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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지금으로부터 4년 후 2017년이면 개신교를 탄생시킨 루터의 종교개혁 5백주년을 마지 한다. 따라서 현재의 한국개신교회가 종교 개혁자들의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의 개신교회는 루터의 ‘복음주의’(evangelism/evangelicalism)’를 ‘보수주의’(conservativism)와 혼동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변질시킨 점이 많이 있어 보인다.
1.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종교개혁의 중심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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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틴 루터 |
개신교(Protestant Church)는 16세기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종교개혁 운동으로 탄생했으며, 기존의 동방교회, 로마 가톨릭교회(서방교회), 성공회(영국국교)와 더불어 기독교의 네 개 분파 중의 하나이다. 개신교의 특징은 항상 새롭게 변화하고 개혁해 가는(reformata semper reformanda)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인상이다.
루터는 16세기 로마 가톨릭 교회 교황의 절대권(성경의 권위보다 더 우위에 두는) 의 횡포, 교회의 세속화, 성직자의 타락 그리고 돈으로 면죄부를 파는 행위 등에 반기를 들었으며, 그 결과로 개신교회가 탄생했다. 루터는 당시 어거스틴 계 수도원의 수도사였으며, 성서학 박사로서 수도사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있었다. 루터는 성경의 말씀에 비추어 볼 때 당시의 교회실정이 너무나 비성경적이어서 자신의 신앙양심으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루터의 종교개혁의 동기는 (신앙)양심의 발로였음을 알 수 있다.
루터는 절대자이신 하나님만이 인간의 죄를 용서하실 수 있으며, 교황이나 성직자(신부)는 인간의 죄를 용서할 수 없으며, 용서한다고 해도 죄가 사해질 수 없음을 지적했다. 바로 그 점에 대해 교황청 책임자들과 토론할 것을 95개 조항으로 써서 (1517년에) 빗덴베르그 성당 정문에 내 걸었다. 그것이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 결과로 개신교가 탄생했다.
루터는 베드로 전서 2장9절에 근거하여 “만인제사장”(Universal Priesthood) 사상을 제창하여 하나님 앞에서 모든 성도가 평등함을 말해줌으로써 교황과 사제 중심의 교권주의적(제도적) 교회에서 평신도 중심의 민주적 교회 신앙체제를 확립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것이며 큰 장점이면서 또한 여러 가지 부작용(난점)을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신학적으로나 영성적으로 일정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평신도)이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이 심히 어려운 일일뿐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며, 그로 인해서 여러 이단 사상과 교회의 무질서와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루터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근거와 권위와 표준은 하나님의 사랑의 계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그분의 삶과 인격)이며, 그분이 말씀해 주신 복음(성경 말씀)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복음주의’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삶)과 말씀(가르침)을 신앙의 근거와 표준으로 삼는 노선/입장을 의미한다.
루터에 따르면,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인데 하나님의 말씀으로 깨닫게 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되게 하는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래서 루터는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가 누어 계신 ‘구유’라고 말했다. 따라서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떠나가면(빼면) 성경은 성경(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하나의 도덕적 혹은 일반 문헌에 불과하게 된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가 사랑의 하나님의 완전한 계시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약도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하나님의 사랑의 빛으로) 조명되고 해석되어질 때 비로소 하나님의 말씀(성경)이 된다.
루터는 성경 안에 상치되는 부분에 대해서 성경자체가 비판자이며 해석자라고 말했다. 이 말은 성경은 그(성경) 자체에 의해서 비판되고 해석되어져야 함을 말한 것이다. 이것은 곧 성경은 바리세파 사람들처럼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안 됨을 의미한다. 루터에 따르면 성경의 핵심은 하나님의 사랑의 현시자인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며, 그가 성경 전체의 핵심 내용이다. 따라서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하나님의 사랑과 의/진리) 외에 다른 것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루터는 예수님이 성경(구약/모세의 율법)을 영성적으로 이해하신 것같이, 문자적으로 이해하려하지 않고 영성적으로 이해하려 하였다. 그런 태도가 바로 ‘복음주의’이다. 그래서 루터는 성경 중에서 가장 복음적인(영성적인) 문헌은 4복음서와 로마서와 갈라디아서 등이며, 행위를 강조한 야고보서는 지푸라기 같은 문헌이라고 혹평했다. 여기서 우리는 루터의 성경에 대한 (영성적)비판적 이해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도 구약을 예수의 (사랑의) 복음의 정신으로 즉 영성적으로 이해해야 올바른 이해 태도가 된다. 구약 이해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를 뺀 성서이해는 올바른 복음주의적 성경 이해가 못 된다. 그것은 예수님이 극구 거부한 바리세파의 성경이해에 불과하게 된다.
