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복까지 입는 구원

“이에 종들에게 이르되 혼인 잔치는 예비되었으나 청한 사람들은 합당치 아니하니 사거리 길에 가서 사람을 만나는대로 혼인 잔치에 청하여 오너라 한대 종들이 길에 나가 악한 자나 선한 자나 만나는대로 모두 데려오니 혼인 자리에 손이 가득한지라 임금이 손을 보러 들어올새 거기서 예복을 입지 않은 한 사람을 보고 가로되 친구여 어찌하여 예복을 입지 않고 여기 들어왔느냐 하니 저가 유구무언이어늘 임금이 사환들에게 말하되 그 수족을 결박하여 바깥 어두움에 내어 던지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하니라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니라(마 22:8-14)”

들어가며

예수님의 이 비유는 마태복음 21:23-22:14에 걸쳐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에게 하신 네 가지 비유의 말씀들 중 마지막 비유인 혼인 잔치 비유의 후반부입니다. 이 네 가지 비유는 모두 유대 지도자들을 정죄하는 비유들이며 장차 이방인들도 구원을 얻을 것을 암시하는 비유들이지요. 그럼에도 위의 부분만을 떼어 내어 본문으로 삼은 것은 제목에서와 같이 예복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은 사두개인들과 바리새인들을 앞에 두시고 예복을 강조하십니다. 더욱이 선한 자인지 악한 자인지를 문제 삼지 않으신다는 말씀은 정말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이 예복의 비유를 두고 예수님께서 칭의의 은혜를 약속하시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라는 것이지요. 당시의 예복이란 잔치에 참여해 왕을 알현할 사람들에게 왕궁 측에서 거저 나누어주어 입게 하는 옷이니 예수님은 우리의 선함과 악함에 따라서가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의 칭의의 은혜와 예수님의 보혈의 공로를 믿는 믿음만으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하셨다고 하는 주장이지요. 소위 “오직 믿음으로!”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래의 요절을 한 번 보시지요.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히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초를 반석 위에 놓은 연고요 나의 이 말을 듣고 행치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히매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마 7:24-27)”

같은 마태복음 안에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이신칭의론과 너무도 다르군요. 실제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행하지 않으면 버림을 받는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렇게 말씀하셨다 하시는 걸까요? 과연 그런 것일까요?

신학자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여서 타력 구원을 주장하는 이신칭의론과 자력 구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미 펠라기즘이 지금도 충돌하고 있습니다. 개신교는 이신칭의론으로 거의 통일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칼빈의 후예인 장로교와 하나님의 선행 은총과 인간의 응답을 강조하는 웨슬리의 후예인 감리교 사이에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말입니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며 의문을 풀어나가 볼까요? (“타자를 위한 삶”을 주장한 본회퍼를 지지하는 진보기독교와의 성경해석상의 충돌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1. 잔치에의 초대에 대한 반응의 문제

사두개인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으로부터 외식, 즉 위선 때문에 정죄를 받기도 했지만 이 잔치의 비유에서는 선한 자나 악한 자나 모두 초대를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볼 때 저들의 위선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악한 자들보다는 오히려 좀 나은 자들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예수님께서 지적하시는 것은 저들이 잔치의 초대를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즉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구세주로 믿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에 반해 초대에 응한 자들은 그들이 악한 자든 선한 자든 또는 위선자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은 것이 인정되기 때문이지요. 여기까지는 이신칭의론이 맞는 듯합니다. 믿는 자는 선인과 악인을 불구하고 잔치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임금님이 잔치 자리에 나타나면서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됩니다. 바로 예복의 문제입니다.

2. 예복의 문제

예수님의 비유에 등장하는 예복을 입지 않은 자는 선한 자였을까요, 악한 자였을까요, 아니면 위선자였을까요? 이와 관련된 신구약 성경의 말씀을 한 곳씩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구약입니다.

“대저 우리는 다 부정한 자 같아서 우리의 의는 다 더러운 옷 같으며 우리는 다 쇠패함이 잎사귀 같으므로 우리의 죄악이 바람 같이 우리를 몰아가나이다(사 64:6)”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인 이스라엘 모든 사람의 의가 더러운 옷과 같다고 이사야 선지자가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제 신약을 보겠습니다.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도다 내가 너를 권하노니 내게서 불로 연단한 금을 사서 부요하게 하고 흰 옷을 사서 입어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고 안약을사서 눈에 발라 보게 하라 무릇 내가 사랑하는 자를 책망하여 징계하노니 그러므로 네가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계 3:17-19)”

예수님은 하나님의 자녀들인 라오디게아 교인들에게 그들이 벌거벗어 수치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십니다.

