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II - 대상에 따라 다른 계시

(이 대화는 지금은 우리 공동체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계신 강지성님이 우리와 합류하시기 전 공동체의 카페에서 저와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성경의 계시는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므로 세밀하게 구분해서 접근해야 모든 말씀을 무조건 자신을 향한 말씀으로 받아들일 때 일어나게 되는 심각한 오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해방”은 타 기독교 인터넷 언론매체에서 사용했던 제 필명입니다. - 김용호 -)

강지성의 질문1

해방님, 안녕하세요. 강지성이라고 합니다. 성경 말씀을 놓고 어찌 해석하는 것이 옳을지 궁금한 점이 있어서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많은 목사님이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 중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를 근거로 우리가 하나님께 육신적인 축복, 물질적인 축복을 간구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교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이신 하나님이 자기의 자녀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을 원하시겠는가를 생각해 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물질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하라고 권하십니다. 물론 여기서 끝나는 목사님은 없습니다. 그 다음엔 그러나 우리의 기도가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썩지 않는 영원한 양식을 더 열심히 사모해야 한다고 하시며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사랑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마태복음에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고 하시고 누가복음 12장 29절에서는 심지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여 구하지 말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실제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이 두 가지 상반된 말씀에 따라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성경적인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처지에서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성경적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먼저 지금의 제 심정으로는 솔직하게 하나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꼭 이루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그런 상태에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은 내가 믿음이 부족하고 하나님이 내 목자가 아니라는 반증이기 때문에 그런 기도는 지금 내가 죄와 사망의 법에 여전히 묶여 있음을 나타내는 것밖에 안 되고 그런 기도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과 역행하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됩니다(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내가 사단의 권세 아래 있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교회에서는 간절히 구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하나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하셨으므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내가 하나님께 지금 추진하는 일이 성사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구하고 또 그 일이 성사되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하나님의 자녀인 내가 아버지이신 하나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은혜를 체험하고 그런 체험들이 쌓이다 보면 하나님에 대한 믿음도 더욱 깊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가 응답받는 과정을 내 가족이나 이웃이 볼 때 자녀를 먹이시는 하나님에 대한 증거가 되는 것이기도 하구요.

물론 간절히 구하긴 구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오직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기 때문에 내 뜻대로 안 되었다고 해서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도록 추가적인 기도와 함께 말입니다.

 해방님의 해석을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용호의 답변 1

강지성 형제님. 정말 중요한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을 구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은 (사도 바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옛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이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를 하라는 말씀은 앞으로 새사람으로 변화된 자들이 드릴 기도를 미리 가르치신 말씀입니다.

이제 형제님이 말씀하신 두 곳 요절을 좀 자세히 보도록 하겠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즉 일용할 양식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두 곳 모두 하나님의 나라와 의에 대한 말씀과 함께 나온다는 점을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1~33)."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마 6:9~11)."

첫 번째 요절은 옛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옛사람의 특징은 자기를 보호하고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 사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들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그리고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간구는 그 자체로 죄가 됩니다. 자기 바벨탑을 쌓기 위한 기도이기 때문이지요.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함이니라(약 4:3)"는 말씀과 같은 흐름입니다.

두 번째 요절은 새사람들이 드려야 할 기도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새사람의 특징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며 사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들에게 일용할 양식이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간구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기도가 됩니다.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으심이라(요일 5:14)"는 말씀과 같은 흐름입니다.

간구하는 내용은 똑 같지만 간구하는 동기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는 하나님을 노엽게 하는 기도가 되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기도가 되는 것이지요. "사람의 행위가 자기 보기에는 모두 깨끗하여도 여호와는 심령을 감찰하시느니라(잠 16:2)"는 말씀과 같은 흐름입니다(NIV에서 이 요절을 번역하기를 "All a man's ways seem innocent to him, but motives are weighed by the LORD", 즉 하나님은 그 동기를 따지신다고 번역하고 있는데 저도 이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강지성 형제님의 질문을 대하면서 형제님께서는 이미 그 차이를 이해하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제가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좀 더 명확히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요절들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형제님께서 질문의 후반에서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풍성히 주시는 것이 내 믿음도 자라게 하고, 믿지 않는 자들에게도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증거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베푸시는 표적으로서의 기적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이 표적은 외인들을 육에 속한 크리스천으로, 그리고 육에 속한(싸르키코스) 크리스천을 영에 속한(프뉴마티코스) 크리스천으로 바꾸시려고 베푸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일시적인 회개의 방편들 중 하나일 뿐 복음의 핵심은 아닙니다. 형제님도 언급하셨듯이 복음의 핵심은 진정한 해방과 자유,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해 살아가는 현실에서의 실제적인 삶이니까요. 그런데도 오늘날의 교회가 이러한 일시적인 회개의 방편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모든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의 자애로우신 손길 안에서 속히 새사람으로 변화되어 사도 바울처럼 일체의 비결을 배운 해방된 자들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의 동역자로 우뚝 서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상으로 답변을 마치면서 이와 관련해 아래의 말씀을 덧붙여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볼 때 모든 성경 말씀이 지금의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라는 전제하에 성경을 보면 말씀끼리 서로 충돌하고 모순되어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성경의 말씀은 어떤 말씀은 옛사람에게, 또 어떤 말씀은 새사람에게 그리고 때로는 어떤 말씀은 외인들에게 하시는 말씀 등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잘 분별해서 말씀의 의미를 찾아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대부분의 모순되어 보이던 구절들이 자연스레 풀려나가게 되지요. 물론 그것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다가, 개와 돼지에게 귀한 것을 주지 말라고도 하셨지요. 통독과 깊은 묵상, 그리고 많은 기도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귀한 질문을 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형제님의 질문과 제 답변이 이곳의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형제님과 많은 대화를 하며 하나님의 귀하신 은혜를 함께 나누게 되기를 바랍니다.