요컨대 루터(개신교)의 ‘복음주의’란 바리세파 인들의 문자주의를 거부한 예수님의 영성적 성경이해 태도를 말한다. 따라서 ‘복음주의’란 예수님의 성경 이해태도와 루터의 영성적 성경 이해태도를 말하며, 바리세파 인들의 문자주의적 성경이해 태도
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존 칼방이나 존 웨슬리도 루터의 복음주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요컨대 개신교의 뿌리인 종교 개혁자들의 ‘복음주의’는 (문자주의적) ‘보수주의’가 결코 아닌 것이다. 더욱이 성경의 일점일획도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었다고 주장하는 근본주의(fundamentalism)의 입장과는 현저히 다른 것이다.
십자가에 대한 역설적 이해: 루터의 신학사상의 특징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십자가 신학”(the theology of the cross)이다. 이것은 빌립보서 2장 5절 이하에 있는 자신을 완전히 비우는(하나님 앞에서 낮아지는) ‘자기부정’(비움)의 영성을 뜻한다. 루터에 따르면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은 하나님의 전능의 사랑의 힘이 역설적(paradoxically)로 가장 무력한 모습으로 나타남을 뜻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가 십자가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하나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부르짖은 외침의 의미이다. (화이트헤드의 설득적 사랑의 개념 참조)
루터의 신관: 루터에 따르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1)외적인(일반적인) 지식과 (2)내면적인 지식의 두 종류가 있다: 내면적인 지식이란 하나님의 마음과 뜻까지를 파악하는 일을 의미하며, 이것이 하나님에 대한 참 지식이다. 루터에 따르면 하나님은 처음엔 우리 인간에게 무섭고 두려운 분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님의 참 모습이 아니다. 하나님의 참 모습은 지극히 자비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알려진 하나님의 참 모습이다.
칭의(稱義)와 성화(聖化)의 관계: 루터는 우리 인간이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데는 두 단계(과정/종류)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남의 의로서 자신 밖의 외부로부터(즉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의(義)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에게서 생겨난 자기 고유의 의인데, 이것은 자신의 옛 자아가 죽고 새사람으로 거듭나 전적으로 변화될 때 자기 자신 안에서 생겨나는 자기 고유의 의이다. (이것을 칼방과 웨슬리는 성화 (聖化)라고 불렀다. 그러나 루터는 칭의와 성화를 둘로 나누지 않고 칭의 속에 성화를 포함시켰다. 따라서 자신에게서 참된 의(의로움)가 탄생하지 못하면 참 의인(義人)이 되지 못하며 또한 참된 칭의(稱義)도 되지 못한다.
믿음과 선행(행위)의 관계: 루터는 믿음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은총(성령의 도움)을 힘입어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며 동시에 선행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루터는 믿음이란 내가 선행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이미 선행을 행했으며 또한 언제나 하게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루터에게 있어서 선행은 믿음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믿음과 선행은 항상 동행하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 점을 깊이 간파한 존 칼방과 존 웨슬리는 이 칭의와 성화는 우리의 믿음과 하나님의 은혜의 결합 곧 하나님의 은혜와 그 은혜에 대한 우리 인간의 믿음의 응답의 합작으로서 (칭의와 성화가) 항상 같이 간다고 보았다. 따라서 하나님의 은총과 인간의 노력이 항상 함께 있어야 하며 또한 함께 가야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점에서 로마서와 야고보서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점은 루터의 입장을 칼방과 웨슬리가 (표현과 설명에 있어서) 한 단계 진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자유: 루터는 그의 명 논문 <그리스도인의 자유>에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자유를 소유한 ‘완전 자유자’라고 선언했다, 이 (그리스도인의) 자유는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 세상의 누구도 무엇으로도 빼앗을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타인을 섬기는 일에 있어서는 어떠한 (조금의) 자유도 없는 ‘노예처럼 예속된 존재’라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그리스도인의 직업(vocatio): 루터에 따르면 직업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거룩한) 소명(calling)으로서 신성한 것이다. (그리스도인/인간의) 직업은 일의 종류는 다양하나 귀천은 없다. 따라서 성직자나 노동자나 수도사나 가정주부나 기능(function)이 다를 뿐 (하나님 앞에서) 가치(value)의 차등(귀천/높고 낮음)은 없다.