모두들 예복 또는 흰 옷(이후 예복으로 통일함)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아브라함의 육신의 자녀들인 구약 백성도, 아브라함의 믿음의 자녀들인 신약 백성도 예복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성경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록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 3:10)”

사도 바울의 이 말씀을 대개는 예수님 오시기 전의 이 세상의 상황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거나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 이후 복음을 듣지 못한, 또는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봅니다. 예수를 믿어야만 의롭다 칭함을 받을 수 있다는 이신칭의론을 따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예수님의 예복의 비유는 우리로 하여금 이신칭의론의 단순한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듭니다.

잔치의 초대에 응해 찾아 온 사람들은 초대에 응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복을 받아 입어야 하고, 라오디게아 교회에 모여 있는 교인들은 교인이 되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흰 옷, 즉 예복을 사서 입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복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라오디게아 교인들에게 하신 말씀을 좀 더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저 전반부의 말씀입니다.

“라오디게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아멘이시요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시요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신 이가 가라사대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더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계 3:14-16)”

아! 행위에 대한 말씀입니다. 드디어 모래 위에 지은 집과 반석 위에 지은 집을 비교하시던 예수님의 말씀과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럼 지금 가톨릭의 세미 펠라기즘을 진리라고 주장하는 겁니까? 그건 대단히 위험합니다. 잘 아실 텐데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이어서 후반부의 말씀도 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예복을 입는다는 것은 바로 예수님과의 신비한 연합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체험한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로마 교회의 “믿는 자들”에게 권고합니다.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4)”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으로 다 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어야 한다는 권면입니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고 성경의 약속, 즉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복락이라는 구원의 약속을 믿어야 합니다.

(2) 약속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요구하시는 것처럼 현실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해야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육에 속한 자들(싸르키코스)이므로 이것이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3)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나님 앞에서 고백하고 그 사랑을 행할 수 있는 자로 만들어 주시기를 간구해야 합니다.

(4) 그리하면 성령의 세례와 충만으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이루어지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할 수 있는 신령한 자(프뉴마티코스)로 재창조됩니다.

(5) 이 땅의 현실의 삶에서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며 삽니다.

(6) 그러나 여전히 육신의 일을 도모하며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미워하고 핍박합니다. 육신의 일을 도모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7)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는 자들, 또는 행하기를 소원하는 자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룹니다.

(8)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고, 주변 사람들을 공동체로 초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합니다.

(9) 최후 심판 때에 주님으로부터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칭찬 받으며 성경의 최종적인 약속이 이루어집니다.

잔치 비유에서 초대에 응하는 것은 위의 단계 중 (1)과 (2)에 해당하고 예복을 입는 것은 (3)과 (4)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복을 입는 단계를 신비한 일로 보느냐 아니면 인간의 결단으로 보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이 문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는 것이 인간에게 가능한 일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인가의 문제로부터 시작됩니다. 성경의 약속이 무엇인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가,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가가 여기에서 완전히 둘로 갈라지게 되지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3. 두 종류의 크리스찬

우리는 이 예복의 비유에서 세 종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1) 잔치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

(2) 잔치에 참석했으나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3) 잔치에 참석해서 예복을 입고 있는 사람

잔치에 참석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하나님의 아들로 믿기를 거부한 사람들이니 크리스찬이 아니지요. 문제는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 즉 예수님을 구세주로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두 종류의 크리스찬입니다.

오직 믿음을 강조했다고 오해받고 있는 사도 바울은 이 두 종류의 크리스찬을 이렇게 구분합니다.

“형제들아 내가 신령한 자(프뉴마티코스)들을 대함과 같이 너희에게 말할 수 없어서 육신에 속한 자(싸르키코스) 곧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아이들을 대함과 같이 하노라 내가 너희를 젖으로 먹이고 밥으로 아니하였노니 이는 너희가 감당치 못하였음이거니와 지금도 못하리라 너희가 아직도 육신에 속한 자(싸르키코스)로다 너희 가운데 시기와 분쟁이 있으니 어찌 육신에 속하여 사람을 따라 행함이 아니리요(고전 3:1-3)”

오직 행위를 강조했다고 오해받고 있는 사도 야고보는 이 두 종류의 크리스찬을 이렇게 구분합니다.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혹이 가로되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약 2:17-18)”

두 사도의 말씀을 합하면 크리스찬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지 못하는 죽은 믿음을 가진 육에 속한 크리스찬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는 산 믿음을 가진 신령한 크리스찬으로 나뉘게 됩니다.

여기서 사랑을 행하느냐 행하지 않느냐의 단순한 문제에 신령함이 왜 등장하는 것일까요? 그저 "사랑하라!" 하고 명령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예수님의 구분을 보면 더 복잡해집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치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저희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 7:21-23)”

나름대로 사랑을 행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향해 예수님은 더 근본적인 점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무엇이 그리스도의 사랑이냐 하는 문제지요. 하나님의 법을 행하느냐 인간의 법인 불법을 행하느냐의 문제입니다.

