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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일상아마 나를 실족케하는 귀신이 내 앞을 가로질러 딴지를 거는 건 아닌지?
박진서  |  hansol605@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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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5월 03일 (수) 00:00:00 [조회수 : 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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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야 집의 그리움이 일고
객지에 나가야 집의 고마움을 안다.

스무날 여행뒤에 돌아온 나의 자리는 포근하고 아늑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몇 개 되지 않은 화분이 더 반갑게 마중하고
이웃의 도움으로 枯死만은 면한 화분을 어루만진다.

밤낮이 제 자리에 오고 할 일도 태산같이 밀렸다.
5월 17일, 경희궁에서 열릴 신사임당기념행사에 가려면
한복에 어울릴 마른 신을 사야 한다.
그리하여 종로 5가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일요일의 시장은 닫혀있다시피하여
모처럼의 나들이가 헛될까봐 걱정을 하는데
다행이 몇 가게는 문을 열었다.

하여 꽃신도 사고, 겨울 옷에 넣어둘 나프타린도 사고
저고리 동정도 샀다.
싱싱한 생선을 사려고 동대문시장엘 왔던 젊은 날이 새롭고
시장골목안의 먹거리 장터는 오늘도 북적대는데
옛날에 비하면 세련됐다. 훨씬 위생적이 되었다는 뜻.

지나가는 이에게 빈대떡 한 조각을 건네주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맛있는 팥죽을 먹고 가라고 구수한 권유를 하는 아주머니 
그 권유에 못이기는 척 나는 긴 의자 한쪽에 앉았는데

팥죽도 먹고 싶고, 녹두죽도 먹고 싶고
급기야는 호박죽도 먹고 싶어 궁시렁댔더니
맛보라고 반국자씩 덜어주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요즘 나는 자주 일을 저질른다.
엊그제만 해도 그랬다.
열쇠를 잃어 기술자를 불러와 문을 여는데 3만원이 들었다.
기술자는 단 5분도 걸리지 않고 문을 여는데
조금만 참았더라면 관리인이 간수해둔 열쇠를 받을 수 있었으련만....

횡단로를 건너다
마음 조급하여 뛰다가 그만 앞으로 넘어졌다.
두 무릎이 까지고 손바닥은 아른거려도
남의 눈이 부끄러워 내색하지 못하고 일어서는데
차가 나를 덮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
그놈의 급한 성격이 나를 이처럼 실족시킨다.
말로는 조심한다면서 실행치 못하는 자신이 야속하기만 하고.

어디 넘어진 게 이번만일까?
한번은 지하철문이 닫힐까봐 뛰어가다가 그만 스라이딩을 했는데
마치 오체를 투지하고 기도하는 자세가 되었으니...

아~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늙으면 죽으라고 했던가보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꼴불견을 더이상 연출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걸으면서
느긋할 것을 자신에게 타일렀다.
의사선생님의 "넘어지지 말라"는 주의를 상기하면서.

명동의 UNESCO회관 앞 두어 개 있는 계단에서 발목을 다쳐
한 달을 치료받은 일이며

일본 NHK 까지 원정 가서 계단에서 넘어진 일
하여 나는 산에서 내려올 때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고, 아예 등산을 외면하기도 한다.

아마 나를 실족케하는 귀신이 내 앞을 가로질러
딴지를 거는 건 아닌지?

모든 게 핑게이다.
내가 조심을 해야 한다.
중국의 만만디 정신으로 말년을 보내도록 해야겠다.

두 무릎의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끼고
가끔 가려운 걸 봐서 낫는 모양이다.

오늘도 나는 좋은 하루를 보냈으니
모든 이에게 감사의 멧세지를 보내야 한다.

"오늘도 보살펴주셨기에 잘 지냈습니다.
 님깨서도 즐거운 하루였기를 바라며

 감사합니다"

   
▲ 수필가 박진서선생, 민들레성서연구가 모일 때마다 빠지지 않고 주방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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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 (203.240.232.167)
2006-05-04 03:35:07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깊은 생각 편한 글이 참 기분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여자가 더욱 성숙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글 속에서 봅니다.
사진의 얼굴이 참 고우십니다.
그림이 참 인상 깊어요.
천경자님의 작품들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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