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해의 첫 걸음, 인간론 (Anthropology)

성경 말씀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계시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하나님 자신을 드러내시는 것과 더불어 인간의 문제에 대한 규정과 구원의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이러한 하나님의 계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은 인간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깨닫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성경이 지적하시는 인간의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성경을 해석하면 아래와 같은 오류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1)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자신의 배를 채워주신다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기복주의 기독교, 실용주의 기독교, 은사주의 기독교)

2) 남의 배를 채워주고 싶은 사람에게는 남의 배를 채워주라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도덕주의 기독교, 진보 기독교, 은사주의 기독교)

3) 탐욕스러운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에게는 금욕적인 삶을 살라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금욕주의 기독교, 경건주의 기독교)

4) 세상을 혐오하는 사람에게는 세상과 분리되라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수도원적 신비주의 기독교)

5) 자신의 무능함을 못견뎌하고 권력지향적인 사람에게는 능력을 주신다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은사주의 기독교, 실용주의 기독교)

6) 죽음이 두려운 사람에게는 죽어서 천당에 가는 것을 약속하시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내세주의 기독교)

7) 영적인 세계를 사모하는 사람에게는 초월적인 존재로 만들어 주신다는 말씀으로 보입니다. (신비주의 기독교, 영지주의)

이렇게 다양한 성경 이해가 난무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문제나 자신의 소원을 투사해서 성경을 보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고통의 이유와 소원이 모두 다르니 따라서 성경에 대한 이해도 각자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또한 아무리 큰 은혜를 받고 신비한 깨달음과 은사를 받았다 해도 성경의 인간론을 정확히 깨닫지 못하면 여전히 이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분명하게 기록된 성경 말씀을 읽으면서도 오해를 하는 것이 인간인데 자기가 받은 은혜와 체험을 두고 오해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오류와 관계된 성경 말씀을 신구약에서 한 요절씩만 예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희가 어찌하여 양식 아닌 것을 위하여 은을 달아 주며 배부르게 하지 못할 것을 위하여 수고하느냐 내게 듣고 들을지어다 그리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을 것이며 너희 자신들이 기름진 것으로 즐거움을 얻으리라 (사55:2)”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6:31-33)”

이 두 말씀은 내용이 정확히 일치하는 동일한 계시의 말씀입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엉뚱한 해결책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말씀이며 진정한 해결책을 약속하시는 말씀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나는 너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낸 여호와 네 하나님이니 네 입을 크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 하였으나 내 백성이 내 소리를 듣지 아니하며 이스라엘이 나를 원하지 아니하였도다 (시81:10-11)”

자신들의 절실한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는 거지요.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은 구약시대나 신약시대나 비슷합니다. 오히려 신약시대는 사람들이 더욱 완악하고 영악하여 아예 계시의 내용을 호도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각자 자신의 가치관과 상황에 유리하게 성경을 해석하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요.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은 여러 종류의 기독교가 나타난 이유입니다.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인간의 문제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인간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래와 같은 것입니다.

1. 인간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음으로써 각자의 독자적인 선악관을 가지게 되었다.

2. 이로 인해 죽음과 결핍이라는 형벌과 함께 에덴에서 추방되고 서로 다른 선악관으로 인해 인간들끼리도 소외된 삶을 살게 되었다.

3. 그 결과 인간들은 항상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살아간다.

4. 이 공포와 불안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될 수 없다.

5. 이 절망적인 공포와 불안에서 야기되는 탐욕으로 인해 인간들은 필사적으로 서로 물고 먹는 처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구원(회복)의 약속

하나님께로 오면 “그리스도의 피스티스(믿음, 신실함, 충성 등으로 번역)”를 부어주셔서,

1. 각자의 선악관을 제거하시고 하나님의 선악관으로 대체해 주신다. (첫 번째 신비)

2. 영원한 생명을 확인시켜 주심으로써 공포에서 벗어나 평강을 갖게 하신다. (두 번째 신비)

3.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게 됨으로써 비로소 사랑할 수 있는 자로 변화시키신다. (세 번째 신비)

4. 위의 세 가지 신비한 과정이 시작된 자들이 모여 한 몸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종노릇하며 섬기는 삶을 살아간다. (첫 번째 현실)

5. 공동체 외부의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모든 노력을 경주하며 살아간다. (두 번째 현실)

6. 개인적 종말, 그리고 우주적 종말 이후 하나님과 함께 살게 되는 그 날을 간절히 사모하며 살아간다. (세 번째 현실)

나가며

소경과 같았던 우리가 눈을 떠가는 과정은 인간 존재의 절망적인 실체를 정확히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나면 성경의 구원의 약속도 정확히 파악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원의 약속의 성취는 올바른 회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때에야 올바른 소망을 가지고 올바른 간구를 하게 됨으로써 하나님의 약속이 실제로 우리 삶에 실현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신비하고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이 놀라운 구원의 사건이 일어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