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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기] 출애굽 공동체의 기억과 이야기영사기 소개글
김민호  |  shepherd-km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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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년 12월 27일 (금) 19:00:46
최종편집 : 2013년 12월 27일 (금) 22:02:28 [조회수 : 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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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를 관람한 적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온몸이 마비되어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생각해보라, 멀쩡했던 신체를 상실해버린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런데 그가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사람들의 도움도 지대했지만, 그의 ‘기억’과 ‘상상력’ 때문이었다. 그렇게 예술혼을 불태우는 주인공의 인생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한편에는 영화 감상 및 토론회가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격주로 주일 저녁에 ‘스페이스 내안’(목동 내안교회)에서 말이다. 장세현 선배로부터 이 <영사기>(‘영화보고 사랑하고 기도하라’의 줄임말) 모임에 대한 글을 부탁받았다.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하던 마침 내 손에 있던 책은 조너던 색스(Jonathan Sacks)의 『사회의 재창조』〔The Home we build together: Recreating Society〕였다. 이 책의 대목 대목을 종종 인용하면서, <영사기> 모임의 취지와 방향을 짧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8월 30일 햇살이 뜨거운 오후에 영화 모임을 위한 회의가 있었다. 모임의 취지는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영화를 보며 함께 세상을 읽자고. 영화모임 이름을 임시로 ‘S-talker’로 정하였는데, 후에 ‘영화보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로 최종결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전거 도둑>을 시작으로 <타인의 삶>, <할머니와 란제리> 등등 다양한 문제의식과 담백한 메시지가 담겨진 영화들을 관람하고 있다.

조너던 색스는 “이야기는 기억을 창조하며, 기억은 정체성을 창조한다.”(서대경 역, 『사회의 재창조』[서울: 말글빛냄, 2009], 256)고 말한다. 그 이야기와 기억을 개인에게 국한시키지 않고, 집단에게 적용시켜보자. 그렇다면, 이야기와 기억으로 인해 함께 즐거워하는 축제가 만들어지고, 공동체가 창조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것은, ‘출애굽 이야기’이다.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이 문자 그대로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후대의 사람들이 그 기억을 토대로 공동체를 어떻게 일구어나가고 있는지가 핵심이니까. 그거 아는가, 출애굽 사건이 신약성서 중에서도 늦게 쓰여진 것으로 분류되는 사도행전에서 언급되고 있다는 것을? 이처럼 이야기, 기억이 만들어내는 결속력은 가히 혁명적이다.

지난 모임에서 영화 <콜레아>를 관람하는데 내 이목을 잡아끈 대목은 콜레아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태어난 날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내 기억으로 가능한가? 아니다. 부모 덕분이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야기하기’는 언약적 정치의 핵심에 위치한다. 이야기는 정체성을 지탱하며 집단 소속감을 창출한다. 그것은 세대로 하나로 묶어주며, 국민들에게 그 국가가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지를 환기시켜준다.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들 속에 국가적 정체성을 위치시키며, 선조들이 그것을 얻기 위해 투쟁했던, 그리고 오늘날 우리들이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보존하려 애쓰고 있는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말한다. 그 이야기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뿐 아니라 새롭게 정착하는 사람들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포괄적인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339-40)

기억, 공동체, 상상력은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버팀목이다. ‘고난함께’의 영화모임 <영사기>는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함으로써, ‘타인’을 기억해주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고향”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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