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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사랑하고 기도하라] 비평 -
<할머니와 란제리 Late Bloomers> 스위스, 2006년, 베티나 오벌리 감독작품
노인네들의 발칙한 반역: 거짓말은 아프다, 모두가 행복한 만큼
글: 김민호
비극과 희극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일까? 희망은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영화 <할머니와 란제리>의 장르는 코미디이다. 그렇지만 인간사의 씁쓸함과 아픔이 잘 묻어져 있기도 하다.
영화의 내용은 간결하다. 지극히 보수적인 마을에 음란한(?) ‘란제리 부티크’가 세워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노년에 먼저 남편을 떠나보낸 ‘마르타’(스테파니 글레이저 분)는 바느질 솜씨가 좋다. 젊을 적에 속옷을 만들고 싶어 했으나 남편의 만류로 차마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남편과 사별 후, 지인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란제리 부티크’ 운영을 시작한다. 고즈넉한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운 동네에서 말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마을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따가운 눈초리와 질타를 가한다. 이 같은 위기들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란제리 부티크’ 할머니들의 반란은 유쾌하고 통쾌하게 귀결된다.
<할머니와 란제리>는 고령화 사회를 암울하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분명히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전보다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고, 몸도 여기저기 고장 난 것을 의미한다. 불우할 수 있다. 그렇지만 늙어도 젊게 살 수 있음을 <할머니와 란제리>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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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란제리 > 스위스, 2006년, 베티나 오벌리 감독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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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여기서 뜨악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극 중의 ‘리시’는 미국에서 살아봤다고 거들먹거리는, 무척이나 허영심이 강한 할머니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는 리시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리시는 미국에 가 본적이 없는데도 미국에서 남편과 행복하게 7년을 보냈다고 공공연하게 주변인들을 속여 왔던 것이다. 이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지만, ‘란제리 부티크’의 할머니들은 계속해서 리시의 거짓에 속아주기로 한다. 왜 그럴까? 거짓말이 그들의 삶에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폭력에 항거할 수 있는 힘이 여기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은 이렇게 하얀 거짓말로 승화된다.
거짓말은 아프다, 모두가 행복한 만큼. 과학이 좋아하는 언어인 산문체는 건조하기 그지없지만, 사실임에는 명백하다. 반면에 시인들은 즐겨 사용하는 운문체는 여간 허황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지만 진리가 깊을수록 그 적절한 표현은 산문보다는 시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니까 두 종류의 언어가 모두 상호 호혜적이어야 한다. 종교와 과학이 결별할 필요가 없다. 양립 가능한 거다. 물론 언론이 밝혀내는 사실과 구분되어야 하겠지만, 어쩌면 진실과 거짓말의 관계 또한 이러한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반복되기에 역사인 것일까? <할머니와 란제리>는 과격시위를 그려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차별이라는 사회문제에 눈감지 않는다. 땅에서 울려오는 아벨의 핏소리는 시공간을 막론하여 도무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하지만, 상황의 역전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할머니와 란제리>는 말한다, 자기 자신을 속여서라도 젊게 살라고. 허영심을 버팀목 삼아 저항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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