강지성의 질문 2

귀한 답변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기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고 내가 어느 좌표에 서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결국 내가 그런 문제로 고민했다는 사실 자체가 여전히 옛사람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임을 확인했습니다(잘 봐주면 육에 속한 크리스천!).

결국 경제적 어려움에 있을 때 불안하고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서 전전긍긍한다면 그것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기도보다는 여전히 육에 속한 내 자신을 하루속히 영에 속한 새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지요? 해방님이 자주 말씀하신 성령의 강림과 성령의 충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그때 더 필요한 것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물질적 부유함을 위해서도 기도하라고 권하신 어제 제가 말한 목사님의 말씀은 듣는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렇게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도가 될 수도 있고 하나님을 노엽게 하는 기도가 될 수도 있겠네요. 여전히 새사람 되지 못하고 육에 속한 성도가 드리는 기도는 하나님을 노엽게 할 것이고 영에 속한 새사람이 된 성도가 드리는 기도는 그 동기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기도이므로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기도가 될 것이고요(물론 그런 성도는 주기도문에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정도이겠지요. 부유하게 해 달라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족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루속히 저도 그런 문제에서 해방되어 무엇을 구하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구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 날이 오기 바랍니다.

그런데 과연 자기가 영에 속한 새사람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도 바울조차도 온전히 이루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형편에 과연 내가 간구하는 것이 나의 유익을 구하는 것인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인지 그 동기를 가늠하기가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해방님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나누게 되기를 저도 바랍니다.

김용호의 답변 2

강지성 님. 아주 중요한 두 가지 말씀을 마지막에 하셨네요. 하나씩 제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그런데 과연 자기가 영에 속한 새사람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샤머니즘적인 기독교인의 특징은 내 삶의 조건이나 환경을 좋게 만들어 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고 휴머니즘적인 기독교인의 특징은 내 인격을 훌륭하게 만들어 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지만 진정한 기독교인의 특징은 하나님께서 항상 나와 함께 계셔서 무익한 종인 나를 도구로 써 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마지막에 인용하신 사도 바울의 고백은 진정 귀한 고백입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실 때(내가 성령 충만할 때)에는 자신이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이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육에 속한 존재에 불과한데 수시로 오락가락한다는 진실된 고백인 것입니다. 자기 안에 두 법이 있다는 그의 고백도 같은 맥락이지요.

저는 진정한 크리스천은 In Christ 상태와 Out of Christ 상태를 오락가락하는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그의 소원은 자신의 In Christ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자주, 그리고 매번 좀 더 길게 유지되는 것이지요. 성경의 약속은 새사람을 '입는' 것이지 우리의 존재 자체가 완벽한 새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예복 비유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누구도 자기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2. "과연 내가 간구하는 것이 나의 유익을 구하는 것인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인지 그 동기를 가늠하기가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탐심은 우상숭배라고 사도 바울이 말씀하고 있는바, 우리의 탐심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육적인 탐심, 혼적(정신적)인 탐심 그리고 영적(종교적)인 탐심이 그것입니다. 하나님께 열심을 내는 자가 종종 빠지기 쉬운 함정이 영적(종교적)인 탐심이지요. 이와 관련해 우리가 유념해야 할 말씀은 무익한 종이란 고백과 더불어 '자기를 부인하고'라는 말씀입니다.

즉 In Christ 상태에 있는 크리스천의 특징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하나님의 소원인 내 주변 사람들의 구원(나와 같은 변화)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잊지 않고 항상 자기를 돌아본다면 우리가 함정에 빠지는 것을 상당히 피하게 되리라고 봅니다. 항상 깨어서 기도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형제님과의 만남과 교제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무한한 영광이 돌려지게 될 것을 믿고 감사를 드립니다.