신앙(信仰)과 이성(理性)의 관계: 일반적으로 루터는 신앙만을 강조하고 인간의 이성은 무시하고 배척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은 그가 이성의 중요성을 누구 못지않게 중요시했음을 알아야 한다. 그는 이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인간의 이성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이성은 본질적이고 중요한 이 세상에서의 축 복이고, 최고이자 어떤 의미에서는 신적인(divine) 것으로, 다른 모든 보배를 능가한다. 이성은 인간과 다른 피조물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성을 통해 인간은 창세기 1:28절에 있는 만물에 대한 인간의 주권을 나타낸다.
(2) 인간의 이성은 모든 문화의 근원자이며 담당자이고, 모든 예술, 과학, 의학, 법
률(정치, 경제, 문화)을 발견하고 집행한다. 이것들 중 어느 하나도 무시되어서 는 안 된다. 오히려 하나님의 고귀한 선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성은 이 세상 의 영역(왕국) 안에서는 궁극적 권위를 지닌다.
(3) 그러나 인간의 이성은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이성은 하나님의 존재를 안다. 그 러나 하나님의 깊은 뜻은 식별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신앙의 도움을 필요로 한 다. 신앙은 인간의 이성을 파괴하지 않고 더 밝게 하고 고양시켜서 복음의 영 적인 진리를 깨닫게 한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혀(말하기)가 중생한 후에도 마 비되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와 지고 더 예민해 지는 것과 같다. 이성 은 이제 훌륭한 도구로서 신앙을 섬기고, 반성/추리의 도구 혹은 감동적인 선포 의 도구로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4) 따라서 루터에게 있어서 인간의 이성과 신앙은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의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루터의 복음주의를 계승 발전시킨 칼방과 웨슬리는 이 성의 중요성을 한층 더 심화시켰다. 특히 웨슬리는 “비이성적인 것은 비기독교 적이다”라고 까지 말했다.
요약하면, 루터는 성경을 하나님의 사랑의 정신이 구현된 ‘복음’의 빛으로 이해하려고 하였다. 이것이 바로 ‘복음주의’의 근본정신이며 특색이다. 그리고 ‘복음주의’ 정신이 핵심이 된 개신교(the Protestant Church)의 기본 입장(노선)은 과거 16세기에 일어났던 단 한 번의 개혁으로 그치지 않고 시대에 따라서 항상 새롭게 변화(변혁)해 나가는(semper reformanda) 교회 곧 항상 새로워져 가는 교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의 개신교회가 종교 개혁자들의 정신을 바르게 계승하여 항상 새롭게 변혁해 가고 있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오늘의 한국의 개신교회는 ‘복음주의’라고 불릴 수 없을 정도로 루터를 비롯한 종교 개혁자들의 참 ‘복음주의’에서 많이 이탈하고 또한 왜곡시킨 점이 많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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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석(多夕) 류영모의 종교개혁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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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석 류영모 |
현대의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와 또한 가장 중대한 문제점은 오늘의 교회들이 16세기의 (종교)개혁자들의 교회(종교)개혁 이래로 단 한 번도 새로운 혹은 근본적인 변화나 개혁을 시도해 본 적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니 변화나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예수가 그토록 강력하게 비판하고 거부했던 바리세파 사람들의 문자주의적 성경 이해 태도로 회귀해 간 (후퇴시킨)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는 1960-1965 기간에 걸친 바티칸 제2공의회를 통해서 놀라울 정도로 큰 개혁을 단행하여 새 시대의 선교에 임하고 있는데 반해서 항상 새롭게 개혁해 나가야할 개신교회는 이렇다 할 개혁을 해오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루터의 종교개혁은 종교개혁이 아니라 기독교 안에서의 개혁 특히 가톨릭교회의 교황제도를 거부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주체가 되는 민주적 교회체제로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커다란/엄청난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리스도교 안에서의 개혁 즉 구교에서 파생한 신교의 탄생을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종교개혁(the reformation of religion)이라고 칭하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루터의 개혁운동은 어디까지나 교회개혁운동이지 종교개혁 운동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는 루터의 종교개혁은 개혁에 있어서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고 단정했다. 