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수 목사의 주장

지성수 목사가 그의 글, ‘세계 교회 총회를 연다고?’에서 창조영성과 구속영성을 말하였다. 펠라기우스의 주장을 창조영성과 연결시키고 어거스틴의 주장을 구속영성으로 연결시켰다. 그는 오늘날 위기에 직면한 기독교는 구속영성일 뿐이기 때문이며 창조영성을 통하여 기사회생할 여력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고 믿는다고 하였다.

그는 펠라기우스의 주장을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할 수 없는 것을 명령하지는 않으며 인간은 죄의 책임을 져야 하고 죄의 책임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하였다. 역으로 생각하면 하나님께서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을 명령하였기에 그것을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하여야 하고 그 명령을 따르지 않는 죄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 죄의 책임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의식을 가지고 살면 기독교가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는 어거스틴의 주장을 “씨꺼! 시방 뭔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여? 하나님의 다 알아서 하시는 일이지 인간이 뭘 어쩔 수 있다고?”로 요약하였다. 풀이하면 인간이 하나님의 명령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고 죄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넘어서 하나님께서 그 은혜로 구속하시며 원죄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의 진술

성경은 인간의 상태를 구분하고 있다. 자연인으로서의 인간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인간이다. 각각의 상태에 대한 하나님의 요구 또한 구분하고 있다.

전자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기에 그 관계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요구이다. 자연인은 이성과 양심이 작동하며 도덕성도 가지고 있다. 그것을 활용하여 여러 많은 성과들을 만들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더 나아지기도 하며 뒤떨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집단 지성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단순하게 천동설이나 노예 제도가 존재하였던 시대의 과학 지식이나 인권에 대한 의식과 지동설과 노예 제도를 악하다고 생각하는 시대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자연인은 그것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이루지 못한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인정할 수도 없다.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면에서 온전히 불의하다. 의인이 하나도 없다는 성경의 진술과 같다.

후자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었기에 그 관계를 바르게 누려야 한다는 하나님의 요구를 받고 있다. 선한 양심이 주어졌다.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실제로 음행을 하지 않더라도 이성에 대해 음욕을 품으면 음행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같다. 이성에 대한 음욕은 어떤 여성에 대해 예쁘다거나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 생각에서 더 나아가 성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식을 가지는 것을 가리킨다. 당연히 음행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신자가 지킬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키지 못하는 신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신자가 온전히 자신의 능력만으로 지킬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성령의 역사 안에서 지킬 수 있다. 육체의 소욕으로 성령의 역사를 거스르지 않을 때에 지킬 수 있다.

자연인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이성과 양심 그리고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그 신뢰가 무한하다. 그들이 신자가 되는 길은 오직 하나이다. 그 마음을 열어 복음을 따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존재 인정, 자신이 그 관계에서 죄인이었다는 사실 수용, 예수님을 통한 구속을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구속영성이 기독교의 위기의 원인

구속영성이 기독교의 위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신자와 관련한 하나님의 역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여서 생겨난 잘못이라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신자에게 주어진 책임을 신자가 감당하지 않고 하나님께 전가하는 잘못이다.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하는 일이 아님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이스라엘의 출애굽 때에 바로 왕의 마음을 강팍하게 하신 하나님의 역사가 그런 식의 오해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것이 하나님을 높이는 길인 양 생각하고 있는데, 전혀 잘못된 것이다. 바로 왕의 마음을 강팍하게 하시는 것은 이스라엘을 불러내심에 있어서 그것을 거부하는 이에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스라엘 밖의 사람에게 있었던 하나님의 역사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의 한 방편이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 이들에게 동일한 역사가 있지 않다. 신자에게는 성령의 역사와 육체의 소욕이 서로 거스르는 방식이다. 육체의 소욕으로 거스를 수 없는 성령의 역사란 없다.

기독교의 위기는 다 알아서 하시는 하나님이 알아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가 기독교답기를 끊임없이 기독교인들에게 역사하시지만 기독교계와 기독교인이 그 역사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바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것을 인지하였더라도 실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언젠가 하나님께서 한방에 그 모든 잘못을 역전시키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두 주장의 바른 조합이 중요

펠라기우스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 이후의 인간에 대한 성경의 진술을 요약한 것이다. 옳다. 그렇지만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인간과 관련하여서는 잘못되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는 죄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어거스틴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 이전의 인간과 하나님의 역사를 말한 것이다. 잘못이 아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된 인간과 관련하여서는 잘못되었다. 거듭나면 새 사람이 되었고 선한 양심이 주어졌으며 성령의 역사에 대해 신자가 수용과 거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펠라기우스의 주장에 대한 어거스틴의 대응은 잘못된 것이 맞다. 각기 다른 인간의 상태와 각각의 상태에 따른 차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서 펠라기우스의 주장을 정죄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펠라기우스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그 또한 각기 다른 인간의 상태와 각각의 상태에 따른 차이를 온전히 인지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을 창조영성과 구속영성이라고 칼로 무 베듯이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신자에게 해당되는 펠라기우스의 주장과 구속영성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신자가 된 이후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역사 곧 육체의 소욕을 거스르는 성령의 역사도 구속영성에 해당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어 자연인 곧 죽었던 자연인을 살리는 것만이 구속영성이 아니라 그 관계가 회복된 신자가 그 관계를 바르게 누리는 것도 구속영성이다.

기독교의 위기라는 면에서 어거스틴의 주장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신다는 잘못된 생각의 원천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거듭난 새 사람, 양심이 아니라 선한 양심이 주어진 신자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다 알아서 해주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시고 그 뜻을 따르며 살 수 있도록 도우시지만 최종적인 책임은 신자들에게 위임하셨다. 하나님은 성령의 역사 안에서 신자들이 다 지킬 수 있는 것을 요구하셨으며 그 요구를 따를 수 있도록 역사하시지만 그 역사를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를 신자가 결정하도록 하셨다. 오늘날의 기독교의 모습은 그 결과이다.

앞으로도 그 원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가 현재의 위기를 지속하다가 더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느냐 아니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서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교회 곧 하늘 영광으로 가득한 영광스러운 교회로 회복하느냐는 기독교계 또는 신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안타까운 것은 별로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진보신학 따르미들의 잘못된 신학과 보수신학 따르미들의 잘못된 삶이 바로 잡힐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