강지성의 질문 3

상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기왕 질문을 드린 김에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마태복음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셨는데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와 의에 대한 해석도 여러 가지로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삶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전도에 대한 열심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가난한 자에 대한 구제로 해석하기도 하고 좌우간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것을 보게 되는데 해방님의 해석을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해방님은 육에 속한 내가 영에 속한 새로운 피조물 되는 것에 관련된 것으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사단의 권세에 묶여 생존과 번영을 위해 공포와 탐욕을 지닌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 사도 바울처럼 어떠한 형편에 처하든지 일체의 비결을 배운 자가 되어 죄와 사망으로부터 해방된 자가 되기를 구하라는 것으로 해석하시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렇게 된 내가 이웃도 나처럼 해방된 자가 되게 하는 일에 나의 남은 삶을 허비하면서 다른 사람도 하나님과의 화목을 통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도록 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을 먼저 구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합니다(새로운 삶을 위한 핵심이 성령 강림과 성령 충만이고요).

이런 성경 해석의 차이가 성경의 약속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보수 기독교와 진보 기독교가 사사건건 의견이 다른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궁금한 것은 이것입니다. 이런 새 언약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서로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교단마다 서로의 거울이 되어 온전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가 되어 가는 것이라고 보면, 저쪽은 틀리고 우리가 옳다고 고집할 이유도 없어지고 심지어 다원주의도 용인되어야 하는 것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허락하신 이유가 진리이신 하나님의 약속이 하나이고 따라서 여러 가지 해석들이 결국은 그 길을 찾아가는 노력들이라고 보면 다른 교단의 해석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는 부담이 생깁니다. 또 나의 해석은 다른 새로운 해석으로 또 부정될 수 있고요. 왜냐하면 인간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너무 제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을 주관적으로만 쓰지 않았나 염려가 되는군요. 그래도 해방님은 제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김용호의 답변 3

강지성 형제님. 형제님의 질문들이 어쩌면 그렇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순서대로 찔러 주는지요. 마치 제 칼럼들에 등장하는 '질문하는 형제님'을 직접 만난 듯싶습니다. ^^ 하나님의 역사라고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면서 형제님의 질문에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1. 하나님의 나라와 의에 대하여

(1) 성경의 모든 약속과 명령은 하나님의 나라, 즉 특수한 공동체라는 주제를 향해 집중되어 있습니다. 개인들을 새로운 피조물로 변화시키시는 것도 사실은 그 개인의 구원이 초점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하나님의 나라의 구성원들을 만드시는 과정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첫 말씀도 개인의 구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였던 것이지요. 즉 새사람으로의 변화는 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라는 특수한 공동체의 설립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2) 하나님의 의는 하나님의 나라의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 나라들은 군주주의, 귀족주의, 봉건주의 등을 거쳐 오늘날에는 대부분 민주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으로 세분되지요 -를 그 이데올로기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 이데올로기들의 공통된 특징은 모두 나름대로의 옳고 그름, 즉 정의와 불의에 대한 규정을 그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각 체제가 채택하고 있는 '법'이지요.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의 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세상 나라들의 이데올로기는 '올바르게 살자'인데 반해 하나님의 나라의 이데올로기는 '사랑하며 살자'입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 13:10)'이라는 사도 바울의 선언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도무지 사랑하며 살 수가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탐욕과 공포 때문에 각자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이 처절합니다.

예를 들자면 가장 숭고하다고들 말하는 어머니의 사랑만 보아도 자기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기에 사돈집 귀한 딸인 며느리를 미워하기도 하고 자기 자식을 괴롭히는 옆집 귀한 아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비단 한 가정 안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은 모든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가 너무도 복잡하고 첨예하게 얽혀 있어서 사랑하기는커녕 옳고 그름을 기반으로 해서 법의 폭력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 모두가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자유, 그리고 사도 바울이 간증하는 해방은 바로 이러한 처절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신비한 일을 가리킵니다. 이것이 신비한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자유와 해방이 인간의 본능에서의 자유와 해방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 신비한 일이 일어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형제자매가 예수님처럼 서로 사랑하며 사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따라서 개인 구원으로 대표되는 보수 기독교와 사회 구원으로 대표되는 진보 기독교의 두 흐름(가톨릭과 개신교 둘 다 내부에서 이렇게 두 흐름으로 갈라져 있습니다)은 공히 성경 약속의 두 핵심을 모두 놓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 본능에서의 해방이라는 신비한 핵심과 예수님처럼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의 형성이라는 현실적인 핵심을 말입니다. 그리고는 엉뚱하게도 "나가서 올바르게 살자"고 주장합니다.

