하고 있다. 각각은 성경에서 추구되고 있는 가치이다. 하나님께서는 각 시대에서 그 시대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정도보다 한 단계 더 나은 정도를 제시하시며 그분의 백성들에게 순종을 요구하셨다. 노예 제도가 존재하는 시대에는 그 자체를 거부하지 않으시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신앙 안에서 형제로 살아야 할 것을 요구하신 것과 같다. 여자와 아이들을 배척하던 시대에 그들을 존중하며 교회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신 것도 마찬가지이다. 각 가치들을 그 시대에서 추구하는 정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이끄는 것이 하나님의 원하시는 바였던 것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교회는 헌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헌법에 제시된 그 가치들을 현실에서 더 온전하게 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헌법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대로 유지하려고만 하는 보수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바라보며 온전하게 하는 진보이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는 헌법과 그 가치를 준수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서슴지 않고 헌법을 어기고 그 가치를 저버린다. 수구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보수개신교가 거의 여기에 해당된다. 보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보수가 아니라 수구이다. 이 사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여야 한다. 여러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한 가지가 위에 언급된 가치들을 현재보다 더 온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전의 이명박 정부는 그런 면에서 최악이었다. BBK 사건,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왜곡, 부자 감세, 친 재벌 정책, 한미 FTA, 민간인 사찰, 강정 마을 해군 기지 건설, 구럼비 파괴, 언론 장악, 경직된 대북 정책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어렵게 이룬 정치 민주화를 단번에 독재 정권 시절로 회귀시켰다. 그 바탕에 맘몬 숭배가 있다. 국민의 탐욕을 충족시킨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잘 분별하고 잘못된 모습에 대해 비판하고 거부하며 분노하여야 한다. 그런데 보수 기독교인들은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 예수님께서 지금 이 시대에 사신다면 어떻게 하셨을 지를 생각해 보자. 이명박 대통령이나 지지자들 또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지지자들은 예수님도 지지하시리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읽는 성경에서 보는 예수님은 전혀 아니다. 자유, 평등, 평화, 정의, 인권, 복지, 생태라는 가치를 온전하게 하시려는 분이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보다 더 온전하게 하시고자 하실 것이다. 예수님이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시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두렵다. 그분을 망령되게 일컫는 일이다. 그런데 보수 그리스도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생각과 말로는 주님이라고 하지만 몸으로는 주님이 아니라고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잘못된 정보를 통한 세뇌와 과도한 반공 사상이 큰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친일부역자들에게 의해 형성된 근대사를 비판 의식 없이 듣고 수용하였다. 친일부역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언론과 방송에 의해 왜곡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대표적이다.

우리는 북조선과 대치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북조선은 여전히 적화통일을 기조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에게 반공은 지극히 당연하다. 신앙적이다. 문제는 과도한 반공이다. 반공이데올로기를 이용하여 헌법에 제시된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허무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대표적이다. 특히 박정희는 가장 강력한 독재자였다.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핍박하고 죽였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헌법을 유린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잘못된 정보를 통한 세뇌와 과도한 반공 사상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고 적절한 반공 사상에 토대로 둔 민족 화합을 추구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의 세계 안에서 공주 행세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가? 한 지체가 대화중에 “국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선거에 개입하였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된 일로 인정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면 될 텐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였다. 대부분의 신자들 나아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한 생각에는 부정 선거의 심각성에 대한 의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부정 선거였지만 성공했으니 잘못되었다고 하고 그 결과를 누리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곳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벌써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는데도 말이다. 이 일에 가장 분노하여야 할 이들이 기독교인들이다. 하나님께서 인간 사회에 원하시는 정의를 저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수 기독교인들은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 오직 잘 먹고 잘 살게 되도록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과 같이 말이다.