4. 예복을 입은 자의 신비한 삶

하나님의 법은 다른 사람들이 영생을 얻도록 생명수를 나누어 주며 살아가는 삶의 법이고 인간의 법, 즉 불법은 자기(자기 편), 또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살아가는 삶의 법입니다. 예복을 입은 자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하면서 살고, 예복을 입지 않은 자는 이기적인 사랑 또는 이타적인 사랑을 행하면서 사는 것이지요.

그런데 과연 인간이 자기(자기 편) 또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생명수를 나누어 주며 살 수 있을까요? 그러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있지요.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그가 우리에게 하는 권고를 들어보시지요.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나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저희로 구원을 얻게 하라(고전 10:33)”

“너희도 나처럼 생명수를 나누어 주는 자들이 되라”는 권고입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생명수를 나누어주는 자들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먼저 구원을 얻은 자가 다른 사람들도 구원을 얻게 하는, 즉 예수님의 가루 서 말의 비유가 성취되어가는 현장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사도 바울은 어떻게 해서 다른 이들에 앞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던 것일까요? 어떻게 예복을 입게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5. 예복을 입는 신비한 과정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보라 날이 이르리니 내가 이스라엘 집과 유다 집에 새 언약을 세우리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이 언약은 내가 그들의 열조의 손을 잡고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던 날에 세운 것과 같지 아니할 것은 내가 그들의 남편이 되었어도 그들이 내 언약을 파하였음이니라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러나 그 날 후에 내가 이스라엘 집에 세울 언약은 이러하니 곧 내가 나의 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 마음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 그들이 다시는 각기 이웃과 형제를 가리켜 이르기를 너는 여호와를 알라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나를 앎이니라 내가 그들의 죄악을 사하고 다시는 그 죄를 기억지 아니하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렘 31:31-34)”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새 언약은 장차 신약백성들에게 예복을 입혀주시겠다는 신비한 약속입니다. 하나님의 법을 우리 속에 두신다는 약속이 바로 그것이지요. 그 약속이 이루어진 사도 바울의 고백을 먼저 들어 보실까요?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1-2)”

생명의 성령의 법은 하나님의 법, 즉 그리스도의 사랑의 법이고 죄와 사망의 법은 오로지 생존과 번영이라는 헛된 꿈을 좇아 살아가는 인간들의 법, 즉 이기적인 사랑과 이타적인 사랑의 법입니다.

사도 바울이 어떻게 하여 이런 신비한 은혜를 받게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사도 바울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내가 처음 변명할 때에 나와 함께 한 자가 하나도 없고 다 나를 버렸으나 저희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기를 원하노라(딤후 4:16)”

사도 바울은 아시아 교회에서 함께 사역하던 형제들이 모두 자기를 버렸다고 말합니다. 사도 바울과 그들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들도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도 성령의 세례와 충만을 받았던 것을 우리가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도 바울과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요? 왜 사도 바울은 예복을 끝까지 입고 있었던 데 비해 그들은 예복을 도중에 벗어버렸을까요? 예레미아를 통해 주셨던 새 언약이, 예수님이 주셨던 보혜사 성령의 약속이 사도 바울에게는 성취가 되었는데 저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째로는 하나님의 작정하심의 문제이고, 둘째로는 개인의 깨달음과 열심의 문제라고 봅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핍박하던 청년 사울을 이방인을 위한 사도로 사용하시기로 결정하시고 그에게 많은 표적과 체험들을 허락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다메섹 도상에서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한 후에 오랜 기간 말씀을 묵상하고 깊이 기도하였고 하나님은 그를 셋째 하늘, 즉 낙원에 데려 가셔서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을 들려 주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기도로 간절히 은혜를 사모하고 하나님은 은혜를 부어주심으로 사도 바울은 예복까지 입는 구원의 약속을 깨닫게 되고 그 구원에 열심을 다했던 것입니다.

나가며

이 땅의 모든 크리스찬들은 초대에 순종하여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입니다. 이제 과제는 잔치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열심을 다해 예복을 받아 입기를 간구하는 일입니다. 예복을 입지 않으면, 즉 새로운 피조물이 되지 않으면 결국 인간의 법에 따른 선행만을 행하여 자기(자기 편)의 생존과 번영, 또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신기루만 좇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의 형제들이 예복을 벗어버린 것에서 우리는 생존과 번영이라는 헛된 꿈을 좇느라 성령을 훼방하는 인간의 본능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한다고 속삭이며 다가오는 세상 철학과 윤리 도덕이 우리를 유혹하지 못하도록 깨어 경계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신비한 예복이 입혀지고 그 결과 인간의 사랑이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로운 피조물들이 모여 서로 종노릇하며 살아가는 하나님의 나라 공동체를 이루고 그 모습을 온 세상에 증거함으로써 땅 끝까지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는 증인 집단이 온 세상 이곳저곳에 세워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