그 이유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그리스도교 전체를 새롭게 변혁시킬만한 근본적인 이념적(사상적) 바탕을 제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루터의 종교개혁은 제도적인 개혁에는 많은 도음을 주었을지 모르나 그리스도교의 근본사상(신앙내용)인 신관, 그리스도론, 인간론, 구원론, 우주론 등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개혁의 단서 곧 획기적인 새로운 사상을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바로 지난 20세기 동안에 한국의 기독교계와 종교계에 한 특출한 인물이 등장하여 루터의 종교개혁 운동 이래로 지난 5백년간 개신교회가 개혁의 발걸음을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한 것을 한꺼번에 크게 개혁시킨 한 인물이 있다. 그가 바로 한국의 토착 종교사상가며 영성가인 다석 류영모(柳永模, 1890-1981)이다. 그는 기독교의 복음의 핵심인 예수의 복음을 깊이 영성적으로 이해하여 주었을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서 기독교(예수)의 복음의 빛으로 동양의 전통 종교들(유불선)을 이해하고, 또한 반대로 동양의 종교들의 빛으로 성경의 진리들을 상호 조명하여서 유불선기 사교회통(儒彿仙基 四敎會通)의 웅대한 통전적 영성의 기틀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유불선기 사교회통이란 간략하게 말하자면 복음(성경의 진리)을 이해함에 있어 기독교란 한 종교의 교리의 울타리 안에 가쳐(얽매여) 있지 않고, 한 거름 더 나아가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리를 (유불선의) 다른 종교들에서는 어떻게 말해지고 있으며, 또한 어떤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가를 파악하여,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 사회인(지성인)들에게도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해석해 내는 일을 의미한다. 다석은 그의 특유의 방법인 사교회통의 원리를 통해서 지금까지와는 전적으로 다른 새로운 신관과 우주관 인간관 그리스도론 구원론 시간관 및 역사관(종말론) 등의 사상을 제공해 주었다. 이것은 지난 수 천 년 간 지속되어온 동양과 서양의 사상적 혹은 종교적 간격을 한꺼번에 허물어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은 다석 류영모의 유불선기 사교회통은 단순히 네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넓게 보면 지구상의 모든 종교를 다 함축한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힌두교는 불교의 모체로써 많은 부분에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슬람은 기독교와 유대교와 함께 인격적 유일신 신앙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천도교(동학))를 비롯한 한국의 민족종교들은 하늘과 땅과 인간을 상호 관계적으로 이해한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 사상과 우리 민족의 고유 영성(철학/종교사상)인 한사상(韓思想)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 뿌리는 상당부분 노장사상 즉 도교의 중심사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불선기 사교화통은 이 지구상의 모든 큰 종교들의 막힌 담벽을 헐고 서로 교통하고 상호 조명(照明)해서(mutual enlightening and mutual illuminating)해서 한 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철학적-종교적 태도(영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종교나 신앙으로 인해서 지구상의 인류가 가장 가까운 사람끼리도 남남으로 갈라지거나, 분열하거나, 대립하거나, 적대관계로 나아가는 현실에서 보여 지는 것과 같은 비극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한국과 같이 역사적으로 여러 큰 종교들이 유입되어 영향을 주어온 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며, 또한 미국과 같은 여러 다른 문화와 종교의 배경을 지닌 인종과 종족들이 많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절실한 문제인 것이다. 이것은 온 인류를 한 하나님의 자녀(백성)로 보고 이 땅에(지구상에) 절대평화의 ‘하나님 나라’실현의 가르침을 준 예수의 복음의 정신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석의 사교회통의 종교사상 곧 그의 영성(spirituality)은 16세기에 일어난 루터의 종교개혁 즉 기독교의 범위 안에서의 부분적 개혁을 한 차원 높은 단계에서 성취시킨 곧 진정한 의미의 종교개혁, 다시 말하면 기독교 계 뿐만 하니라 종교계 전체에 해당하는 개혁(a true reformation of religion including all religions)을 현대에 와서 성취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뜻에서 다석은 진정한 의미의 이 시대의 종교개혁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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