오늘날 개신교회를 향한 사회의 비난은 너무나도 심각하다. 개독교, 꼴통 보수, 꼴통 수구 등의 비난과 조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성경에서 강조하는 바와는 달리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매김을 한 결과이다. 깨어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식이 거의 없다. 조중동과 거의 비슷한 의식 수준을 가지고 있다. 비난과 조롱은 자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맛을 잃어 밖에 버려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밟히고 있는 것과 같다.

바뀌어야 한다. 깨어있는 민주시민 의식을 갖추고 정치가 제 역할을 하도록 감시하여야 한다. 물질적 결핍, 불합리한 제도, 낡은 의식으로 인한 억압에서 사람을 해방시키는 일을 하도록 촉구하여야 한다. 구조적 악에 의해 국민이 억압당하고 고통을 겪는다. 국가는 구조적 악을 행하거나 아니면 해소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개신교회는 국가가 구조적 악을 해소하는 주체로서 그 역할을 감당하도록 도와야 한다. 경제에 있어서 정의가 실현되고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경제 민주화에 일조하여야 한다. 부를 권력으로 삼아 철저하게 이권을 추구하는 재벌들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 등으로 죽는 노동자들이 많은데, 회사는 철저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익을 위해 강정마을에 진입하고 구럼비를 파괴하려고 한다. 그러한 악행을 바로잡기 위해 앞서서 활동하는 시민 단체 지원과 적극적인 불매 운동을 통해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도록 일선에 서서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

개신교회 내에 자리를 잡고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걸러내야 한다. 김홍도, 김성광, 전광훈, 서경석 목사 등이 대표적이다. 그릇된 방향으로 열성적인 분들이다. 그들의 주장을 따르면서 비난과 조롱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마찬가지이다. 기득권 세력 총연합회라고 이야기되는 이들을 따르면서 사회의 소금과 빛으로서 그 역할을 감당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예수님은 사회 참여를 하지 않았다면서 회의적인 이들이 있을 수 있다. 표면적으로 예수님은 사회 참여를 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오늘날 사회 참여에 대한 거부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예수님은 그 당시의 노예 제도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노예 제도를 반대하는 오늘날 교회는 잘못된 것인가? 전혀 아니다. 예수님 당대와 지금은 다르다. 예수님은 2000여 년 전의 사람들과 함께 사시면서 그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셨다.

오늘날의 교회는 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여야 한다. 자유, 평등, 평화, 정의, 인권, 복지, 생태라는 가치에 입각하여 잘못된 것을 거부하여야 한다. 부정과 불의에 침묵함으로 동조할 것이 아니라 분노하여야 한다.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물론 그 방식은 하나님 없는 사람들과 달라야 할 것이다. 비폭력, 무저항의 저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 정치 운동에 함께 활동하는 이들은 보수 개신교회에 매우 부정적인 이들이다. 적극적으로 말하지는 않더라도 개신교회를 개독교라고 생각하고 신자들을 수구 꼴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들과 대화하며 기독교회의 추구하여야 내용으로 위의 내용을 설명한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수긍한다. 그렇다면 개신교회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겠다고 말한다. 신 존재는 수용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신다(딤전 2:4).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그분과 사랑하며 그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고 자연을 바르게 다스리기를 원하신다. 복음을 바르게 전하고 복음을 바르게 보여주어야만 가능하다. 십일조 폐지를 통하여 맘몬에 사로잡힌 개신교회의 개혁 그리고 물신주의에 찌든 사회를 일깨우고 바른 가치들을 온전하게 하는 교회로 거듭나게 되기를 바란다. 세상의 소금으로서 제 역할을 감당하고 빛으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반영하는 교회로 세워져야 한다. 자유, 평등, 평화, 정의, 인권, 복지, 생태라는 가치를 현재보다 더 온전하게 하는 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하늘 영광으로 가득한 영광스러운 교회가 되어 하나님께 온전한 기쁨이 되어야 한다. 하늘 생명을 바르고 풍성하게 누리며 참된 만족 가운데 감사와 즐거움으로 충만한 신자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