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성질이 급한가 보다. 늦가을의 풍요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날이 추워지면 자연스레 따뜻함이 그리워진다. 시골집 아버지가 덥혀주던 따뜻한 아랫목, 닳고 닳아져 이젠 속살이 보일 정도지만 아직도 서랍 속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어머니의 빨간 내복, 연탄난로 위에서 구워지는 노오란 군고구마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어느새 추웠던 몸은 녹아지고,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듯하다.

그 중에 제일은 무엇일까? 아마도 추위를 녹일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따뜻한 사람 일 것이다.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데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라는 노랫말처럼 사랑 가득 품은 뜨거운 사람 하나 만날 수 있다면 겨울은 춥고 서러운 계절만은 아닐 게다.

여기 뜨거운 사람들이 모였다. 그 마음에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어, 이웃의 짐을 함께 지려는 전농교회 성도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11월 17일(주일)에 전농감리교회 성도들이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린 후 전농동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줄 김장김치를 담는 행사를 가졌다. 이광섭 담임목사는 추수감사절 예배에서 “추수감사절은 구약의 장막절과 미국의 추수감사절에서 유래합니다. 추수감사절의 참된 의미는 신앙의 선배들이 추수감사절에 음식을 함께 나누었던 것처럼 나눌 때에야 드러납니다. 우리도 오늘 그 은혜를 이웃들과 함께 나눕시다” 설교하며 행사 참여를 권면하였다.

전농교회 앞마당에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김장재료들이 준비되었고, 공동식사를 마친 성도들은 한 마음으로 김장을 시작하였다. “장로님~ 앞치마가 잘 어울리셔요!” “권사님~고무장갑 끼고 있는 모습이 멋지십니다”라고 서로 격려하고, 웃어가며 전농교회 성도들은 김장김치에 예수의 사랑을 담아냈다. 비록 바람은 차가웠지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마음은 더 뜨거웠다. 600포기라는 적지 않은 양의 김장이었지만, 많은 성도들의 참여로 예상보다 일찍 끝낸 성도들은 교회 식당에서 공동식사를 나누며 다시 한번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며 예수 안에서 한 몸된 공동체를 경험 할 수 있었다.

사랑을 담은 김치는 쌀, 과일과 함께 전농동 지역의 수급자 100가정과 ‘김문공 중증장애인 생활연대‘에 전해진다. 물론, 부족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면 더 서럽고 추운 이웃들에게 ‘이 김치가 몸을 녹이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이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구나 생각하지 않을까?’ 라고 상상해본다. 그리고 사랑을 나눠주는 행복한 경험을 한 전농교회 성도들의 삶과 영혼에도 나눔을 위한 거룩한 변화가 시작 될 것이다.

그렇다. 하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는 지금도 이렇게 현재진행형이다. 사랑을 나눔으로 모두에게 시작된 거룩한 변화는 시나브로 이루어 질 것이다. 하나님이 이미 시작하셨고, 우리들은 그저 뒤따라가면 된다. 전농교회처럼 그 길을 뜨겁게 걸어가고 있는 교회가 있다면, 우리는 모두 함께 손잡고 즐겁게 노래하며 갈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행복한 은총의 숲’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전농교회의 표어처럼, 한국교회가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들이 되기를 꿈꾸며 교회 문을 나섰다. 오늘 받은 이 뜨거운 사랑을 나눠 줄 이웃들을 찾아보아야겠다.

이광섭 담임목사님도 열심히 담그셨다.

김치속을 퍼 나르고

속을 채우고

맛도 봐가면서

즐거운 한 때

교회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시설에 나눠주기 위해 8kg씩 포장 했다.

▲ 전농교회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