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저희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 그 혀로는 속임을 베풀며 그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있고 그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고 그 발은 피 흘리는 데 빠른지라 파멸과 고생이 그 길에 있어 평강의 길을 알지 못하였고 저희 눈 앞에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느니라 함과 같으니라(롬 3:13-18)”

이 세상 모든 인간들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면서 결핍에 몸부림치는 존재들이므로 공포와 탐욕에 휘둘려 서로를 속이고 해칠 수밖에 없는 삶을 사는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서 평강과 안식이 가득한 삶을 약속하시며 저들을 부르셨으나 소경과 같은 인간들은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하나님의 신비한 약속(히11:6)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누구도 그 처절하고 사악한 삶에서 빠져 나오지 못합니다.  

(사도 바울은 구원의 논리의 본론을 시작하면서 악을 행하며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절망적인 실존, 즉 인간론의 핵심인 죄론을 먼저 논술합니다. 구원으로 번역된 “소테리아”가 “안전한 곳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세속 헬라어 단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구원의 복음을 논술하기 위해서는 구원이 필요한 인간의 절망적인 상황부터 상세히 규명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전개입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9:13)”고 하신 말씀과 동일한 전개입니다.

성경의 구원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절망적인 실존에 대한 성경의 규정을 먼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첫째로, 선을 행하는 자가 하나도 없다는 말씀에서는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선한 자가 성경의 기준으로는 선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사도 바울이 자신을 죄인 중에 괴수(딤전1:15)라고 부른 말씀에서는 크리스찬들 중에서도 완전하게 선한 자로 인정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자면 세상에서 존경받는 간디나 슈바이처와 같은 자들이 선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논증할 수 있어야 하며, 더불어 기독교계에서 존경받는 어거스틴이나 루터나 칼빈, 웨슬리는 물론 마틴 루터 킹 목사나 테레사 수녀와 같은 자들 또한 사도 바울처럼 죄인 중의 괴수들이라는 것을 논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것을 논증할 수 없다면 구원의 약속도 논증할 수 없다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에 약속된 구원은 죄와 사망의 법체계로부터 해방되어 생명의 성령의 법체계로 이동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는 바, 죄와 사망의 법체계에 대해 명확히 논증할 수 없다면 생명의 성령의 법체계에 대한 논증은 아예 시작조차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죄에 대한 성경적 논증은 타인을 정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크리스찬 개개인이 성경에서 지적하시는 자신의 죄를 명확히 인식하고 올바른 회개를 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부터 죄에 대한 성경적 논증을 시작합니다.

인간의 죄는 에덴에서의 타락 사건에서 비롯됩니다. 하나님께서 하명하시는 선한 명령에 순종할 것이냐 불순종할 것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만 가지고 있던 아담과 하와는 사탄의 유혹으로 하나님의 선하신 명령에 불순종하여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고 선악을 스스로 판단하는 존재로 변화되고 이 변화는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됩니다.

첫째로는 인간의 선악판단이 하나님의 선악판단과 충돌하는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즉시 아담과 하와는 그들을 벌거벗고 살게 하신 하나님의 처사가 선하지 않다고, 즉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치마를 만들어 입습니다. 그리고는 여호와 하나님의 음성을 듣자 동산나무 사이에 숨습니다. 옳고 그름에 있어 하나님과 충돌할 수밖에 없게 된 자신들을 자각하면서 일어난 공포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소외라는 인간의 첫 번째 비극이 시작된 것입니다.

둘째로는 한 몸이었던 아담과 하와 사이에 각자의 선악판단이 충돌하는 비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은 즉시 서로 상대방에게 감추고 싶은 신체의 부끄러운 부분이 인식된 것입니다. 무화과나무 잎으로 치마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부끄러운 부분을 가렸다는 것은 인간의 선악 판단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한 몸이었던 상대방을 타자로 인식하는 소위 인간 소외라는 두 번째 비극이 시작된 것입니다.