2. 다양한 성경 해석과 교단의 분열에 대하여

제가 요즘 쓰고 있는 칼럼 '새로운 종교개혁을 꿈꾸며'에서 이 부분을 상세히 언급해 나가고 있습니다만, 구원론의 차이나 교회론의 차이에 의한 과거 주류 교단 내부의 분열은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분열까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정작 중요한 부분은 보수 기독교와 진보 기독교로 이루어진 주류 기독교(가톨릭과 개신교 포함)와 다양한 모습을 가진 비주류 기독교의 분열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신학자 트뢸치는 이를 세 Type으로 분류했는데 신비주의, 소종파주의, 교회주의 등입니다. 여기서 교회주의는 주류 교회를 가리킵니다.

오늘날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있는 주류 기독교는 로마제국과 중세 유럽의 국가 교회라는 기형적인 모습의 교회가 낳은 열매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예수님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함과 동시에 국가 이데올로기의 법 아래에서 서로 투쟁하며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억지로 합쳐 놓은 것이 국가 교회지요. 이러한 모순이 하나님 나라의 이데올로기인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사랑을 휴머니즘으로 대체해 버리는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됩니다.

사실 보수 기독교와 진보 기독교는 두 가지 형태의 휴머니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인적 휴머니즘이냐 집단적 휴머니즘이냐의 차이인 것이지요. 둘 다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사랑과는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그 결과 개개인이 본능에서 해방될 필요성도 대두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속 이데올로기와도 충돌하지 않습니다. 절묘한 꾀를 내었던 것이지요.

비주류 기독교는 트뢸치의 분류대로 두 흐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개인의 영성을 중시하는 신비주의와 집단적 영성을 중시하는 소종파주의가 그것이지요. 소종파주의가 폐쇄적인 모습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성경 해석의 문제라기보다는 주류 교회의 무서운 폭력 때문이었습니다. 종교개혁 시대에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양쪽에서 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기도 했지요. 신학적으로 영웅주의적 성경 해석이라고 비웃으면서 말입니다.

오늘날의 포스트모더니즘에 기반한 해체주의는 종교 다원주의를 낳았고 이제 주류 기독교의 폭력은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하나님의 역사라고 저는 봅니다. 새로운 종교개혁의 여명이 밝았다고나 할까요. 본능에서 해방된 자들이 모여서 예수님처럼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증인 집단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도 우리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집단이지요. 예수님이 말씀하신 세상의 빛입니다.

3. 교단의 분열과 하나님의 뜻

그렇다면 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반으로 한 교회가 이렇게 사분오열되도록 내버려 두신 하나님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하나님은 원하시지 않았는데 인간이 어리석고 악하여 하나님도 어쩌실 수 없었던 것일까요?

저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택하신 구약시대를 거쳐 예수님과 성령님을 보내신 신약시대를 전개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나라도 순차적으로 전개해 나가시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가톨릭교회도 필요해서 세우신 것이고 개신교회도 필요해서 만드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신비주의의 흐름도, 소종파주의 교회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보는 것이지요. 제 자신만 돌이켜 보아도 처음 은혜를 받았던 교회가 다분히 기복적이고 세속적인 감리교회였습니다. 그러니 누구도 다른 교단, 다른 교회, 다른 신학을 정죄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각자 자기에게 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저에게 주신 은혜에 따라 사명을 발견하고 그에 충실하려 애를 씁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복잡하게 전개되어 온 교리사와 교회사를 열심히 공부하면서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지요.

4. 형제님은 이번 질문에서도 중요한 말씀으로 마무리를 하셨네요.

"또 나의 해석은 다른 새로운 해석으로 또 부정될 수 있고요. 왜냐하면 인간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하나님께서는 지난 10년간 성경을 보는 제 눈을 점차 밝게 해 주셨습니다. 따라서 내일은 더 밝게 해 주실 것이라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깨닫지 못했던 것을 내일 깨닫게 되는 그야말로 끝없는 여정이지요. 따라서 저는 다만 오늘 저에게 주시는 은혜를 하나님께서 한 몸으로 만들어 주신 형제자매님들과 나누는 것에 충실할 뿐입니다. 즉 제가 고집하는 김용호 식의 성경 해석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저는 무익한 종이라 고백할 수밖에 없는 하나님의 단순한 도구일 뿐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가 속한 공동체인 주님의교회는 향후 내부에 진지한 성경 세미나를 상설할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제가 받은 은혜를 함께 나누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우리는 집단적인 리더십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집단 리더십을 통해 하나님께서 더 깊은 진리로 우리를 인도하실 것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이미 그러한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지성 형제님의 진지한 질문에 감사를 드리며 형제님과 교제를 나누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