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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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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5월 12일 (금) 00:00:00 [조회수 :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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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모습을 보면 짜증이 나. 계속보고 있으면 우울하기까지해! 그건 작기 때문이야. 작아도 보통 작은게 아니거든. 나는 모든 씨 중에서 가장 작은 씨야. 나보다 작다는 실삼나무 씨가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아직 본 적이 없어.

   
옛날에는 크고 작은게 문제가 되지 않았고 나도 신경쓰지 않았어. 나는 나로서 충분히 인정받았으며, 내가 존재해야할 이유는 분명했어. 나는 다른 것들과 언제나 동등한 가치에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세상은 크고 작은 것으로 능력을 평가하고 있어. 작다는 것은 무능하다는 것이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여겨져, 귀찮거나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어. 그래서 내 모습에 더 짜증나고 신경질이 나!

나는 왜 작을까?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 그래도 덜 할텐데... 가능성이 없으니, 난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아닌가? 나도 커서, 다른 씨들처럼 사람들의 눈에 띄고, 관심을 끌어봤으면 좋겠어. 그러나 눈에 겨우 보일까말까한 작은 덩치로는 나의 소망을 이룰 수 없어.

그렇지만 나는 내 안에 잠재된 나의 능력과 가능성을 알아. 비록 작지만, 일단 땅에 심겨지면, 그 어떤 놈보다 더 클 수 있다는걸... 3m나 자라는 키에, 넓은 가지와 그늘을 만들어내고, 내가 만들어낸 까만 씨의 아름다움에 새들이 날아오고, 그늘 아래에 휴식을 취하러 와.
그뿐아니라 나는 마음이 너그럽기도 해. 새는 나를 공격하는 적(敵)이지. 나를 쪼아 먹어치우고, 괴롭히는 나와 상극인 존재지. 그래서 새가 싫지만 쫓아내지는 않아. 나의 자태에 매료돼 날아오는 새를 막지 않으며, 태양빛을 피해 쉬러 온 새를 쫓지 않는게 내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이 정도면 원수를 사랑하는게 아니겠어?

그러나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어? '지금' 작은데....
'나만 인정하는 나의 가능성이란게 어디 진정한 가능성인가 말이야? 다른 이가 인정해줘야 진정한 가능성이지...'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 의기소침하고, 살고 싶지 않아. 이럴땐 내가 살아있다는 것조차도 창피하고 부끄러워...

나는 다른 이의 지목을 받을 때 행복해!
전에 어떤 농부가 나를 발견했어. 나는 무척 흥분했지... 농부는 나를 들었다 놨다하면서 꽤나 관심을 보이더니, 그냥 가버렸어. '이렇게 작은게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하며 말이야. 세상에... 기가차고, 말이 나오지 않았지. 그런데 사실 나의 우울함과 의기소침은 이때부터 시작된 거였어. '나의 가치와 가능성을 몰라보는 농부는 소용없어!'하고 속상한 마음을 토하며 농부의 무지를 탓했지만, 그런 일이 반복이 되니까 내 키보다 100배나 큰 자신감도 없어지면서, 살고 싶지 않아졌어.

왜 살아야하나, 선택되지도 못하면서, 땅에 심겨질 가능성도 없는 인생을 왜 살아야 하나, '아! 살고 싶지 않다. 왜 이모양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가나... 정말 짜증난다' 정말이지 죽고 싶었어.

그런데 어느날 갈릴리의 촌티나는 사투리를 쓰면서 사람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다가왔어. 그는 농부인 것 같지 않았는데, 내게 관심을 보였고, 나만이 아는 나의 능력과 가능성을 이미 알고 있었어. 살면서 이렇게 흥분한 적은 없었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내가 관심의 눈빛을 받은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황홀한 일인데, 나만이 아는 나의 능력과 가능성을 알고 있는데 어찌 흥분되지 않았겠어.
나를 들어 올리는 그 분의 손은 너무도 따뜻했어. 금방 싹이 틀 정도의 온화함이었지.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만큼 행복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그 분이 나를 사람들에게 소개했어. 전에 '이렇게 작은게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했던 농부도 거기서서 꽤나 열심히 듣고 있더군.
그런데 더 놀라운건 그 분의 첫 마디였어.

"하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난 숨이 턱 막히는줄 알았어. 잘못 들은줄 알았지.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늘 나라가 나와 같다고? 정신이 이상한게 아니야?'

하지만 그 분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어. 그리고 나의 자라남에 대해 설명하셨어.
땅에 심겨지고, 어마어마하게 자라남이 마치 하늘 나라의 성장과 같다고...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를 하찮게 여겼지만, 그 분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에 나를 비유했어. 너무 당황했지만 이내, 죽어있던 자신감이 솟아올랐어. 가장 작은 것이 가장 귀한 것이 된다는 것은 나도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었기 때문이야.

하늘 나라가 나와 같다는 얘기를 듣고 사람들의 눈빛이 반쩍거렸어. 생기가 돌았고, 용기를 얻는 것 같았어. 난 그 모습을 보고 더욱 놀랬어.

그 후로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하늘 나라를 얘기했어. 하늘 나라는 사람들의 희망이잖아? 나는 희망을 얘기하는 단초가 된거야. 어떤 이는 내게서 희망의 단서를 찾는다고 했어. 이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씨야. 작은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그 분을 통해 알았어. 작은 것으로도 충분히 하늘 나라를 만들어내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

또 그 분은 사람들의 삶의 뿌리가 되는 '믿음'에 나를 사용하셨어. 그 분에게 난 아주 쓸모있는 존재였지. 그 분 덕분에 난,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고, 사랑받게 되었어. 그 분이 곁에 없는 지금도 그 분이 나와 같이 있는 것 같아! 왜냐하면, 사람들이 나를 빗대어 하늘 나라를 소망하고, 믿음을 얘기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세상에서, '작은' 사람들이 나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서 힘을 얻고 희망을 갖고 있어. 커져서 '힘'을 부리겠다는 허망한 희망 말고, 원수였던 새도 품는, 나의 성품을 닮는 성장을 꿈꾸는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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