비극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선악의 충돌이라는 회복할 수 없는 관계의 단절로 인해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에덴에서 추방하시면서 결핍과 사망이라는 끔찍한 형벌을 내리십니다. 얼굴에 땀을 흘리는 고된 노동을 하지 않고는 삶을 유지할 수 없고 그러나 그 삶마저도 곧 죽음으로 끝이 나버리게 된 것입니다. 이 절망적인 공포와 탐욕에 휘둘리는 형벌의 삶, 감옥에 갇힌 삶이 모든 인간에게 시작된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비극은 스스로 선악을 판단하는 능력이 이 절망적인 공포와 탐욕과 결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신기루를 좇으면서 그에 유리하면 선, 불리하면 악이라고 규정하게 됩니다. 각자의 유불리는 상대적이므로 결국 수십억의 인간이 옳고 그름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서로를 해치기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각자의 생존본능과 독자적인 선악 판단이 결합된 무시무시한 투쟁에서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따라서 위 로마서 본문에서 사도 바울이 “저희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인간의 죄론을 시작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입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첫 번째 의문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선한 사람도 많지 않은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흔히들 간디와 슈바이처 - 슈바이처는 중간에 기독교를 떠나 생명존중 사상으로 옮겨간 사람입니다 - 를 대표적인 예로 듭니다.

인간의 윤리 도덕과 휴머니즘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범주만 다를 뿐 그 공동체의 공존공영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신기루를 좇는 삶이지요. 성경에서 바벨탑을 세우는 것으로 상징된 삶입니다. 각자 다른 선악관, 그리고 죽음과 결핍과 소외라는 무시무시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본능에서 솟아나오는 공포와 탐욕을 감히 공동의 탐욕을 추구함으로써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스스로 유토피아를 세우고자 하는 헛된 몸부림의 기준이 바로 윤리 도덕과 휴머니즘입니다. 간디와 슈바이처는 그 헛된 몸부림의 대표주자였던 셈이지요.

이 몸부림이 헛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악한 열매를 맺게 되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막 안에서 신기루를 좇는 일에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사막 건너에 있는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라는 하나님의 선한 약속에 주목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구성원인 새로운 피조물들에게도 사망과 결핍이라는 하나님이 내리신 형벌은 면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사망을 사망으로 인식하지 않고 결핍을 결핍으로 인식하지 않는 일체의 비결(빌4:12)을 배움으로써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롬8:2)되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독자적인 선악관이 제거되고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임하면서 예수님처럼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에게 종노릇하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이 제기됩니다. “그렇다면 사도 바울은 왜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라고 규정했는가?”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크리스찬들은 어거스틴과 루터, 칼빈, 웨슬리, 마틴 루터 킹 목사, 테레사 수녀 등 여러 사람들을 기독교의 성인으로 추앙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그 성인들의 수준에 이르지 못한 자신들의 상대적 열등 때문에 하나님 앞에서 회개합니다. 사도 바울은 스스로를 죄인 중에 괴수라고 인정한 사람이므로 그들보다 못한 자이기 때문일까요? 오히려 상황은 그 반대입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함으로써 모든 크리스찬의 본이 된 사람입니다. 반면에 어거스틴 이후 소위 추앙받는 기독교의 성인들은 십자가에서 윤리 도덕적 반성만 하고 내려온 사람들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저들은 국가교회 체제가 만든 기독교 윤리학에 충실한 사람들이었을 뿐입니다. 한 손에 성경을 들고 사막에서 신기루를 좇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자들의 삶을 과연 선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상술은 후속 기고문으로 넘기겠습니다.)

사도 바울이 자신을 가리켜 다 이룬 자도 아니며 죄인 중의 괴수일 뿐이라고 규정한 것은 성경에 계시된 현세 구원의 약속과 정확히 일치되는 진술입니다. 바로 불완전한 새로운 피조물의 성격에 대한 그의 체험에 따른 통찰인 것입니다.

하나님과 화목케 된 새로운 피조물(고후5:17-19)은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신비를 체험한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여전히 육체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수시로 그리스도 밖으로 나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평안과 안식에서 공포와 탐욕으로, 공포와 탐욕에서 다시 평안과 안식으로를 반복하는 존재가 바로 새로운 피조물인 것입니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의 삶을 수시로 살게 되기 때문에 그리스도 밖에 있을 때 발휘되는 자신의 죄성을 누구보다도 더 극명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죄인 중의 괴수라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은 점차 개선되기는 하지만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날 때까지 결코 멈추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피조물의 불완전한 속성입니다.

이 불완전한 속성은 사도 요한이 요한일서 1장 8절에서 “만일 우리가 죄 없다 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라고 말씀하면서도 동시에 3장 6절에서는 “그 안에 거하는 자마다 범죄하지 아니하나니 범죄하는 자마다 그를 보지도 못하였고 그를 알지도 못하였느니라”라는 모순되어 보이는 말씀을 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